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고위급회담 복기해보니···”박근혜 결기와 김관진 경륜이 북한 압도했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말도, 저런 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정책담당자는 어떻든 선택을 하여야 한다. 필자는 2004년 6월 초 북한군과 무박3일 43시간에 이르는 장성급 회담을 한 바 있다.

필자의 육사 동기생인 김관진 안보실장이 무박4일 43시간을 거쳐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보고 감회가 깊다. 회담에 대해 여러 가지로 평가가 많다. 김관진 실장은 여기에 일일이 답하고 해명할 필요가 없다. 딱 한마디면 족하다. 성하지맹(城下之盟), 즉 우리는 이번에 (유감스럽게도) 항복을 받으러 간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협상 대표와 장소에서 우리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 남북접촉 역사상 전무후무한 모양새였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협상을 하러 간 것이지 항복을 받으러 간 게 아니다.

그러나 일단 협상하러 간 이상 김관진 실장은 “We agreed to disagree”의 자세로 임했을 것이다. 이것은 남북관계든, 한미관계든, 여야관계든, 협상자리에 앉은 이상 기본이다. 결과는 51대49로 우리가 우세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아무래도 좋다. ‘합의문을 도출했다는 자체’가 성공이다. 유감으로 불충분하니 뭐니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 하나면 충분하다.

일본은 1945년 8월 14일 연합군의 포츠담선언을 수락, 즉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을 했다. 그러나 히로히토 일왕의 방송은 방송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내용도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알기 힘들었다. 일본 국민이 일본이 항복한 것을 분명히 안 것은 히로히토가 맥아더를 찾아가서 차려 자세로 선 사진을 본 순간이었다. 神으로 받들던 천황이 연합군총사령관 맥아더 원수 옆에 초라하게 선 사진을 본 순간 신주불멸(神州不滅)의 일본인의 정신세계는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합의문이 불충분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모습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아니다.

(비정상상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비정상상태가 발생하면 바로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과거에도 이러한 비정상사태가 벌어진 일이 있었다. 천안함 폭침이 벌어졌을 때 최소한 심리전 방송은 즉각 재개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의도를 검토하느라?) 시기를 놓쳤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다를 것이다. 이번 사태 해결의 전개과정에서 북한뿐이 아니고 우리 국민, 세계가 박근혜 대통령의 단연한 결기를 보았다.

김관진 실장이 군복만 입었을 뿐 군에 대해 알 것이 별로 없는 황병서에 대해 “나는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다”라고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지뢰도발이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잡아떼는 데 대해 우리 열상장비와 ‘아서 레이더’로 잡아낸 증거를 하나하나 들이대며 반박하고 한미연합군의 정보능력은 평양시 광장에 사람이 서 있는지 움직이는지도 잡아낼 수 있고 크루즈 미사일은 주석궁 창문을 골라가며 타격할 수 있을 만큼 정밀하다. “나는 이런 군을 7년 이상 지휘한 사람이다. 헛소리 말라! 북한 지뢰로 부상을 당한 군인들은 바로 나의 부하였다. 이런 부하들이 중상을 당했는데 어찌 과거의 일이냐?” 협상이 오랜 걸린 것은 이를 차례차례 설명하는데 걸린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마추어인 황병서가 역시 아마추어인 김정은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상한 설명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9단이 9급을 가르치는 모양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기, 김관진 실장의 정통한 지식과 경험이 북한을 압도한 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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