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노동개혁 정부입법 과연 통과시킬 수 있을까?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일본의 동북지방(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고장)에 하루에 6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땅과 바다가 뒤바뀐 것 같았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비가 가장 많이 오는 곳은 방글라데시다. 연평균 1만1000㎜이며 최대기록은 2만3000㎜, 즉 23m다. 아열대 몬순 기후에 태풍이 통과하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열대성 저기압이 통과하는 길목이어서 비가 많이 오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유례가 없었다. 동양에서는 이 정도의 천변지이가 나타나면 하늘의 경고로 보았다. 오늘의 과학으로는 천문현상과 인간세상의 연관을 찾기 어렵지만, 이처럼 상전벽해 괴변이 나타나면 임금이 목욕 재개하고 하늘에 빌어야 한다.

아베의 자민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중국 전승절 참가와 관련하여 항의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엉뚱한 일보다도 평화헌법을 지키자는 일본 국민의 항의가 1960년 기시 노부스케가 물러나던 때만큼 폭발하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민당은 과연 일본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가? 아베가 자민당 총재로 무투표로 연임되었다고 한다. 반대자로 나서려던 의원이 후보자 등록에 필요한 추천도 받지 못해 포기해서이다.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내각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제는 4년이나 5년에 한 번씩 반드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다. 아베는 마땅히 의회를 해산하고 국민의 신임을 묻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노동개혁과 관련하여 정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드문 정통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김수행 교수에 대해 애도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김 교수는 학자, 지성인으로서 훌륭했던 분이다. 김수행 교수가 공부한 영국의 LSE는 마르크스 경제학 분야에서 유명하다. 한국의 강단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학문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현대중공업이 파업을 결의했다. 회사는 수주 미수가 갈수록 쌓여가는데 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간부의 자녀는 일자리가 보장된다. 즉 세습된다. 노동시장도 당연히 개방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부에서 일자리가 세습된다. 김수행 교수가 이런 노조가 좌우하는 경제를 원했을까? 마르크스 경제학이든, 케인즈 경제학이든 이런 경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노동개혁을 정부 입법을 통해서라도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욕은 높이 살만하다. 아젠다는 설정되었다. 문제는 항상 그렇듯이 ‘어떻게 하느냐’다. 긴급조치가 아닌 한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전략과 정치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처 수상과 같은 탁월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여야를 가리지 말고 국회를 설득하고, 언론을 통해 국민의 힘을 동원, 아베의 자민당과 같이 국민과 유리된 국회는 밀어붙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통해 같이 갈 수 있는 의원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노태우 정권과 같은 여소야대가 되어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국민이 만들어준 다수당의 지위와 권능을 스스로 마비시킨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악법 즉 3/5의 다수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법률을 놔두고서는 누구도 통치를 할 수 없다.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은 냉철한 논리에 바탕을 둔 따뜻한 설득력으로 지도력이 서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다. 교언영색, 견강부회 그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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