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가이도 박명윤 가족여행②] 내년 여름에도 온가족 또 다시
홋카이도는 일본 열도를 이루는 4개 주요 섬 즉 혼슈(本州), 홋카이도(北海道), 시코쿠(四國), 규슈(九州) 가운데 하나로 일본 북단에 있는 큰 섬이다. 북해도는 지방에 있는 도(道)이며, 도청 소재지는 삿포로시(市)이다. 북위 41-45도 사이에 위치한 홋카이도 면적은 우리나라 면적(100,410km2)의 약 80%에 달한다. 한편 인구는 일본 전체 인구의 4% 정도인 약 520만명에 불과해, 인구밀도(61.3명/km2)가 낮다.
기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위도는 서울은 북위 37도, 삿포로는 북위 43도이므로 6도 차이 난다. 대략 30도에서 60도 사이를 ‘중위도’라고 하며 저위도와 고위도의 중간이다. 중위도에서는 사계절 변화가 나타난다. 홋카이도의 여름은 강렬하지만, 대개 6월부터 8월까지를 여행하기 좋은 시즌으로 본다. 필자가 홋카이도를 찾은 4일(7월26-29일)동안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었다.
홋카이도 지형은 대규모의 산지, 화산, 평야가 펼쳐져 있다. 낙농업이 발달했고, 기계농업이 대부분이다. 일본 해구(海溝, trench)를 마주보는 동부를 제외한 홋카이도 대부분은 일본 내에선 그나마 지진의 영향을 덜 받는다. 겨울이 되면 오호츠크해의 습기를 머금은 해풍이 부는 까닭에 눈이 많이 내리며, 세계애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다설지(多雪地)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에서 홋카이도는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좋은 지역으로 13년 연속 가장 매력적인 지역 1위로 선정되었다. 또한 음식이 맛있는 지역 1위, 관광 가고 싶은 지역 1위, 주민 성격이 좋아 보이는 지역 1위 등 거의 모든 선호도 랭킹에서 일본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북해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지가 좋으며,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일본 여행지로 많이 꼽힌다.
우리 일행은 홋카이도에 7월 26일(수) 오후 도착하여, 첫날밤은 삿포로 시내 호텔(Ibis Styles Sapporo Hotel)에서 보냈다. 7월 27-28일 이틀은 온천이 있는 시골로 가서 온천욕을 즐겼다. 27일(목) 호텔에서 아침 뷔페를 먹은 후 버스를 타고 오타루(Otaru)로 향했다. 약 30분 후에 ‘감성천국’ 오타루에 도착하여 1899년 창업한 ‘다나카 주조공장’을 방문했다. 홋카이도의 쌀과 덴구산의 눈이 녹아내린 물을 이용해 술을 제조하고 있다.
오타루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오타루 운하’이다. 1923년 완성된 오타루 운하는 화물을 수송하는 역할을 했다. 과거에 홋카이도 경제의 중심으로서 발전한 항구도시 오타루는 바다에서 배를 이용하여 화물을 싣고 내렸기에 작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타루 운하를 조성하였다. 현재는 운하를 따라 카페, 레스토랑, 상점, 박물관 등이 있어 산책과 함께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오타루 오르골당’(Otaru Orgel)은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가득 차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오르골(Orgel=Music box) 전시장이다. 3만여점의 세계 각국 오르골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판매를 한다. 1912년부터 지금까지 그 역사를 이어온 오르골당의 내부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예쁜 오르골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아기자기한 오르골 디자인과 소리도 예쁘지만, 벽돌과 나무로 지어진 내무 인테리어도 고풍스럽다. 필자는 오르골(시계) 한 개를 5천엔에 구입했다.
오타루의 특산품 중에는 유리제품이 있다. 유리공예를 대표하는 기타이치가라스 공방을 시작으로 유리공방들이 늘어선 기타이치 가라스 공방거리(Kitaichi glass workshop road)가 있다. 유리공방 거리는 유명 영화에도 등장했다. 공방에서 유리와 크리스털(crystal)로 만들어지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유리 제품이 다양하다. 작은 조각부터 유리잔, 접시 등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이틀째인 27일은 일본 전국에서 손꼽히는 온천마을이자 홋카이도 3대 온천 중 하나로 유명한 노보리베츠 온천 휴양지에 위치한 석수정 온천호텔(Noboribetsu Sekisuite)에서 숙박했다. 료칸 스타일 호텔이다.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온천욕 체험과 맛깔스럽고 세련된 호텔 뷔페식을 제공했다.
노보리베츠 지옥계곡(jigokudani)은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계곡으로 지옥(地獄)이 있다면 마치 이곳과 비슷할 것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아직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활화산(活火山) ‘카사야마산’의 분화구로, 넓은 화산지대에서 쉼 없이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적갈색과 황토색으로 뒤덮인 계곡을 구경하다 보면 독특한 유황 냄새도 맡을 수 있다. 이 계곡은 유명한 온천 마을 ‘노보리베츠’의 상징과도 같으며, 계곡 주변으로 15분 정도 소요되는 산책코스도 있다.
일본은 화산국이기 때문에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전국에 걸쳐 3100개소가 넘는 온천이 분포되어 있다. 온천은 질병을 치유하는데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에도시대(江戶時代, 1603-1867)부터 온천은 농한기의 농민들이 농작업에 의한 부상이나 피로를 치유하는데 이용되었고, 그들이 장기적으로 체재하는 시설이 온천지역으로 정비되었다. 온천욕은 아침식사 전에 그리고 저녁식사 후에 하루에 2번하는 것이 좋다.
온천욕 때 지켜야 할 규칙은 △몸을 깨끗하게 씻고 들어가며, 때를 밀면 안 된다, △수건 등을 탕 안에 넣으면 안 된다, △천천히 몸을 담그고, 15분 정도 몸을 담근 후 탕에서 나온다. 온천은 부상 치유 효과가 뛰어나 원숭이, 사슴, 학 같은 동물들이 다쳤을 때 온천욕을 했다고 전해진다. 지고쿠다니 야생 원숭이공원에서는 지금도 원숭이가 온천욕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루 1만톤의 온천 용출량을 자랑하는 노보리베츠(Noboribetsu) 온천에는 무려 아홉 가지의 온천 성분이 있다. 즉 △유황천 △명반천 △식염천 △철천 △산성철천 △망초천 △녹반천 △중조천 △라듐천 등이다. 하나의 온천지에서 이렇게 다양한 온천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노보리베츠 온천에서 가장 일반적인 온천 성분인 유황천은 노폐물을 배출하는 디톡스(detox) 효과, 기미 등의 원인이 되는 멜라닌(melanin) 배출 효과가 있다.
28일(금) 오전에는 일본의 전국시대 말기에서 에도시대 초기에 걸친 문화와 역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 ‘노보리베츠 디테 지다이무라’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쇼 관람, 쇼핑, 그리고 닌자 표창 던지기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일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테마파크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에도시대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필자는 옛 일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이곳 닌자 가스미 저택(Kasumi Ninja House)에서 ‘닌자 쇼’를 그리고 일본전통문화극장에서 ‘오이란 쇼’를 관람했다. ‘닌자 쇼’는 계략으로 가득한 닌자 저택에서 서로 다른 닌자들 간에 벌어지는 투쟁을 그렸다. 닌자(忍者)란 가마쿠라시대부터 에도시대까지 존재하여 활동하였던 일본의 특수 전투 집단을 말한다. 이들의 임무는 첩보, 파괴, 침투, 음모, 암살 등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전술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이란 쇼’는 호화찬란한 에도시대의 오다이진 놀이를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선보였다. 오이란(花魁)은 일본 에도시대의 유녀(遊女)중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자를 부르는 호칭이다. ‘오다이진 놀이’에 한국인 남성 관광객이 즉흥적으로 ‘쇼군(통치자)’로 출연하여 일본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추어 큰 박수를 받았다. 쇼가 끝나면 관객들은 입장할 때 받은 종이에 돈(주로 동전 10엔 이상)을 싸서 무대 위로 던진다.
점심은 노보리베츠 다테 지다이무리에 왔다면 꼭 맛봐야 할 음식인 ‘도리무시 우동(닭찜 우동)’을 먹었다. 이 현지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육수에 담아서 먹는 면이 아닌 ‘찐 우동’이다. 나무로 만든 직사각형의 찜통에 닭고기, 채소, 우동면을 넣고 쪄낸다. 뚜껑을 열면 연기가 폴폴 풍기며 먹음직스럽게 익은 음식이 나타난다. 고기나 채소, 면을 집은 다음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식사 후 버스로 약 1시간 걸려 도야(Toya)에 도착하여 푸르게 일렁이는 도야호수에서 유람선을 약 50분간 탔다. 도야호수는 일본에서 아홉 번째로 큰 호수로 둘레가 약 43km로 굉장히 넒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펑펑한 지형에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칼데라(큰 솥) 호수(caldera lake)이다. 도야호수의 풍경은 홋카이도 3대 경관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는 활화산 쇼와신잔(昭和新山)은 1943년 12월, 우수산의 화산 활동으로 인해 생긴 화산이다. 근처에 가면 뿌연 분연과 매캐한 유황 냄새가 난다. 그 사이로 전망대(Sairo Views)에서 도야호수의 광활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푸른 호수 너머로 보이는 우스산과 쇼와신잔의 능선과 탁 트인 시야는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나카야마 고개’에서 홋카이도의 작은 후지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요체이산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인기 간식은 야게이모(튀긴 감자)이다.
홋카이도 여정의 마지막 밤은 유서 깊은 죠잔케이 온천마을에 위치한 료칸풍 온천호텔에서 보냈다. 여유로운 공간의 온천 대욕장에서 그리고 일본식 정원 분위기의 노천탕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이 호텔의 특징은 세면대, 화장실, 욕실이 분리되어 3인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필자가 지난 1992년 여름 캐나다 청소년정책연구를 위한 1주일 공무출장 후 일본청소년연구소를 2일간 방문했다. 당시 UNICEF 동료(일본인)가 자신의 아파트를 빌려주었다. 이 아파트의 화장실 구조가 3인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7월 29일(토) 아침 식사 후 죠진케이에서 삿포로로 이동했다. 공항으로 가기 전에 약 1시간 동안 자유시간이 있어 필자는 아내와 함께 삿포로 시내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했다. 홋카이도 여행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조형물은 1876년 개교한 삿포로농학교(Sapporo Agricultural College, 현 북해도대학) 초대 교두(敎頭) 클라크(Wiliam Smith Clark, 1826-1886)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동상과 흉상이다.
클라크 박사는 미국 매사추세츠 농업대학(현 매사추세츠대학교)의 학장을 지내고, 홋카이도 개척을 위해 삿포로농학교에 초빙돼 초대 교두로서 농학, 식품학, 자연과학을 영어로 가르쳤으며, 선진 기법의 낙농업을 홋카이도에 정착시켰다. “Boys, be ambitious!”(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삿포로농학교 클라크 박사의 명언이다.
클라크 박사 흉상은 1926년 북해도대학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이후 일본 전역에서 몰려온 인파로 대학교 강의에 지장이 생긴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한편 클라크 박사 동상은 1976년 클라크 박사 방문 100주년,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해 삿포로 히츠지가오카 전망대가 있는 목초지에 세웠다. 클라크 박사는 홋카이도는 물론 일본 전체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현지식인 돼지고기 덮밥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삿포로에서 버스로 약 1시간 걸려 신치토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제주항공(7C1901)편으로 출발하여 저녁 7시 10분경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철도편으로 우리집 인근 DMC역까지 약 50분이 걸렸다. 가족 모두 건강한 몸으로 3박4일 동안 즐겁고 유익한 홋카이도 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