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자승 총무원장 스님의 ‘화쟁 리더십’이 세모 한국사회를 훈훈하게 합니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존경하는 자승 총무원장님!
아직 뵌 적이 없는 스님께 이렇게 공개편지를 올리는 것은 이번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진입과 자진출두 과정에서 총무원장님께서 보이신 ‘화쟁 리더십’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스님께서 경찰에 “하루 더 말미 달라”며 경내 공권력 진입 막아내 성소(聖所)가 침탈되는 사태를 막는 한편, 경찰에 대해서도 명분을 주시며 상생(相生)의 길을 여셨습니다.
이번 원장님의 리더십은 향후 종교계와 노동계 그리고 공권력의 새로운 위상 정립에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21세기엔 21세기에 맞는 시위와 이에 대한 대응문화가 정착돼야 하건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오지 못했습니다.
특히 자승 총무원장님께선 지난 10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에 자진출두하기 직전 “노동법 개정저지를 위해 경찰에 가서도 단식을 이어가고 108배를 계속하겠다”고 하자 평소 끼고 계시던 108염주를 한 위원장에게 건네며 “몸도 챙기며 정진하라”면서 선물하셨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스님께서 얼마나 사려깊으신 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상균 위원장은 수감 중에도 스님께서 주신 염주를 통해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은혜를 늘 기억하고 실천하리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총무원장님.
스님께서는 한상균 위원장 체포를 위한 경찰 진입이 시작되려는 지난 9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경찰과 민주노총 모두 행동을 중단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경찰은 체포 작전을 중단했고, 한 위원장이 자진출두하면서 물리적 충돌 없이 사태가 일단락돼 ‘화쟁 리더십’을 발휘하셨습니다. 편가르기와 진영논리가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상황에서 스님의 리더십은 사부대중들에게 용기와 지혜가 얼마나 필요한지 실천으로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스님께서 총무원장으로서의 신중한 행보를 통해 도법 스님이 이끄는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조계사에 중재와 신변보호를 일임하신 통큰 결정을 하셨습니다. 이에 대화를 강조한 도법 스님은 밤을 새우며 중재에 나섰고, 자승 스님은 일체의 발언을 삼간 채 나서지 않으며 화쟁위에 힘을 실어주셨지요. 스님의 신중하신 행보가 신뢰를 낳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단호한 의지를 발휘해 사태 해결이 가능했다고들 하더군요.
존경하는 총무원장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는지요? 이번에 보여주신 화쟁의 리더십이 한상균 위원장 면회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지난 10월 한 위원장을 만나 두 시간 가까에 얘기를 나눴지만 강경파도 아니고 나름대로 책임의식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를 기다리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총무원장 스님의 지혜와 용기의 리더십을 통해 우리 사회에 산적한 여러 문제들이 을미년 해가 지기 전에 해결되길 바랍니다. 세월호 문제 역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만 2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총무원장 당선 때 하신 “한모금의 물을 마실 때에도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의 고사를 거울삼아 임기 내내 저에게 맡겨주신 큰 책무의 근본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대로 한국불교가 동체대비(同體大悲) ?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부처님 정신을 적극 실천하여 고통 받고 소외된 우리 이웃과 사회를 향해 따뜻한 자비의 발걸음을 지속해 나가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2015년 12월11일 아시아엔 발행인 이상기 삼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