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학박사 박명윤 칼럼] 전세계가 한국의 ‘메르스 대처역량’을 주시하고 있다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비상사태에 비유되는 말이다. 5월20일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 해당 병원과 보건당국이 철저히 관리했으면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1호 환자’의 밀접 접촉자들을 누락하고 메르스 전파력을 과소평가하는 등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5일 현재 국내 메르스 환자는 총 41명으로 늘어났으며, 4명이 사망했다. 격리 대상자는 1667여명으로 약 90%는 자가(自家)격리이며, 62명은 격리 해제되었다. 휴업에 들어간 학교도 전국에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총 1163개다. 메르스 확산 속도와 폭은 정부 보건당국의 예상과 달리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여 중동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부끄러운 나라가 되었다.

국민은 불안을 넘어 ‘메르스 공포’에 가슴을 졸이고 있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정치싸움에 골몰하고 있어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국민들에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 여러 나라가 우리의 메르스 사태를 통해 한국의 의료수준과 대응능력을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 추락한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을 끌어 올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청와대는 대통령비서실 내에 정책조정수석과 고용복지수석이 반장을 맡은 ‘메르스 관련 긴급대책반’을 편성해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박자 늦은 대응이란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1일부터 9일까지 중동 4개국을 순방하는 일정 중에 사우디아라비아를 3일부터 1박2일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 메르스 감염 숙주(宿主)로 알려진 낙타고기를 두 나라에서 대접받았다.

청와대와 보건당국이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의 위험성에 관해 충분히 숙지하고 대책을 철저히 세웠다면 오늘날 메르스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2-2003년에 사스(SARSㆍ중증(重症)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하여 775명이 사망했다. 이에 ‘사스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중국은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한국인이 홍콩을 통해 중국에 입국한 것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만약 중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다면 한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한국이 환자의 출국을 막지 않은 것에 대하여 비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4월 노무현 정부 당시 홍콩에서 사스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군(軍)을 포함한 관계부처를 총동원하여 범정부 종합상황실을 만들어 당시 고건 국무총리가 진두지휘했다. 중국, 홍콩과 달리 추정환자 3명이 나왔을 뿐 확진 환자는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WHO는 한국을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고 불렀다.

그후 12년, 감염병 상시 경계태세가 좋지 못해 첫번째 메르스 환자도 늦게 발견해 열흘 동안 방치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나오면서 정부의 방역(防疫) 체계가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줄곧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공언했던 3차 감염자가 출현하여 보건 당국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는 지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생해 인근 중동국가로 확산된 이후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3년간 인천공항 등을 통해 입국하는 승객들을 상대로 방역 신고방송이나 안내문 배포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 최초 환자인 68세 남성이 중동 지역 방문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도록 한 것은 보건 당국의 무신경 때문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인 최초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전체 2차 감염자 24명 중 20명이 나왔으며, 이들 중 2명은 사망했다. 최초 환자가 2인 병실에 입원한 기간은 단 3일(5월15~17일)이며, 병실에 같이 있던 아내와 옆 병상 환자와 가족, 같은 병동 다른 병실 환자들, 간병인, 문병객, 병동 간호사 등이 감염되었다. 최초 환자가 병원에 입원한 기간은 폐렴(肺炎) 증세를 심하게 보인 시기로 기침으로 나오는 메르스 바이러스 농도가 짙을 때였다.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메르스 첫 감염자 행적을 정확히 파악하여 접촉한 사람들을 빈틈없이 추적했어야 했는데, 보건 당국이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이 메르스 확산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의 주요 증상인 폐렴환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즉, 의료기관을 찾은 폐렴 환자 중 원인을 알 수 없거나 항생제 등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50세 이상 만성질환이 있는 폐렴환자일 경우 전수(全數)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격리 대상자 관리도 강화하여 시설격리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한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시행한다. 자가 격리자도 하루 두번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연락이 되지 않으면 보건요원들이 현장을 방문하도록 했다.

메르스 같은 호흡기 전염병은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서로서로 조심하면 극복할 수 있다. 메르스는 일상적인 활동으로 감염되지 않으므로 지나치게 불안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동국가를 다녀왔거나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뒤 2주 이내 발열, 기침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메르스를 의심할 수 있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보건소나 메르스 핫라인(043-719-7777) 등으로 연락해야 한다. 메르스 의심환자로 판단되면 보건소 구급차로 의료기관에 이송해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도착 즉시 메르스 의심환자임을 밝혀야 한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와 다른 사람에게 감염된다. 감염이 가능한 거리는 재채기는 약 6m, 기침은 약 2m이며 바이러스는 환경에 따라 최대 48시간 생존한다. 이에 기침과 재채기는 침방울이 튀지 않도록 입과 코를 손수건이나 휴지로 가리고 하여야 하며, 급하면 팔꿈치 안쪽으로 가리고 하여야 한다.

개인은 면역력을 키우고, 손 씻기 등 감염병 예방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기침ㆍ콧물ㆍ발열 등 감기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한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을 피하고,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 3차 감염 사례가 있으나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3차 감염이 주로 병원에서 일어났으므로 지역사회로 확산을 차단하는데 보건당국이 전력투구하여야 한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치료 및 확산 방지를 위하여 예비비 등 예산지원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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