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루키] 컬렉터가 주목하는 극사실 화가 장필교


한국국제아트페어에?출품한?8작품 중 4작품 컬렉터 손에

섬세하고 뛰어난 필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장필교 작가가 9일 서울 명륜동 아시아엔(The AsiaN)을 방문했다.

장필교 작가는 최근 골든 아트페어, 화랑미술제, 상해 아트페어에 소개되며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신진 작가 중 한명이다. 지난달 17일 끝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선 출품 작품 8개 중 4개가 주인을 만났다. 키아프에서 50% 간택은 인기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는 증거.

사실 나이로 보면 장 작가에게 신인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세종대 회화과 87학번, 40대 중반이다. 졸업 후 바로 작품 활동을 했다면 중견에 속할 386세대다.

하지만 그는 졸업 후 한참을 붓을 놓고 방황했다. 왜 그림을 그려야하는지 무엇을 그려야 할지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졸업 후 특별한 일도 없이 그림도 그리지 않는 아들을 부모님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별 다른 이유없이 힘든 시기였죠. 일본에서 유랑도 했고. 하루하루를 때우기가 벅찼어요.”

헐거나 너절해져 버린 질긴 옷 안에 낙엽이 소복하다. 정필교는 이 그림을 보고 허수아비라 불렀다.

오랜 방황의 시간을 지나 2004년 다시 붓을 들었다. 그의 나이 서른일곱. 그림 안엔 작가가 오래 고민한 흔적이?묻어난다. 구겨진 옷, 종이 가방, 과일을 집중적으로 그렸다. 배경은 진청 혹은 검정색, 그림 한 곳엔 꼭 낙엽이 뒹군다. 그림의 제목은 허수아비, 잃어버린 시간. 어두운 배경에 빛을 받아 강렬한 색을 띠는 오브제. 그것들은? 외롭고 쓸쓸하다.

최근에는 낙엽대신 목각인형을 그림에 등장시키는데 재미를 들였다. 배경도 한결 밝아졌다. 수 많은 목각인형들이 익살스런 포즈로 그림에 활력을 준다.? 바게트 빵 끝에 매달린 목각인형, 떨어지는 사과들을 피해 도망가는 목각인형들, 모나리자에 치솔을 갖다대고 있는?목각인형.

반디트라조스 신수정 큐레이터는 “작가에 의해 생명력을 부여 받은 이 관절 목각인형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화방에 가면 목각인형을 팔아요. 인체 구성 연습용으로 많이 활용하죠. 그림에 활용하면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내 생각을 표현하는 그림 속 대상으로 쓰기도 좋았고요.”

장 작가는 유쾌한 풍자와 해학으로 캔버스 위 목각 인형들의 다양한 에미소드를 연출해내고 있다.

그의 그림은 극사실화다. 흔히 사진 같다고 말하는 그림. 극사실주의 작가들이 주로 그리는 풍경, 인물 보다는 정물을 선호한다. 작가의 상상에 의해 재구성된 극사실화다. 붓은 0호 혹은 1호를 사용한다. 아주 작은 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세필붓이다.

“제 그림을 보고 사진 같다는 말은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 그림은 그림답게 그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보면 뭔지 바로 알 수 있는.”

장 작가는?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는 스타일이 아니다.?그 흔한 블로그도 없다.?작품도 많이 그리지 않는다. 많이 그리면 한 달에 한 작품. 큰 그림도 잘 안 그린다.

“세밀한 작업이다 보니 에너지가 많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큰 그림은 잘 안 그리게 되고요. 그래도 그려야죠. 크게 표현해야 좋을 때도 있으니까.?부지런을 떨어서 그림을 알리는 일도 좀 해보려고요.”

전업작가의 삶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늘 쫓기는 인생이죠. 아트페어에서 그림이 팔리면 그걸로 빚 갚기 바쁘죠. 임대료, 미술 재료비가 꽤 들어요.”

그래도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의 목각인형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층이 생기고 있다. 장 작가의 마음을 빼앗는 새로운 오브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목각인형 시리즈를 계속 그릴 생각이다.

“인생이 서커스판 같아요. 목각인형은 그걸 표현하기 아주 좋은 도구고요. 전에도 모나리자 패러디 그림을 그렸는데, 앞으로 목각인형을 활용한 명화 패러디를 좀 더 다양하게?해 볼?생각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뭉크의 ‘절규’로?지난 5월?2000만달러(1363억원)에 거래가 됐다. 그림 경매시장인 소더비, 크리스티에서 장필교 작가의 그림이 거래될 날은 언제일까. 장 작가가 ‘싱긋’ 웃는다.

*그림 한 장을 클릭하시면 슬라이드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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