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국가정보원 두고 ‘야단법석’···정치개입은 막되 ‘교각살우’ 우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정부의 구성과 운용은 각 원, 부, 처, 청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단위는 행정 각부다. 처는 국무총리실 내의 보좌기관으로 법제처가 대표적이다. 처의 장은 처장이라고 하지 장관이라 부르지 않는다. 처장을 간혹 내부에서 장관이라고 불러주는 것은 관행이라고 하지만, 정부조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으로 일종의 아부다.
조정이 필요한 업무는 총리 산하의 처(處)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 산하가 되었으면 더 힘이 있을 터인데 하는 것은 맞는 이야기가 아니다. 병무청이 청으로서 가장 적합하다. 국방부에서 수립된 정책에 따른 집행기능만 수행하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병무청과 같은 단순한 집행부서가 아니다. 국방부의 획득업무의 절반을 떼어온 것인데 국방부, 합참에서 독립하여 획득업무를 수행하면 좋을 것이라는 원래의 의도가 전직 해군참모총장들이 심심치 않게 구속되는 비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원래부터 무언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
정부가 출범한 직후가 아니면 부처 신설은 말할 것도 없고 일개 과도 움직이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관료들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수출신의 장관이 행정에 서툴러 관료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이다. 대통령마다 초기에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여 부처를 줄여야 되겠다고 해서 손을 댄다. 심지어 통일부가 존폐의 위기에 당했던 때도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 12년 동안 부처는 12개, 처와 청도 늘어난 게 없었다. 1958년 원자력원이 생겨났는데 이것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이승만 박사의 탁월한 선견을 보여준다. 박정희 대통령은 엄격하게 조직을 관리했으나 경제기획원 같이 꼭 필요한 조직은 만들어 운영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때도 큰 변화가 없었다. 민간 출신 대통령들이 들어서면서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부 조직과 운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백면서생들이 인수위원회에서 손을 대기 시작한다.
정부조직 등 기본에 관한 것에는 함부로 손대는 것이 아니다. 정부조직 가운데 명실이 가장 어긋나는 것은 국가정보원이다. 어느 나라나 정보기관의 본질은 비밀조직(secret service)이며 대개 에이전시(agency)라 불린다. 중앙정보부를 미국인들은 KCIA라 불렀는데 실은 이것이 가장 정확한 것이다. 중앙정보부의 폐해가 크다고 하여 역대 정부 들어설 때마다 법석을 떨었지만 정보기관의 손발을 다 잘라놓아 평범한 관청이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국가적 비극이다. 민주화를 한다면서 기간 국가기관을 무장 해제시키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다. 미국, 영국처럼 국가의 기본이 잘 갖추어진 선진국이 아니면 선진 정보기관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