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안철수가 영국 노동당 새 당수 코빈한테 배워야 할 것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엘리자베스 여왕의 치세가 63년을 넘어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를 넘어섰다. 대처 수상이 1989년 대영제국의 절정을 이룬 디스레일리를 넘어선 것을 연상케 한다. 12년 가까이 수상으로서, 그리고 보수당 당수로서는 15년 동안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기록이었다. 그러나 대처는 이를 정점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대처의 압도적인 지도력과 성공으로 ‘그녀의 판단과 말이 그대로 법이 되는’ 장기집권은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낳게 했다. 대처가 여성 특유의 직관과 사명감으로 마치 엄한 어머니가 아이들을 교육하듯이 내각과 의회, 국민과 세계의 정치인들을 대해 온 것이 수상은 동료 중의 제1인자라는 영국 내각의 전통과 관습에 벗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대처의 퇴진을 가져온 결정적인 것은 ‘수입이 아니라 재산에 부과하는’ 인두세(community charge)였다. 대처는 “재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은 공평한 과세라 생각했으나 유산으로 거대한 장원은 물려받았으나 일상의 경제활동은 별로 없는 노인들에게 일률적으로 과세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중세의 악명 높은 인두세라 불렀다. 대처는 당내 반대가 커지면서 물러났다. 대처의 뒤를 존 메이저가 이었다. 그 뒤 오랜 보수당정권을 무너뜨리고 노동당 정권을 세운 것은 ‘제3의 길’을 제창한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였다. ‘제3의 길’은 대처의 신자유주의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토니 블레어는 존 F. 케네디와 같은 카리스마로 답답한 존 메이저를 누른 점이 많았다. 대처가 “나의 인생 최고의 성과는 토니 블레어였다”고 할 정도였다.

9월 12일 노동당의 지도부 선거는 제러미 코빈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토니 블레어로부터 “정부를 이끌기에는 너무 좌파적”이며 “코빈이 승리하면 총선에 승리할 수 없을 것”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60%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로 코빈은 노동당의 새 지도자로 등장했다. 이것은 사회주의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좌파 지도자의 등장이다. 코빈이 대처와 블레어의 35년에 걸친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과격한 전환을 가져올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그보다도 그리스의 몰락, 이슬람 이민의 유입 등 유럽의 정치지형의 진로에 주목해야 한다.

코빈의 성공은 정치인으로서의 정직과 매력에 힘입은 것 일 수 있다. 그의 지역구인 이슬링톤은 대처의 핀취리와 같이 대표적인 부르조아 선거구로서 코빈은 말하자면 강남 좌파다. 코빈의 성실성과 겸손은 인상적이다. 코빈은 대부분의 의원과 같이 지하철과 자전거로 의사당에 출석한다. 영국 의회에서 기사가 나오는 것은 내각에 참여한 의원들뿐이며 나머지는 주차장 때문에도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코빈은 자전거를 두 대 가진 것이 사치(!)라고 할 정도다. 연봉 억대의 보좌관 수명을 거느리고 기차요금도 내지 않는, 그 자체 특권 덩어리인 한국 국회의원들하고는 전혀 차원이 다른 정치인이다.

정계 입문 3년의 안철수 의원이 “부정한 정치인은 영구 퇴출하자”고 깃발을 들었다. 영구 퇴출 같은 극단적 처벌은 사형제 폐지와 같이 실현성이 낮다. 이와 같이 일반적 제안보다는 실현성이 높은, 구체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비가 아니더라도 거부인 안철수 같으면 “나는 기차요금은 (국민들과 같이) 내가 내고 다니겠습니다”라고 솔선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선진국에서 배워야 할 것은 이런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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