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어느 농업인의 탄식 “농민 위해 출범한 농협, 농민은 안중에 없으니···”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카톡에 남아있던 글을 다시 읽었다. 지난해 10월 건국대 농축대학원 최고위과정인 ‘자생회’ 모임에서 평창 허브나라에 갔다가 한 방을 쓰게 된 경남에서 농업 관련 일을 하는 J후배가 보내온 거였다.

J와 만난 지 3~4년 됐지만 깊은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모처럼 룸메이트가 되니 그의 말문이 터졌다. 그는 이틀 뒤 기자와 나눈 얘기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농협의 문제점과 농산물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속이 시원하다”며 소상히 썼다.

“안녕하십니까? 강원도에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가슴 터놓고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농협 또는 농업에 대하여 간략히 적어봅니다. 농협의 현재상황은 신용과 경제의 분리이후 중앙회는 은행업무에 치중해 본연의 고유업무인 농산물 유통 등은 위축되고 있습니다.

수익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사업활성화에 적자가 심화되어 오히려 예전보다 농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구조입니다. 농산물 판매에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판매가격은 그대로인데 수수료만 받아가는 구조이다 보니 농민들이 힘들어 하고 서로 갈등만 생기는 것입니다.

또 사업분리 이후에 도시점포에 신토불이 판매장을 운영하였는데 지금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협의 탄생에는 농민이 근본인데 지금 사업분리라는 명분으로 농민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수익에만 매달려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도시의 금융점포에 예전처럼 신토불이 창고를 개설하여 농협의 정체성회복을 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또 가격폭락의 농산물이 나오면 고객 판촉행사에 농산물로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두서없이 몇자 올려봅니다”

이어지는 그의 카톡 문자메시지다.

“형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언론쪽에 한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농산물 가격상승시에 항상 전년대비 상승가격을 보도하는데 품목별 생산원가를 한번쯤 파악을 한 뒤에 정확하게 실제가격이 보도되어야 하는데 그냥 폭락한 가격을 대비하여 ‘몇퍼센트 상승’ 이렇게 보도하니깐 우리 농업인들은 죽을 맛입니다.

잘못된 보도로 정부에서는 물가안정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수입을 하여 농업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농산물에 관한 보도를 한번쯤 깊이 생각해서 보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후 1년 2개월여 지난 23일 그에게 전화했다.

“그때 내게 보낸 카톡 문자 아직도 유효한가?”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도 개선된 게 없어요. 그리고 기왕 얘기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요.”

J후배는 “지금 가락동시장은 서울시에서 관리하는데, 인원만 늘리고 아주 비효율적입니다. 가락동시장은 전국의 농축산, 해산물이 집적되는 곳으로 국민들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국가에서 해야지요. 이 얘기도 꼭 써주세요”라고 했다.

2016엔 그의 바램이 조금이라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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