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루키] 아프리카 음식 전파에 나선 전윤재 쉐프
안정적인 직장 나와 1인 기업 ‘JT아프리카’ 설립
아프리카 요리를 아십니까.
동남아, 남아메리카 요리까지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여전히 아프리카 음식은 미지의 대상이다. 아프리카 여행을 했거나, 사업차 머문 사람이 아니라면 맛 본 한국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아프리카 식당도 이태원에 하나 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 최근 아시아엔(The AsiaN)에 소개된 아프리카 음식 관련 기사를 보고 그 기사의 주인공 전윤재씨가 누군지 궁금했다.
17일 충무로에서 만난 전윤재(29) JT아프리카 쉐프는 예사롭지 않은 머리 모양새로 한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이라 식사대용으로 커피와 빵을 주문했다. 휴지를 챙기고, 떨어진 빨대를 줍는 몸짓이 빠르고 겸손했다.
JT아프리카가 식당인줄 알았는데, 1인 기업의 상호였다. 명함에는 아프리카 음식문화, 음식체험행사, 음식문화 교육, 음식 문화 전문가 양성이라고 적혀 있다. 전 쉐프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프리카 음식체험 행사를 주로 하고 있다”며 “나머지는 남겨진 과제”라고 전했다.
먼저 아프리카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를 물었다.
“CJ N씨티 소속으로 남산타워와 여주 헤슬리CC에서 5년 정도 요리를 했습니다. 남산타워에서는 양식, 여주 헤슬리CC에서는 한식을 주로 했죠. 대기업에 소속돼 삶은 안정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좋아하던 요리가 싫어지는 거예요. 시키는 일만 하게 되니까요.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1년을 고민한 후 독립을 결심했죠. 그러면서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분야를 생각했고 그게 아프리카 요리였어요.”
원래 전 쉐프가 꿈꿨던 것은 우동가게였다. 직접 육수를 만들고 면을 뽑아 맛있는 우동요리를 세상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돈. 5년 일하고 모은 돈으로는 택도 없었다. 집에서 도와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아프리카 문화를 전파하는 문헌규씨를 알게 됐다. 그를 통해 듣는 아프리카는 점점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길거리를 가다 아프리카 사람을 보면 말을 걸었다. 그렇게 해서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나 친구를 사귀었다. 그 친구들에게 요리도 하나둘 배웠다. 요리사라 척 보면 착이었다. 처음 배운 요리가 아시아엔(The AsiaN)에 소개했던 ‘인제라(Injera)’.
“아프리카 사람들 보면 뚱뚱한 사람이 없잖아요. 못 먹어서라기보다 곡류로 만든 음식 등 건강식이 많아요. 인제라를 쉽게 말하면 인도식 난(Nan) 같은 건데, 며칠 발효를 한 음식이죠. 에티오피아 음식이고요. 처음 먹을 때는 시큼한 맛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금방 적응이 되요. 거기에 채소, 고기 등 ‘와트’를 싸 먹는 거에요.”
지금 그가 만들 수 있는 아프리카 요리는 많지 않다. 재료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가르쳐줄 사부가 없다. 아프리카 친구들이 한국에 있는 재료로 알려준 요리가 세 가지 정도. 해서 올 겨울 아프리카에 간다. 아프리카 대륙이 넓지만 각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는 다 체험하고 올 생각이다. 돈? 전직 요리사가 세상 어딜 가든 할 일이 없겠냐는 거다. 기회가 되면 우리 요리도 전파해줄 마음을 갖고 있다. 그 모든 과정은 동영상으로 기록한다는 계획.
“아프리카하면 가난하고, 불결하고, 미개하다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정말 좋은 것을 많이 느꼈거든요. 순수한 마음이라든가. 아프리카 음식 기행을 하면서 진짜 아프리카 모습을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경남 사천 출신인 전 쉐프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음식을 해 먹어야 되는 상황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부모님이 밭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다 보니 그가 국, 찌개를 끓여 먹을 때가 많았다. 그게 싫지 않았고, 아예 적성으로 받아들여 고등학교 재학시절 양식, 한식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대학에서도 요리를 전공했다.
인터뷰 후 그는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제3차 한-아프리카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별히 볼 일이라도?” “아니요. 누구든 사귀어 보려고요. 기회가 되면 각국 대사들에게 아프리카 요리 공부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볼 생각입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는 시대. 모험을 강행하는 청년들이 아름답다. 전윤재 이름 석자,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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