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박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전순옥 의원께
존경하는 전순옥 의원님
오는 16~21일 박근혜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순방에 동행하시더군요. 이번 동행이 의원님과 대통령께 좋은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들 두 국가는 1937년 무렵 스탈린에 의해 연해주에서 독립운동과 생계 유지 등으로 질곡의 삶을 살던 우리 선조들이 강제이주당한 곳이지요. 고려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뿌리내리며 현재 우즈벡엔 17만명, 카자흐엔 11만명의 고려인 2, 3세 나아가 4세까지 살고 있지요.
전순옥 의원님
저는 꼭 10년 전인 2004년 이맘 때 9일간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우수토베와 투르베 골짜기 등을 찾았던 기억이 어제 일 같습니다. 8순을 넘긴 고려인 어르신들이 눈물 글썽이며 “여기까지 찾아줘서 고맙소. 고국산천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오. 우리는 고국말을 안 잊었는데, 손자들은 아무도 못해요. 집에선 러시아말만 쓴다오” 하시더군요.
그후 10년, 그분들은 대부분 이 세상에 안 계시겠지요? 영혼이라도 조국하늘을 훨훨 날아다니시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전순옥 의원님!
이번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시는 김에 몇가지 꼭 좀 해주시길 바라며 이 글을 드립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과 대화시간을 꼭 가지십시오. 경호상 혹은 일정상 비서진에서 어렵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청와대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님의 동행을 요청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들러리 세우려고 동행하자고 한 건 아닐 겁니다.
의원님과 박 대통령은 악연도 선연도 아닌 동시대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어쩌면 ‘동지적 관계’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통치시절이던 1970년 11월13일 “노동법 개정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의 사랑스런 여동생과 대통령의 사랑스런 딸이 원수지간일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지 않겠습니까?
한분은 조국 근대화를 이룬 정치가로, 한분은 노동자들 권리를 위해 목숨까지 던진 투사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분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또 한분은 국회의원으로 조국의 미래를 위해 밤낮 노심초사하며 헌신하고 있지 않습니까.
존경하는 전순옥 의원님.
의원님께서 대통령께 몇가지 제안을 드려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오는 11월13일 전태일 열사 분신 44년 되는 날, 박 대통령을 청계천 오빠 동상 앞으로 초대하십시오.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 중 찾았다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발을 돌린 그곳에 말입니다. 올해는 그때같은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기왕 들르는 김에 청계천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노동자들도 격려하고, 중국 일본 등지에서 쇼핑하러 온 외국인들도 만나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라도 나누는 대통령 모습, 상상만 해도 흐뭇합니다. 전 의원님이 초청하면 꼭 오시리라 믿습니다.
전 의원님, 대통령께 이 말씀도 전해주실 수 있을는지요?
“존경하는 대통령님, 참 힘드시죠? 세월호사건 때문에 맘고생도 무척 크셨구요. 힘내십시오. 저는 대통령께서 무슨 무슨 대형사업 같은 것보다 무너져내린 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져주는 일에 매진해 주셨으면 합니다. 관피아, 법피아, 교피아 심지어 언피아 등 그동안 한국사회를 분열시키면서 부익부빈익빈, 강익강약익약을 부추겨온 적폐들을 없애기만 해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업적으로 기록될 겁니다. 원칙과 기본이 지켜지고 이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어 주십시오.”
전 의원님 말씀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꼭 수용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내친 김에 이런 말씀도 좀 전해주시면 어떨까요?
“헌법개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5년 단임으로는 책임있게 정치와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건 대통령께서도 이미 절감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선친 박정희 대통령 초기처럼 4년 연임제로 돌아가면 어떨까요? 물론 여야 모두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겠지요. 하지만 박 대통령님의 진정성과 희생정신을 의심할 사람들은 아직 대한민국에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전순옥 의원님!
글이 길어졌습니다. 두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맺을까 합니다. 이번에도 100명 가까운 기업인들이 수행원 명단에 들었더군요. 그런데 금쪽같이 시간을 쪼개 쓰는 그 많은 분들이 굳이 수행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들 중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며칠 대통령 해외방문단에 끼어봐야 먼 발치서 대통령 얼굴 두어번 뵙고 아무 하는 일 없습디다. 우리들 애로사항도 들으시고, 격려도 해주면 좋을 텐데, 기껏 경제단체장들과만 몇마디 나누는 게 전부입디다. 마지 못해 따라나서긴 하지만…”
존경하는 의원님.
다음 말씀으로 긴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통령님, 야당 사람들도 청와대 종종 불러 차라도 같이 드시지요. 아직 3년반 이상 남은 기간 하실 일이 많지만, 그 일도 무척 중요할 것 같습니다. 소통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요? 모란공원묘지 아시죠? 저희 어머님도 계신 곳. 우리나라 민주주의 위해 애쓰신 분들이 계신 곳, 그곳에 임기 중 꼭 찾아주십시오. 아 참, 한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는 6월25일 보훈병원에 꼭 방문해 주십시오. 그곳엔 6.25전쟁, 4.19혁명, 월남전쟁, 광주항쟁 그리고 이후 서해교전 등에서 부상당한 분들이 짧게는 10년에서 50년 이상 고통 속에 돌아가실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조국의 무관심 속에 눈물을 삼키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제가 모실 테니 꼭 같이 가시지요.”
존경하는 의원님!
장도에 건강과 행운 기원합니다.
아시아엔 발행인 이상기 올림
*추신=카자흐스탄 옛 수도 알마티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우수토베지역의 바슈토베 언덕엔 1937년 연해주에서 강제이주당한 고려인 조상들이 한평도 채 안 되는 땅굴에서 웅크린 채 얼어 죽은 무덤이 여럿 있습니다. 혹 기회가 되면 다녀오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