박근혜 전승절 참석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 지켜본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억제(deterrent)의 3요소, 즉 능력(capability)이 있어도 사용할 의지(intent)가 있어야 하며, 이것이 분명히 북한 당국에 전달(communication)되어야 한다. 한국과 같이 북한에서도 석유가 나지 않는다. 중국의 영향력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중국이 단둥에서 북한으로 통하는 송유관을 잠그면 된다고 말한다. 문제는 중국당국이 이를 시행할 의지가 있으며,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이를 알아듣게 노력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흔히 북한과 중국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에 있다고 한다. 중국의 외교, 군사 전문가들이 아무리 북·중 관계가 옛날과 같지 않다고 하여도 북한당국은 중국의 불쾌심이 아무리 커도 여전히 중국이 북한의 명줄을 죄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충고가 되었든, 압력이 되었든 별로 먹히지 않고 있다. 이것이 거짓 없는 현실이다.

전승절 행사를 두고 중국공산당은 21세기 중국의 국력을 과시하고 시진핑 체제의 강고함을 보여주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참여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전시상태에 있는 나라를 비워두고 남의 나라 무력시위에 참가할 수 있는가?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항일투쟁을 같이 한 나라로서 의례적인 참여다. 그러나 열병식 관람은 모양새가 어긋나며, 동맹국 미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에 대한 비난을 낮추기 위해 항미원조전쟁에 참가했던 부대는 제외한다는 식의 설명은 견강부회(牽强附會)다.

현재 북한의 움직임은 전면전 준비단계다. 고위급회담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려는 압력으로만 볼 수 없는 요소가 너무도 확연하다. 특수작전부대의 전개, 포병의 전방추진, 잠수함 전력의 전개 등 한·미가 을지연습을 하면서 북한 전력이 이렇게 전개될 것이라는 시나리오 그대로다. 잠수함 전력의 대거 출몰은 이스라엘 같으면 선전포고 없이 공격할 엄중한 도전에 해당한다. 중국도 해군력 증강에 몰두하는 나라로서 김정은의 소행이 중국이 인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동북아의 한 축인 중국으로서 무책임하다. 이런 무책임한 자세로는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가 될 수 없다.

중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참여를 그토록 간절히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성을 보여야 한다. “쌍방이 모두 자제해야 한다”는 한가로운 소리 대신 전시상태 운운하는 김정은의 확실히 제어해야 한다. 말을 안 들으면 말을 듣게 만들어야 한다. 국제정치학자들은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판단근거로, 북한에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이 한반도 불안정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든다.

중국은 이를 행동으로 증명해보여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에 왔다. 단둥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송유관을 차단하라. 북한의 도발-협상-보상의 잘못된 순환을 끊어버리기 위해서는 이만큼의 특단의 행동이 필요하다. 지금 한중 전략적 협력자 관계의 실질을 증명해 보이는 시점에 와 있다. 국가 지도자는 자신의 전략적 자산을 국익에 얼마나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가를 보여야 할 시점에 처해 있다. 시진핑은 박근혜의 우의를 손쉽게 사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가 가진 모든 카드를 총동원해야 한다. 전승절 참여도 그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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