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생각] 최진석 건명원 원장의 아름다운 ‘부고문자’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4일 새벽 제 어머니께서 세상을 뜨셨습니다. 저에게 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제 어머니의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어머니는 당신의 별세로는 누구에게라도 폐를 끼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조문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혹시 제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위해 짧은 기도라도 해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최진석 삼가부고”
토요일인 지난 4일 아침 6시46분 필자의 핸드폰에 제법 긴 문장의 문자메시지가 떴다. 자세히 읽어 보니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교수가 보낸 것이었다. 2년 전 이맘때 어느 날 저녁를 함께 하던 중 “모친께서 편찮으셔서 일찍 가봐야겠다”며 일어서던 기억이 났다. 당시 이미 지병이 악화돼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한 느낌도 받았다.
‘아, 최 교수 어머님께서 별세하셨구나’ 하고 조문 갈 생각을 먹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문자를 다시 읽어보니 별세하신 곳이나 장례일자 등을 알 길이 없었다. 그 대신 “어머니는 당신의 별세로는 누구에게라도 폐를 끼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조문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글귀만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혹시 하고 최 교수 핸드폰을 돌렸다. 신호음만 갔다. 최 교수와 가깝게 지내는 서울대 배철현(종교학과) 교수에게 전화해 장례식장을 아느냐고 물었다. 배 교수도 알 길이 없다고 했다. 2년 전 최진석 교수와 함께 종종 와인시음회에 초대해준 샐리살롱의 시목 민정춘 선생도 같은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더 이상 문상을 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필자는 배철현 교수, 민정춘 선생 등과 “최 교수께서 큰 일 모두 마친 후 자리를 마련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자당께서 평생 흘리신 눈물과 땀이 길이 후손들께 깊은 사랑으로 남으리라 믿고 기도합니다. 이상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