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독감 얼마나, 왜 늘었나?

인플루엔자(독감)의 이례적인 여름철 유행세가 이어지며 환자 수가 동기간 사상 최고치의 3배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올해 31주차(7월 30일∼8월 5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1천명당 14.1명으로, 같은 기간 최고치을 기록한 2016년의 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 붙은 독감 예방접종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올해 국내에서는 독감 유행이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16일 발령된 유행주의보 후 현재까지, 10개월 넘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8주차인 지난 7월 9-15일 전국 표본 감시 의료 기관 196곳을 찾은 외래 환자 중 독감 증상을 보인 의사환자(suspected case)는 1000명당 16.9명이었다. 이번 절기의 독감 유행 기준인 1000명당 4.9명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6년 만에 가장 독한 여름감기와 독감에 시달리고 있다. 8월 13일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일부 감기는 코로나19보다 감염자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여름감기와 독감 입원 환자 수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을과 겨울에 기승을 부리고 여름엔 수그러드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유행해 질병관리청이 환자 수를 매주 조사하는 급성호흡기감염증(감기, 독감 등)은 7가지다. 리노(rhino)바이러스, 메타뉴모(metapneumo)바이러스, 보카(boca)바이러스, 아데노(adeno)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parainfluenza)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 등이다.

질병관리청이 7월 23-29일 전국 220개 병·의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서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와 파라인풀루엔자바이러스의 검출률은 각각 21.2%와 12.4%였다.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12.1%)보다 최고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7월 기준 아데노바이러스 검출률은 올해가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고열과 인후통을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는 수영장 물로도 감염될 만큼 전염성이 높다. 환자 대부분은 1-6세 유아였다. 또 올 8월 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환자 수는 1000명당 14.1명으로 같은 기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침, 발열을 일으키는 메타뉴모바이러스 검출률(7월 기준)도 코로나 전인 2019년보다 높았다.

올여름 감기의 독성은 입원 환자 수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증세가 심해 입원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감기·독감 입원 환자 수는 6965명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감기와 독감이 대폭 줄었던 2021년 7월 환자 수(934명)보다 7배 많다. 코로나 전인 2018년(4722명)에 비해서도 1.5배 많은 수치다.

올해 여름 감기와 독감의 추이도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감기 입원 환자가 많았던 2019년엔 7월 첫째 주 환자 수가 1689명이었다가 넷째 주엔 1432명으로 줄어 감소세가 뚜렷했다. 반면 올해는 7월 첫째 주 환자 수(1683명)보다 넷째 주 환자 수(1780명)가 더 많다. 그만큼 올여름 감기가 더 질기고 독하다는 뜻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 감기의 폭증을 ‘면역 빚(면역 부채)’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즉,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병균을 주고받으며 면역력을 키우는 게 정상인데 코로나19로 2년 넘게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개인의 면역력이 떨어졌고, 방역이 해제되고 처음 맞은 올여름에 그 대가(빚)을 치르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독성은 떨어지면서 코로나19 감염 때보다 이번 감기와 독감이 더 아프다는 환자들도 있다. 엄격한 코로나 방역으로 감기와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최근 사회생활은 늘어났으니 더 쉽게 전파되고 더 크게 유행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바이러스 공백기가 감기와 독감 등에 걸릴 수 있는 감염병 감수성을 높인 것이다.

한편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IQVIA), 세계고령화연대(GCOA)와 코로나19 백신과 다섯 가지 주요 성인(成人) 백신 접종률을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활발했던 2022년 인플루엔자,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TDaP), B형 간염, 대상포진, 폐렴 등 주요 성인 백신 5종의 전체 접종량은 351억회로,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되기 전인 2020년(400억회)보다 약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코로나19 백신은 100명당 132회 접종된 반면, 그 외 접종된 성인 백신은 100명당 16.2회에 그쳤다. 이에 코로나19 백신이 전 세계 성인의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외 다른 질병에서 보호하는 데엔 부족했다는 것이다.

올 여름 독감 유행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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