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남북관계 아젠다는 기본합의서 실천이 핵심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정부의 국정운영은 기획-계획-예산 순으로 나아간다. 기획은 10년 이상을 보는 큰 그림이다. 계획은 5년을 보며 ‘중기계획’으로 표현된다. 예산은 단년도 사업계획이다. 이들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목표-아젠다-이슈로 구분된다. 대통령이 5년 임기 중에 해야 할 것은 일반적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 아젠다로 설정되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아젠다는 남북기본합의서의 실천이 되어야 한다. 1992년 노태우 정부에서 이루어진 남북기본합의서는 ‘쌍방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고, 정치적으로 화해, 군사적으로 불가침, 사회·경제적으로 교류·협력을 규정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부침을 계속해왔다.
지금은 남북기본합의서의 기본을 회복하는데 집중하여야 한다. ‘8.25합의’는 김정은 위원장도 남쪽과 대화를 바라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9.9절 북한정권 창립기념일에도 북한은 남북대화를 원하고 있음을 표명하였다. 앞으로도 부침은 계속될 것이지만 큰 흐름은 일단 정리되었다. 이번 8.25 남북합의의 진가는 김정은이 박근혜 정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가르쳐준 것이다. 박대통령의 ‘원칙과 신뢰’는 국내정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통일이라는 ‘꿈-목표’에 치중할 때가 아니다. “참으로 통일을 바란다면 통일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독일인의 조언을 들을 때다.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여러 부문에서 이루어져야겠지만, 특히 다양화되고 있는 한중협력관계를 잘 활용해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의 진정성 있는 참여와 협조를 유도해내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은 다분히 립 서비스에 불과했다. 심지어 ‘양비론’도 들먹이는 불쾌한 행태도 보여왔다.
이제는 중국 지도부가 북한 핵이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실제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도록 해야 한다. 9.9절에 중국이 북한에 보낸 축하 메시지에 있는 대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중국의 조언이 먹히는가를 판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아닌가? 곧 있을 시진핑의 방미도 여기서 진정성을 보여야 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힘을 합하여 이러한 구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더 깊숙이 북한에 개입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개성공단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고 5~6개의 개성공단이 만들어지도록 하여 동북지역 개발과 연계시켜야 한다. 10여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중국에 좋은 길잡이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21세기 중국의 세계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연결하는데 한반도가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활용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이 성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신뢰하고, 우리 국민, 특히 젊은 사람들이 통일의 당위성과 유익함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러한 것들이 통일의 아젠다다. 대통령은 이 아젠다 설정과 실천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