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박근혜 당선인에게 없는 ‘세 가지’
박근혜 당선인한테 없는 게 세가지 있다. 귀걸이, 새치기, 골프채. 앞의 두 가지는 누구나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거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당선인의 귀를 살펴보라. 오늘(1월8일)자 신문에는 인수위원회 오찬에서 식판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가 골프장에 나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매일경제신문 오태식 기자는 지난 11월 말 쓴 칼럼에서, 당시?박근혜 문재인 두 유력 후보 모두 골프를 치지 않는다며 2015년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트컵 대회에 대비해 “골프에 관한 덕담이라도 하려면 굳이 배울 것까진 없어도 부정적인 시각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썼다.
박근혜에게 없는 세가지-귀걸이, 새치기, 골프채는 작지만 박근혜정부의 상징성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먼저 귀걸이. 여성들과 일부 남성들이 귀걸이를 하는 것은 개인취향에 속할 일이라 시비를 걸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지만 여성 장관이나 영부인이 하고 있던 ‘명품귀걸이’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에게 줄대려고?서민들 몇 달치 생활비에 맞먹는 귀걸이를 선물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니 박근혜 당선인의 ‘맨 귀’가 오히려 돋보인다. 모파상의 단편 여주인공의 우화가 대한민국에선 사라질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든다.
다음은 새치기. 박 당선인이 식사시간에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있는 모습에서 ‘권위주의 청산’ 예고를 느낀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몇 년 전 해외봉사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정부산하기관의 장이, 이 단체가 주관한 ‘도전’ 주제 행사가 뷔페식으로 이어지자 “VIP들과 식사할 수 있게 자리 따로 마련하라”며 간부직원에게 역정을 내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지금까지 ‘센 분’들에겐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권위’가 ‘권위주의’에서 온다고 생각하는 지도층 인사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새치기 없는 사회, 백 안 써도 억울한 민원 해결되는 나라, 진짜 보고 싶다.
끝으로 골프. 골프는 더 이상 귀족스포츠가 아니다. 노후 취미생활로, 혹은 지친 심신을 풀기 위해 필드에 나가 자연과 긴 호흡을 하는 것은 나무라기보다 되레 권장할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1분1초 아껴서 국정에, 혹은 사업에 매진하여야 할 지도급 인사들이 골프장을 배회하는 모습은 ‘민생’과 ‘양극화 해소’를 주요과제로 출범하는 새정부와는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해외 출장때 일주일 동안 절반 이상 이들을?골프접대해야 하는 일은 공관 주재원들의 중요한 몫이란 사실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강자독식’의?접대골프와 내기골프는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청와대 최고위인사 가족의 평일 군부대 골프장 이용, 국무총리의 삼일절 골프 파문 등 ‘불편한 사실’을 기억하는 국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말이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없는 세가지, 귀걸이와 새치기와 골프채가 국민행복시대와 ‘품위있는 국격’을 열고 또 높여주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 인수위원 임명식에서 당선인과 마주한 두 여성의 귀에도 귀걸이는 보이지 않았다. ‘좋은 물들이기’는 가까운 곳에서 점점 먼 곳으로 번져나가는 법이라 했다.
관점이 독특한 글입니다. 저처럼 원래 귀걸이 안하는 여자들도 덩달아 올라가게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