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루키] ‘사회적기업 예비사장’ 된 고3수험생 정성원 군
청소년카페 서대문구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에 선정?
수능시험을 4개월 여 앞둔 고3 수험생이 다큐멘터리 찍으러 돌아다니고, 청소년카페를 만들겠다고 구청에 사회적 기업 제안서를 내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며 국제학술행사에 참석하는 모습, 상상이 되는가?
서울영상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성원 군의 이야기다. 정 군이 제안한 ‘청소년카페’는 최근 서대문구의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에 선정돼 창업 조사비 700만원, 월 30만원 지원금과 장소를 제공받는다.
정 군은 사회적 기업을 배우기 위해 SK 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 세상스쿨에 5기로 입학하기도 했다. 첫 고등학생 수강자였다.
6월 28일 서울 을지로 SK 사옥에서 열린 세상스쿨 ?5기 수료식에서 정성원 군을 만났다.
-이 시간에 고3 수험생이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수업은 다 마치고 왔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 수업을 마친 후에는 자유롭다.”
-남들은 다 대학 가려고 학원, 도서실 등에서 공부하고 있다. 또 지금 기말시험 기간이지 않나.
“이런 활동으로 뺏기는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학생이니까 당연히 공부를 한다. 2학년 1학기까지 상위 30% 안에 들었다. 지금은 좀 떨어졌을 것 같다. 특별전형으로 입학해 하고 싶은 활동하면서 지금 수준이 된 것도 만족한다.”
-가고 싶은 대학이 있을텐데.
“영상관련 학과에 들어가고 싶다. 특별히 어느 한 대학을 염두해 두지는 않았다.”
정성원 군은 이날 사회적기업 세상스쿨 수료식에서 청소년카페 PT로 장려상을 받았다. 수료생 100명 가운데 13명만 발표한 특별한 자리였다.
-어른들도 사회적 기업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우리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에 그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를 계속 만들어 왔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좀 더 효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중 사회적 기업에 대해 알게 됐다.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SK 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 세상스쿨에 입학하게 됐다.”
정 군은 이어 “서대문구에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에 청소년카페를 제안해 선정됐다”고 말했다. 700만원의 지원금과 장소가 제공된다. 정 군은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청소년 지원사업에도 공모할 계획이다.
-청소년카페를 소개해 달라.
“요즘 청소년들이 갈 수 있는 곳이 PC방, 노래방, 전자오락실 정도다. 이번에 제안한 청소년카페는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의 문화, 예술, 소통의 공간이다. 운영주체도 청소년이다. 저렴하게 다과를 제공하며 선배들에게 고민상담과 멘토링도 받는다. 넉넉한 공간에서 문화, 예술 활동도 펼쳐진다.”
-고등학생이 하기엔 벅차보인다. 감당할 수 있나.
“부모님과 계속해서 상의할 생각이다. 서대문구 관계자 분들도 도움을 주겠다고 하셨다.”
-‘일진’들이 장악하거나 유흥으로만 흘러간다면.
“청소년카페에 청소년지도사 한 분이 상주하게 된다. 또 청소년카페 일 중 하나가 그들을 변화시켜 꿈을 심어주는 것이다. 걱정하지 않는다.”
-일 하면서 학교생활이 가능한가.
“교장선생님께서 조기 취업으로 처리해 주셔서 이번 학기를 끝으로 학교는 나가지 않아도 된다. 기말 시험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부모님 걱정이 크실 것 같다.
“부모님은 고등학교 과정을 모두 마치고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하신다. 이 일을 하면서도 대학에 합격할 자신있다고 안심시켜 드렸다.”
정 군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된 바탕에는 늘 믿고 배려해 준 부모님의 영향이 가장 컸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해외를 다니며 경험한 것들이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어디를 다녔나.
“초등학교 때 뉴질랜드에서 1년간 공부하면서 학업과 경쟁보다는 자연을 아끼고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 중학생이 돼 방학 때마다 필리핀, 중국, 태국 등 단기 봉사에 참여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됐다.”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중 1때 김우현 감독님의 <인간극장>, <팔복>을 접하면서다. 그러다가 중3 때 중국으로 ‘비전 트립(단기선교)’을 가게 됐는데, 압록강을 따라가면서 본 북한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참혹하게 살고 있는 북한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영상으로 그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후 여러 영상물 공모전에 출품하면서 꿈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 군은 국사편찬위원회와 강원대가 공동주최한 역사 UCC공모전에 <빼앗긴 6월25일>로 장려상을 받은 후 고등학교 2학년 때는 5명에게 주어지는 제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미래, 청소년>, <나는 전문계 고등학생입니다>, <학교를 뛰어넘은 아이들>, <출발, 그 설렘 앞에서 나의 길을 묻다>, <Upstroke -거리 위의 리듬>을 제작했다. 지금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최훈민 군의 입시경쟁교육 반대 1인 시위에서 시작하는 <희망의 우리학교>를 만들고 있다.
-마지막 질문. 하고 싶은 일이 사회적 기업인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 일인가.
“다큐멘터리 감독이 목표다. 사회적 기업은 과정이고. ‘담넘어 프로덕션’이라는 회사를 세워 소통의 매개체가 되고 싶다.”
인터뷰 다음 날 정성원 군을 소개해준 후배에게 그에 대해 물었다. “성원이는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가치 있는 일이라 판단하면 집중해서 이루려는 능력이 대단하죠.” 게다가 잘 생기고 스타일도 좋은 성원 군. 앞날을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