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욕만 하지 맙시다. 이런 국회의원도 있답니다. ‘소공인특별법’ 전순옥”

[아시아엔=이주형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들어간 전순옥(62)의원이 가장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는 곳이 있다. 소공인 문제다. 17살에 봉제공장에 들어가 시다생활을 시작해 눈물의 빵 조각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전순옥 의원이 봉제, 구두, 가방, 안경, 보석, 액세서리, 인쇄, 금속가공업 등 손기술을 기반으로 주로 도시 지역에 몰려있는 10인 이하의 소규모 제조업체 종사자인 ‘소공인’ 문제에 천착하는 것은 그의 숙명이기도 하다.

35세에 영국 유학을 떠나 노동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12년 만에 귀국해 창신동 소규모 공장지대로 들어가 10여년 여성 봉제노동자들과 보낸 그는 이제 더 이상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이소선 여사의 딸’에 머물지 않을 생각이다.

전순옥 의원이 국회에 들어와 3년간 집중 매달렸던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29일 시행되는데 맞춰 그는 <소공인>(뿌리와이파리) 책을 출간했다.

전 의원이 전국을 돌며 찾아낸 수공업 장인 인터뷰집이다. 전 의원이 논픽션작가로 한겨레 파리통신원 등을 지낸 프리랜서 인터뷰어 권은정씨와 써낸 <소공인>은 9명 장인들을 등장시켜 수공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이 책은 손을 중심으로 몸으로 자신의 삶을 떠받쳐온 장인들의 기술과 노동, 인생에 대한 감동적인 통찰을 잘 보여준다.

경력 43년의 봉제장인 김도영씨, 55년째 구두를 만드는 유흥식씨, 가방 장인 김종은씨 등의 피땀의 기록이다. 이들 장인들은 한결같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아름다운 제품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전순옥 의원은 특히 그동안 ‘소상공인’이란 분류 속에 묻혀있던 ‘소공인’을 구분해냈다. 19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살인적인 노동조건 아래 한국경제의 주춧돌을 놓았지만 80년대 후반 산업고도화에 따라 잊혀진 채 관심은 커녕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한 소규모 제조업 종사자들에게 본래 이름을 찾아준 것이다.

전국의 소공인 업체수는 약 30만개, 종사자는 91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순옥 의원이 소공인 문제에 발벗고 나선 까닭은 그의 말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1989년 영국으로 떠났다가 98년 서울로 돌아왔어요. 돌아와 보니 세상은 참 많이 변했는데, 이전에 공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삶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라고요.”

그는 “이분들에게 희망이 있고, 제조업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9일 시행되는 ‘소공인 특별법’은 봉제공 출신 국회의원이 이 시대에게 던지는 화두이자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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