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홍성대 ‘수학의 정석’이 50년 생명력 이어온 비결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전북 지역에 소재하며서도 전국적으로 꽤나 이름난 ‘상산고교’는 몰라도, 또 이 학교 설립자 ‘홍성대 이사장’은 몰라도 ‘수학의 정석’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물론 70대 이상 어르신의 경우 이들 세 이름을 모두 모르는 분은 많다.
요즘 말로 하면 ‘국민 수학참고서’쯤 되는 <수학의 정석>이 내년 8월로 출간 만 50년이 된다. 교과서 외에 참고서가 이처럼 반세기 동안 생명력을 이어오는 것은 처음이다.
1966년 8월31일 초판을 낸 이후 2015년 3월6일?11판을 냈다. 출간 직후엔 매년 개편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5년에 1번씩 판을 거듭해온 것이다.
저자는 초판부터 개정판에 이르기까지 홍성대(78) 이사장이 주로 맡고 있다.
이 책은 지난 50년 가까이 약 4500만부가 팔렸다. 60대 이하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대입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은 얼추 한 권씩은 사서 읽었다는 계산이다. 조부모, 부모와 자녀 세대까지 3대에 걸쳐 배운 집안도 수두룩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책으로 수학을 공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60대 초반에서 현재 고교생까지 공부 좀 한다는 학생 치고 <수학의 정석>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필자 역시 고교 3년간 내리 이 책으로 수학공부를 했다. 당시 <국어정해>, <정통종합영어>, <수학의 정석>이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과 출신이던 필자가 본 이 책의 장점은 이랬다. 그것은 △바로 문제풀이로 들어가지 않고 원리 설명으로 시작해 가령 수열이나 미적분 등은 무엇이며 어떻게 발견됐는지, 왜 배워야 하는지 등을 일깨워 줬으며 △문제풀이도 한 가지 길이 아닌 여러 방식을 제시해줬다. 정답보다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몇 해 전 홍성대 이사장 댁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댁에는 비단잉어가 수십마리 유유히 수족관을 유영하고 있었다. 당시 주고받은 문답이다.
-비단잉어를 기르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40년 가까이 관상용으로 키우다 1981년 상산고교 설립 후 캠퍼스 환경 조성에 보탬이 됩디다. 소나무 등 정적인 것과 함께 연못 7곳에서 형형색색의 비단잉어가 유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이 평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요즘도 개정판을 직접 하시나요? 딸과 사위가?수학과 출신이라고 들었는데요.(딸은 최근 서울대 교수를 거쳐 고등수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내가 시작한 것 내가 마무리하는 게 독자들에 대한 책임이고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딸과 사위가 도움을 주고 있지요.”
-상산고교는 개교 얼마 안 돼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린다죠?
“하하, 그런가요? 얼마 전 교장선생님이 ‘작년보다 의대에 많이 보냈습니다’ 하면서 자랑하길래 ‘내가 의대 보내려고 학교 세운 줄 아십니까? 순수과학 하도록 지도해 주세요’라고 했지요.” 그는 “가운 입은 졸업생(의대생)들로 동창회가 가득 찰까 걱정”이라고 했다.
홍 이사장은 7~8년 전 울릉도 중학교 출신을 입학시키라고 권했다. 그런데 교사들은 “울릉도에서 1등 하는 아이가 서울의 중학교의 중간도 못 든다”며 반대하더란다. 결국 상산고교에 입학한 이 학생은 3년 뒤?서울대 서양사학과에 합격했다. 해군 복무 때는 홍 이사장에게 종종 전화해 안부를 여쭸다고 한다.
홍 이사장은 “공부할 여건이 안 돼 그렇지, 그런 학생들이 많아요. 탈북자 출신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기회의 평등이야말로 우리 현실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입니다.”
다음은 <수학의 정석> 초판과 2009년 및 2015년 개정판 저자 머리말이다.
1966년 초판
고등학교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과목은 기억력과 사고력의 조화를 통하여 학습이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도 수학 과목의 학습은 논리적인 사고력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따지는 학습태도가 아니고서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학을 딱딱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수학은 계단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그 기초를 확고히 하지 않고서는 막중한 부담감만 주는 귀찮은 과목이 되기 쉽다. 그래서 이 책은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 힘쓰는 한편, 기초가 없어 수학과목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수학의 기본을 튼튼히 해줌으로써 쉽고도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 책이다. 진지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간다면 수학과목에 대한 부담감은 단연코 사라질 것이며, 수학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필요 충분한 벗이 되리라 확신한다. 끝으로 이 책을 내는데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신 서울대 윤옥경 교수님을 비롯한 수학계의 여러분들께 감사 드린다.(전문) 1966.8.31 지은이 홍성대
2009년 개정판
지금까지 수학10-가, 수학10-나, 수학Ⅰ, 수학Ⅱ,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실용수학으로 세분되었던 고등학교 수학과정은 2009학년도 입학생부터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됨에 따라 수학, 수학Ⅰ, 미적분과 통계기본,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수학의 활용으로 나뉘게 된다.(중략) 특히, 이번 개정판이 마련되기까지는 우선 내 사위 이창형과 딸 홍재현 부부의 무척 컸음을 여기에 밝혀둔다. 저자와 자식 세대가 똑같이 수학 전공의 길을 함께 걷게 되어 흐뭇한 터에 믿을만한 두 사람이 항상 곁에 있으면서 꼼꼼하게 도와준 덕분에 더욱 좋은 책이 된 듯하여 무엇보다 뿌듯하다. 또한, 개정판을 낼 때마다 항상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서울대 김성기 명예교수님께는 이 자리를 빌려 특별히 깊은 사의를 표하며 이창무 선생님과 권춘집 선생님, 양혜경 선생님, 이창무 선생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책이 학생들에게 두고두고 사랑 받는 좋은 벗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다. 2009.7.1 지은이 홍성대
2015년 개정판
지금까지 수학Ⅰ, 미적분과 통계기본,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로 세분되었던 고등학교 수학과정은 2014학년도부터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됨에 따라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Ⅰ, 미적분Ⅱ, 기하와 벡터로 나뉘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새 교육과정에 맞추어 꾸며진 것이다. 특히, 이번 개정판이 마련되기까지는 우선 내 사위 이창형과 딸 홍재현 부부의 무척 컸음을 여기에 밝혀둔다. 저자와 자식 세대가 똑같이 수학 전공의 길을 함께 걷게 되어 흐뭇한 터에 믿을만한 두 사람이 항상 곁에 있으면서 꼼꼼하게 도와준 덕분에 더욱 좋은 책이 된 듯하여 무엇보다 뿌듯하다. 또한, 개정판을 낼 때마다 항상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서울대 김성기 명예교수님께는 이 자리를 빌려 특별히 깊은 사의를 표하며 이창무 선생님과 편집부 김소희, 송현정, 박지영, 오명희 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책이 학생들에게 두고두고 사랑 받는 좋은 벗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다.(전문) 2015.3.6 지은이 홍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