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제약물 복용②] 노인 이환율·사망률 증가 원인

“다제약물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복용 약이 새로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라 △새로운 증상에 대해 약보다는 먼저 생활습관 개선으로 치료하라 △새로운 의사를 만날 때는 병력(病歷)과 약력(藥歷)을 정리해서 보여줘라 △약사에게 복약 지도를 꼼꼼히 받고 궁금한 점은 문의하라 △노년내과나 종합내과에서 다제약물을 점검하라.”(본문 중에서) <이미지 KBS>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한국인은 약을 많이 먹는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의약품을 5종 이상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는 노인 비율은 70.2%였다.
2013년 67.2%에 비해서도 높아졌다. OECD 평균은 46.7%이다.

외국의 다제병용 현황을 보면, 영국은 75세 이상의 노인의 80%가 1개 이상의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36%는 4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환자들의 약물 복용 상태를 자주 검토하지 못하는 것이 다제병용과 불필요한 약물 복용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하였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의 환자의 내원을 분석한 결과, 2종 이상의 처방을 받은 내원에 있어서 0.74%의 부적절한 약물 상호작용(inappropriate drug-drug combination)과 2.58%의 부적절한 약물-질병 상호작용(inappropriate drug-disease combination)이 있었음을 관찰하였다.

캐나다에서는 응급실을 방문한 65세 이상의 환자들의 차트를 조사한 결과 10.6%가 약물과 관련된 부작용이 원인이었으며, 31%의 환자는 응급실 방문 후 받은 처방전에 1개 이상의 잠재적인 부적절한 약물 상호작용이 존재했음이 조사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연구용역을 받아 시장조사 서비스 업체인 한국아이엠에스헬스주식회사(IMS Health Korea Ltd,)가 작성한 보고서(2005)에 따르면 10개의 조사 대상 국가 중에서 한국이 가장 높은 평균치를 보였다. 즉, 의원에서 발행되는 처방전에 한국은 평균 4.16개의 다른 종류의 약물이 처방되는 반면 미국 1.97개, 호주 2.16개, 영국 3.83개, 일본은 3.00개의 약물이 평균적으로 처방되었다.

다제병용은 특히 노인들의 이환율(morbidity)와 사망률(mortality)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보건의료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미국은 2000년 1,330억달러를 약물에 소비하였고, 1,770억달러는 약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관리하는 데 사용하였다. 다제병용을 보다 잘 관리하면 환자에 대한 위험과 보건 예산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질병 치료를 위하여 약물을 사용한다. 대개 한가지 약물만을 사용하여 만족할 만한 치료효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질환의 진단이 용이하며, 약물 사용에도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이에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2종 이상의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흔한 현상이 되었다.
보통 2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 투여하는 것은 약효 증가나 부작용의 경감, 독성 감소를 목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병용 투여로 인하여 때로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부정적 결과에는 약효가 증가되어 치료효과는 상승되나 부작용이나 독성 유발 가능성의 증가할 수 있으며, 한 가지 약물이 다른 약물의 치료효과를 감소시켜 치료작용이 저하될 수 있다. 약물을 병용할 때 나타나는 변화를 약물 상호작용(drug interaction)이라고 한다.

다제약물 복용을 해결하고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한약사회와 함께 2018년부터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시범으로 실시했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 중 한 가지 이상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기적으로 10종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고령자일수록 여러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부작용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해당 사업은 주로 고령자에게 초점이 맞춰졌으며, 전문가가 약을 검토하고 정리해 주는 사업이다. 약사와 공단직원이 가정을 방문해 중복 투약, 약물 부작용, 복용 방법 등을 상담 지도한다.

다제 약물 안전성 조사 대상은 △하루 7종류 이상의 약물 복용 △하루 8번 이상 약물 복용 △하루 10알이 넘는 약물 복용 △복용 중인 약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했던 환자 등이다.

다제약물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복용 약이 새로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라 △새로운 증상에 대해 약보다는 먼저 생활습관 개선으로 치료하라 △새로운 의사를 만날 때는 병력(病歷)과 약력(藥歷)을 정리해서 보여줘라 △약사에게 복약 지도를 꼼꼼히 받고 궁금한 점은 문의하라 △노년내과나 종합내과에서 다제약물을 점검하라.

우리나라처럼 주치의가 없으면 환자가 스스로 어떤 의사를 찾아가야할지 결정해야 하는 의료환경에서는 처방 연쇄(prescribing cascade)가 일어날 수 있다. 처방 연쇄가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하는 최우선 방법은 육하원칙(六何原則)에 따라 이 현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확인한 뒤 악순환을 반대로 풀어내는 것인데, 이를 노인의학에서 ‘탈처방’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2016년부터 6가지 이상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2가지 이상 약을 줄이면 보상하고 있다.

연쇄 처방을 막으려면 새로운 증상을 무조건 약을 통해 해결하기보다 다른 방법을 먼저 적용해보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때 약을 추가하는 것이 안전하다. 명확하지 않은 증상에 대해서는 비(非)약물 치료를 우선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잡하게 꼬인 노인환자의 의학적·기능적 문제를 정리하고 풀어내는 일은 해외에서는 기본적으로 노인의학적 지식을 갖춘 주치의가 담당한다. 노인의학과 의사가 될 수도 있지만 내과, 가정의학과 등 다양한 전문과의 의사가 주치의 시각에서 노인 의학적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약으로 생긴 부작용을 약으로 막다가 다른 병을 키울 수 있다.

노인의 다제약물 복용은 단순히 많은 약을 먹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치료와 건강 회복이 아닌 노쇠를 앞당길 수 있다. 공공의료 측면에서도 노인의 복잡한 의학적 기능적 문제를 통합으로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에 노인의학전문의, 노인주치의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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