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징비록①] “아직 종식 안돼…엔데믹 단계로 매년 유행할 가능성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의료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악마(惡魔)는 잠들지 않는다”는 소설 제목과 같이 재난은 반복해 일어난다. 예를 들면, 지난 1918년 스페인독감(Spanish flu)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다. 2000년 이후 국내 신종감염병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19년 코로나19 순으로 발생했다.
감염병이 돌아오는 주기를 살펴봤을 때 6년-6년-4년이 걸렸으며, 새로운 ‘감염병(Disease X)’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지난 3년4개월 동안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상처는 크고도 깊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학회 등 단체와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개입해서 작성하는 ‘코로나19 징비록’을 발간해야 한다. 이 기록물은 향후 감염병 대응에 좋은 체크리스트가 될 수 있다. 영국도 코로나 방역 정책의 공과를 따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아직 종식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 풍토병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매년 유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징비록(Book of Corrections)은 조선 선조 때 류성룡이 쓴 임진왜란 전란사로서,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 동안의 일어난 일들을 수기(手記)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에는 임진왜란의 원인과 전황 그리고 자신의 잘못과 조정의 실책, 백성들의 조정에 대한 비판 등을 담고 있다. 이후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의 공과를 평가하는데 사용되었다.
20세기 최초의 팬데믹이었던 스페인 독감은 1917년 말에 발생해 1919년 4월 소멸되었다. 당시 세계 인구 18억-19억명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5억명이 감염되었으며, 세계적으로 사망자는 4천만~5천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독감은 유럽에서 창궐했던 14세기의 흑사병과 함께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전염병이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봄, 1918년 가을, 1919년 봄에 걸쳐 3차례 유행이 전 세계에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집단 발병한 폐렴이 시작이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가 12월 31일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해 격리치료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우한시는 후베이성의 중심도시로 인구는 1100만명이며, 당시 우리나라 교민도 유학생을 포함해 1천여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고 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이며, 2019년 말 처음 인체 감염이 확인됐다는 의미에서 ‘2019-nCoV’로 명명됐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우한 폐렴’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으며, 우리나라는 2020년 1월 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우한 거주 중국인 여성(35세)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되어 국가 지정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WHO는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에 대해 감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경고 등급(6단계)에 해당하는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을 선언했다. WHO 사무총장 거브러여수스 박사는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COVID-19가 팬데믹으로 특정지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1948년 WHO가 창립된 이래 팬데믹을 선언한 사례는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그리고 ‘코로나19’가 세번째이다. 홍콩독감(바이러스 H3N2)은 6개월 기간 동안 주변 아시아 국가는 물론 유럽, 아프리카, 호주, 남미 등으로 확산되어 전 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멕시코에서 발원된 신종플루(바이러스 H1N1)로 전 세계에서 1만8500명이 사망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70만명이 감염되어 263명이 사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주요 호흡기 전염병의 치명률은 △에볼라(50%) △메르스(34%) △사스(10%) △코로나(1.4%) △계절독감(0.2%) 등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와 사망자(일주일 평균)는 2020년 1월 24일 확진자 286명(사망자 8명), 2021년 1월 26일 확진자 343만8878명(사망자 1만4706명), 2022년 2월 28일 확진자 155만6979명(사망자 8556명)이다. 그리고 2023년 7월 1일 기준, 230국에서 총 6억 8662만 674명이 확진되었으며, 685만6257명이 사망했다. 국내 확진자는 3213만1606명, 사망자는 3만501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