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기술이전 딜레마···한미혈맹과 무기도입은 전혀 ‘다른 차원’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공군참모총장이 “미국이 네 가지 핵심기술을 제공하지 않아도 KF-X를 개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든든하다. 공연한 걱정을 했나보다. 그럼 한 가지만 묻자. 미국이 제공을 거부한 능동형 전자주사, 레이다 적외선탐색 추적장비,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전자전 재머통합 등 네 가지 기술을 개발하는데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연구개발 비용은 얼마이며 언제까지 개발될 수 있는가? 만약 불행히도 이들 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도 KF-X라 할 수 있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피로 맺은 혈맹이란 것은 전장에서나 통할 말이지, 돈으로 통하는 비즈니스에서는 철저한 주고받기다. 미국이 이 네 가지 핵심기술 개발에 들어간 노력, 비용은 엄청나다. 이를 한미동맹관계에 입각하여 특별히 공여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물며 돈을 아무리 주어도 못사는 기술이 있다. 방위사업청은 “국내 독자 개발은 어렵지만 유럽 등 제3국과 협력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애기하다가, “유럽 업체와 대화를 막 시작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면서도 기술 수준과 범위 등 구체적 논의는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2010년대 후반부터 F-4, F-5가 집중 퇴역하는데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울 목적으로 개발하는 차기 전투기가 F-35급이어야 된다는 결정부터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F-15K만 하더라도 대단히 우수한 비행기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18조가 드는 사업이다. 무기체계는 소요제기로부터 전력화까지는 10~20년 걸린다. 몇 명 대통령의 재임기간이다. 그 사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국방부장관은 몇 명이 거쳐 갈지 모른다. 무기체계 획득은 대단히 복잡하다. 아무리 명민한 장관도 이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장관은 거의 없다. 모두들 제한된 범위에서, 제한된 기간 동안 다루었을 따름이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신뢰가 가게끔 못하고 있다는데, 본인도 답답할 것이다. 오래 옆에서 지켜봐왔던 국방부 출입기자가 제일 잘 알 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경과는 어떻던, 문제는 앞에 있다. 해결은 현 통수부가 해야 한다.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사청 차원이 아니라 국방부, NSC 차원에서 검토가 있어야 한다. F-X 사업의 소요제기의 타당성부터 검토해 보아야 되는 것이 아닐까? 비유가 적절할는지 모르나, 소나타를 바꾸는데 그랜저 정도면 되지 꼭 롤스로이스이어야 하는가? 국방획득전략은 위협, 재원, 기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연속근사법으로 목표에 근접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보아도 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자신 있다”는 실무자들의 이야기만 믿고 추진했다가 시간이 지나 그들이 자리를 뜨고 ‘쾅’ 하고 낭패를 보는 일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혈맹 한미관계’를 만병통치약처럼 믿는 것은 유아적 발상이다. 미국으로서도 엄격한 국익이 있다. 사안에 따라 국무부와 국방부, 상무부의 입장이 다른 일이 얼마든지 있다. 행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일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좌초되는 일도 있다. 이상주의자 윌슨 대통령의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 구상이 의회에서 거부된 일도 있지 않은가? 이번 F-X 관련 기술이전에 관한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될 일과 안 될 일을 처음부터 정확히 따져보고 달려들었어야 할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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