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생각] 국정원 해킹의혹 사건과 전직 국정원장들의 일탈행동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국회 정보위가 27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과 주요간부를 출석시킨 가운데 국정원 해킹 의혹사건에 대해 현안 보고를 들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국정원 임아무개 과장이 자살 전 삭제한 파일의 복구 분석 결과에 대한 보고와 민간인에 대한 사찰 등에 대해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해킹은 적(敵)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이나 집단과 조직의 고급정보를 빼내기 위해 벌이는 행위다. 따라서 과거 도청이나 감청수준을 넘어 컴퓨터에 직접 침입해 고급정보를 얻으려는 경쟁은 정보기관, 심지어 민간기업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건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고급정보는 얻기도 힘들지만 지키기도 그만큼 어렵다. 또 고급정보를 지득(知得)하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해킹대상이 될 수 있다. 거기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들은 언제나 납치, 심할 경우 살해 대상도 될 수 있다. 첩보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으며 이미 벌어졌을 지도 모른다.

고급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정보기관 요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보를 취급하는 기관은 국정원, 기무사, 경찰 등이다. 이밖에 북한정보를 취급하는 군부대 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관은 누가 뭐라 해도 국정원이다. 국내, 해외 그리고 북한과 관련한 정보백화점이다. 국정원 수장인 원장은 대한민국 최상위급 정보소지자인 셈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동선(動線)을 일체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국회 출석 때도 원장 이외에는 직원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주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그만큼 정보기관 요원들은 자신을 철저한 보안 속에 가둬둔 채 목숨 건 임무수행에 나서는 걸 당연한 일로 여긴다. 대다수 국정원 직원들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조직의 지향에 맞춰 일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전직들의 일이긴 하지만 일부 국정원장 출신들의 일탈행위를 보면 걱정이 많이 든다. 주로 정치권 출신들이 그렇다. 해외 나들이는 늘상 있는 일, 이 가운데는 치안이 안 좋기로 평이 나있는 필리핀 같은 나라에도 ‘겁없이’ 내집 드나들듯 한다. 현재 생존 중인 10여명의 전직 원장들이 지금 이 시간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전직 원장이라 해도, 이들은 누구보다 최고급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한 관리와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잘 안 되고 있다면 어서 서두를 일이다. 이런 상상은 제발 오버이길 바란다. ‘어떤 전직 원장은 어느 나라 어떤 기관에 의해 며칠간 납치돼 이미 (온갖 정보를) 털린 것 아닐까?’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본인이 침묵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미국 CIA 현관 벽에는 빨간 별과 함께 이름이 새겨져 있다.?해외에서 임무수행 중 순직한 요원들이다. 그런데 별만 있고 이름이 없는 경우가 있다. 외교관 등으로 위장해 정보활동을 하다 순직한 사람들이다. 또 노란별이 붙은 이름이 있는 것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라고 한다.

정보기관 요원 가운데는 가족조차 그가 어디서 일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프로 정보요원의 세계는 바로 이런 것이다.

20년 가까이 된 일이다. 당시 국정원장은 언론에 종종 등장했다. 주로 행사장에서 만면에 웃음을 띤 채 테이프커팅하는 장면이다.?또 있다. 중동에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국하는 기내에서 담당 요원을 옆에 앉히고 기자회견 하던 국정원장도 있었다. 이들 대한민국 국정원장의 모습이 이름없이 별만 새겨져 있는 CIA 요원과 오버랩 된다. 그들 두명 뿐일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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