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선물’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무덥다. 한밤에도 30도를 넘는데다 바람은 없이 습하기만 하다. 짜증도 난다. 내일이면 8월이다. 무더위도 길어야 한달 후면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사라진다.
매년 여름 내게 오는 귀한 선물이 있다. 옥수수와 감자다. 올해도 어김없이 왔다. 전북지역을 맡고 있는 <한국일보> 최수학 부장이 옥수수를 보내왔다. 벌써 10년 이상 됐다. “선배, 시골 옥수수라 맛있어요. 쬐금 맛이나 보세요.” 초기엔 그러더니 요즘엔 말도 없이 그냥 보내준다. 그제 아침 우체국 택배가 있다고 문자메시지가 뜨길래 최수학 후배가 떠올랐다. 어느새 나도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낙원아파트 사시는 팔순 큰형님댁에 10개 남짓 드리고 직원들 책상에 하나씩 올려놓으니 기분이 참 좋다. 파키스탄에서 온 라훌 기자는 찐 옥수수는 처음 본다고 했다. 이 옥수수 내게 오기까지 얼마난 많은 이들의 땀과 정성이 담겼을까?
감자는 ‘바람의 딸’로 불리는 한비야씨 동생 비오씨가 보내준다. 4kg남짓 햇감자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 충북 음성에서 농사를 짓는 비오씨는 매번 펜으로 직접 편지를 써서 함께 보내준다.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비오씨의 정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내년에는 한번 음성에 가서 농사꾼 비오씨를 만나보려 한다. 밭농사는 하루 종일 밭에서 살지 않으면 제대로 거둘 수 없는 걸 알기 때문이다. 1주일에 한번 들르는 본명상 정명호 원장선생님과 직원들과 몇 알씩 나누니 더 좋다.
20년 이상 흔히 말하는 메이저언론사에서 기자생활하다 보니 받는 게 훨씬 익숙하다. 필자가 다니던 한겨레신문사는 창간때 윤리강령을 제정해 촌지거부운동을 펼쳤기에 돈은 받지 않았지만, 밥과 술 얻어 먹고 명절선물까지 거절하진 않았다. 아마 그마저도 철저히 지킨 동료들도 있었을 터이나 필자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받는 게 그다지 어색하지 않고 심지어 기다려지기도 했다. 지금도 명절때면 선물이 배달된다. 그때 하고 다른 게 있다. 이해관계는 전혀 없이 오랜 만남에서 오는 정을 담은 조그만 선물들이다.
그래도 선물은 빚이다. 나는 감사인사로 대신하고 받은 선물을 주변과 나눈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손편지를 써서 감사를 표하면 더 좋으련만 게으른 탓이다. 내게 맘을 담은 선물을 보내주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선물은 베풂이다. 베푸는 것은 아름다움을 나누는 것이다. 아래 글은 혜화동에서 샐리라는 이름으로 살롱을 운영하면서 10여년 간 와인시음회를 107회 진행한 민정춘 박사님이 엊그제 보내오신 글이다. 독자께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다.
샐리가 시음회를 시작한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15년째이고 108회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모두 소중한 분들을 모셨고 의미있게 진행을 해 후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의도에 맞지않게 참석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만, 앞으로는 107회째와 같이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의사분들과 국가와 사회의 공익을 위해 일하는 분들을 위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에 108회때 시범적으로 국가경영을 관계하는 기관과 국민정서에 직결되는 언론기관에 종사하는 분들, 사회갈등과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교수님들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저는 의사와 의대교수들과 시음회 행사진행은 지속적으로 하겠습니다. 환우와 함께 하는 그분들의 정성을 여러 차례 직접 경험한 때문입니다. 일반회원들은 그동안 참석 못한 분을 중심으로 모시겠습니다.
샐리살롱이 옮겨 창업을 했습니다만, 장소가 우이동이라 멀고해서 시내나 대학로, 참석단체가 원하는 장소로 찾아 진행하겠습니다.
지난 107회 시음회를 건대의대 부근인 Hotel CLASSIC 500에서 한 것은 건대의대 대학원장 고영초 박사님이 영예스러운 ‘장기려의도상’을 받은 것을 축하하고, 샐리살롱의 시음회 실행 의도를 제일 먼저 인식하고 표현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시음회 실시 15년만의 결실입니다. 선비(眞儒)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생명을 바칩니다.
참석자의 영상이나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유익하겠기에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음회 방식과 참석자 범위를 변경하는 것은 시음회 목적 가운데 화합과 협동과 포용의 정신으로 사랑과 친교를 나누면서 되레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회원은 초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의사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환우를 진정 사랑하고 환우의 고통을 인지하며 건강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박애와 희생정신을 가진 우리 시대의 마지막 사랑의 실천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시목 민정춘 드림
*추신=지난 초여름 메르스 치료를 위해 헌신하신 대한민국의 참의사 선생님들께 <아시아엔>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