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가이도 박명윤 가족여행①] 환희와 감사의 ‘3박 4일’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필자는 공무출장, 국제회의 참석, 세미나 발표 등으로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을 했으나, 북해도(北海道, 홋카이도)는 이번에 처음이었다. 아내의 팔순을 기념하여 우리 가족 3대(7명)이 7월 26일(수)부터 29일(토)까지 3박4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가족여행 비용 1400만원(1인당 200만원)은 필자가 부담했으며, 아내는 여행 출발 전에 폭우와 홍수로 피해를 본 수재민 의연금 100만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했다.
우리가 선택한 하나투어 패키지 여행상품에 32명이 동참했다. 대부분 가족, 친척, 친구 등 7개팀으로 구성되었다. 우리가족이 우리 내외, 딸 셋, 둘째사위, 외손자 등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행 중엔 미국 병원(Kaiser Permanente Medical Group) 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의사 G. Hayward 내외(부인은 한국인)가 2주간 휴가를 내어 슬하 남매와 서울 거주 장인·장모와 함께 여행팀에 합류했다. 또 대학생 새내기 쌍둥이(허원석·원준)와 동생이 엄마와 함께, 그리고 60-70대 자매팀, 여고친구 2명 등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했다.
코로나19 이전에 우리가족은 미국 동부와 캐나다 그리고 하와이를 거쳐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와 손자가 올해 고등학교 2학년으로 학원 등에서 과외를 하고 있어 여행일정을 가까운 일본 3박4일로 변경했다. 미국 여행은 외손자가 대학에 입학한 후 실행할 예정이다.
여행 출발일 7월 26일(수) 서울 날씨는 흐리고 비가 약간 뿌렸다. 아침 8시 둘째딸이 주선한 15인승 밴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필자는 공항철도편으로 인천공항을 가자고 했으나, 딸들이 80이 넘은 부모님을 편안히 모셔야 한다며 17만원을 지불하고 밴을 불렀다. 또한 여행 중 보행에 도움이 되게 독일산 지팡이도 준비해 주었다. 약 50분만에 공항에 도착하여 하나투어 가이드를 만나 출국수속을 했다. 가이드가 3박4일 전체 일정을 우리와 함께 했다.
필자는 처음으로 지팡이를 짚고 보행했다. 비행기 탑승 시 지팡이를 짚은 필자에게 우선탑승 편의를 봐주었다. 제주항공(7C1902)은 인천공항을 낮 12시 20분에 출발하여 오후 3시 북해도 삿포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출발이 공항 활주로 사정으로 약 1시간 늦어졌다. 오후 4시경 삿포로공항에 도착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입국 시 코로나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했으나 지난 4월 28일부터 필요가 없어졌다.
관광버스(45인승, Yuai Kanko)편으로 하나투어 단독 호텔인 ‘이비스 스타일즈 삿포로’(ibis Styles Sapporo)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다. 이비스 스타일 삿포로 호텔은 삿포로 시내 최대 번화가인 스스키노 거리와 나카지마 공원 사이에 위치해 쇼핑과 자유시간을 보내기 편리했다. 객실은 30m2 규모의 크기로 ‘땅, 눈, 아틀리에, 라벤더’ 4가지 컨셉으로 꾸며져 있다.
저녁 식사는 홋카이도의 명물 게 요리와 고기 샤브샤브를 무제한으로 즐겼다.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특산품 중에 대게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식사 후에 삿포로시 최대 번화가인 스스키노 거리에서 자유 쇼핑시간을 가졌다. 이 거리에는 큰 빌딩 안에 5000여 개의 댜양한 상점들이 밀집되어 있다. 또한 먹거리와 유흥가도 모여 있어 일본인들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오오도리 공원에서는 ‘삿포로 맥주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매년 7월 중순-8월 중순 약 한달 동안(올해는 7월 21일부터 8월 16일까지) 운영되는 일본 최대 규모의 비어가든(The Sapporo Beer Garden)은 삿포로 맥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홋카이도 여름축제다. 약 13,000석의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고 자유롭게 맥주를 구매하여 마실 수 있다. 영업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다.
삿포로역에서 오오도리 공원으로 향하다 보면 왼쪽에 눈에 뜨이는 건물이 보인다. 옛 삿포로농학교(현 홋카이도대학교) 연무장으로 ‘삿포로시계탑’이 있다. 삿포로농학교(농업학교)는 메이지시대(1868-1912) 초기 1876년에 홋카이도(道) 삿포로시(市)에 위치한 교육기관으로, 일본 최초의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이었다.
삿포로농학교는 홋카이도 개척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삿포로의 발전에 따라 규모도 확대되어, 도호쿠제국대학농과대학, 홋타이도제국대학, 홋카이도대학(Hokkaido University)으로 순차적으로 개칭되었다. 홋카이도대학은 201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스즈키 아키라 등의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삿포로농학교 초대 교두(敎頭) 클라크(Wiliam Smith Clark, 1826-1886) 박사의 명언이다. 클라크 박사는 미국 매사추세츠농업대학(현 매사추세츠대학교)의 학장을 지내고, 홋카이도 개척을 위해 삿포로농학교에 초빙돼 초대 교두로서 농학, 식품학, 자연과학을 영어로 가르쳤으며, 선진 기법의 낙농업을 홋카이도에 정착시켰다.
클라크 박사의 동상이 홋카이도대학에 세워져 있으며, 대학에서 발행하는 신용카드에도 클라크 동상이 그려져 있다. 홋카이도대학 인정으로 ‘삿포로농학교’ 상표로 다양한 쿠키(special milk cookies) 등이 판매되고 있어 필자도 구입했다. 홋카이도는 유제품이 발달했으며, 필자는 여행 중에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었다.
클라크 박사의 명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것은 “Boys, be ambitious”이다. 전체 문장은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Be ambitious not for money or for selfish achievement(돈을 위해서도 말고, 이기적인 성취를 위해서도 말고) not for that evanescent thing which men call fame(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도 말고) Be ambitious for the attainment of all that a man ought to be.”(단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 야망을 가져라).
‘삿포로’라는 지명은 아이누어(Aynu語)의 “삿 포로(Sat poro), 건조하고 넓은 땅)”에서 유래했다. 아이누어는 사할린주, 캄차카 지방, 홋카이도의 선주민 아니누 민족의 언어이며, 일본 국회 내에서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다. 홋카이도(北海道)에는 아이누어에서 유래한 지명이 많으며, 혼슈(Honshu, 本州) 북부에도 아이누어 유래 지명이 몇 개 남아 있다.
삿포로시는 홋카이도의 정치, 경제의 중심도시이다. 인구(196만명)는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많고, 면적도 전국의 시 가운데 여덟 번째로 넓지만 산림이 많아서 인구밀도는 정령지정도시(政令指定都市) 중에서 네 번째로 낮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일본의 대도시는 해안을 끼고 발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삿포로는 내륙도시이다. 홋카이도의 울창한 삼림(森林)은 부러웠다.
삿포로는 1972년 동계올림픽(Winter Olympic Games) 개최를 계기로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였다. 매년 2월에 오도리 공원과 스스키노를 비롯한 시내 전역에서 열리는 ‘삿포로 눈축제’는 눈을 사용해서 세계의 유명한 건물이나 인물 상(像)을 만들어 전시하는 축제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삿포로 기후는 냉대습윤 기후에 속하며,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크고, 밤낮의 일교차가 심하다. 겨울에는 적설량이 많으며, 오후 4시 해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