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데믹②] 올겨울 추가접종은 ‘화이자’나 ‘모더나’ 2가백신으로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미국에선 지난 11월 26일 기준 코로나 신규 감염자와 사망자가 2주 전에 비해 각각 14%, 5% 증가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는 500여 종에 달해 추적조차 어려워지고, 미국 전역에서 하루 평균 300명이 코로나로 숨지는 실정이다. 올가을부터 배포 중인 오미크론 특화 백신의 접종률은 ‘백신 피로감’ 탓에 기존 백신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방역 조치가 모두 해제된 상태에서 대면 모임과 행사가 대대적으로 재개된 것도 코로나의 빠른 확산과 변이 발생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선 통상 겨울철 독감 첫 환자가 11월쯤 발생하는 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10월 초부터 보고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미국 독감 환자는 440만명으로 작년보다 3배 많았다. 3만8000명이 입원했고,어린이 7명을 포함해 2100명이 사망했다. 연령별 독감 환자 입원율이 ‘65세 이상’에 이어 ‘5세 이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유아가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보다 빨리 유행하기 시작한 급성호흡기감염병을 일으키는 RSV(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상황도 심각하다. 매년 미국 노인 1만4000명, 유아 300명을 사망케 하는 RSV(respiratory syncytial varus)는 1956년 처음 발견됐지만 아직까지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전염병이다. RSV는 코로나 방역이 지속되던 2020-2021년 잠시 주춤했지만, 올 들어 환자가 2배 이상 폭증했다. 통상 성인들은 약한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2세 이하 영아가 걸리면 중증이거나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쏟아지는 비를 피하려면 일단 다시 마스크를 쓰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지난여름만 해도 ‘코로나는 끝났다’며 마스크를 벗어던졌던 뉴욕에서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다시 챙겨 쓰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11월 19일 기준 한국 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는 세계 35번째다. 확진자 수(2655만8765명)가 세계 6번째인 반면, 사망자 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누적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107만7031명)이며 이어 브라질(68만8907명), 인도(53만570명) 등이다.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 사망자 수는 579.57명으로, 세계 평균 830.11명보다 낮다.
2020년 2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 발생 후 누적 사망자가 5000명(2021년 12월 23일)이 되기까지는 약 1년 10개월, 5000명에서 1만명(2022년 3월 12일)이 되는 데 약 3개월, 다시 1만명에서 2만명(4월 13일)으로 늘어나는 데 한 달, 이후 3만명이 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월 20일 0시 기준 코로나 사망자 41명이 나와 누적 사망자 수가 3만31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코로나 사망자 중 81%(2만4468명)가 올해 나왔다.
하루 사망자 수는 지난달 10월 18일(6명) 한 자릿수까지 감소하기도 했지만 최근 ’7차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하루 40-60명대로 늘었다. 국내 재유행 양상이 이어지는데도 국민들의 겨울철 추가접종 의향은 저조하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11월 3-1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겨울철 추가접종은 필요하다’는 항목에 응답자 36.3%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즉 10명 중 3명 이상이 추가 접종을 꺼리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로는 63.0%가 ‘백신을 맞아도 감염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존 백신을 통한 3차 접종을 완료하면 접종 후에 확진 되더라도 중증 진행 위험이 95% 감소됐다. 하지만 최근 나온 미국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3차 접종 보호 효과는 접종 4-5개월이 지나면서 83%에서 46%로 약해진다. 이에 지금까지는 2·3·4차 코로나 백신 마지막 접종일 혹은 확진일부터 4개월(120일)이 지나야 접종이 가능했으나, 11월 24일부터는 18세 이상 성인은 마지막 접종일 혹은 확진일부터 3개월(90일)이 지나면 누구나 맞을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KMA)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가 2가 백신 추가 접종을 촉구하는 코로나 재유행 대비 동절기 권고문을 11월 23일 발표했다. 의사협회는 “위중증 환자 중 60세 이상이 88%로 고령층은 치명률이 높다”며 “60세 이상, 감염 취약 시설 입소자 등 고위험군은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을 받으라”고 말했다. 이번 동절기 추가 접종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주를 기반으로 제조된 화이자(Pfizer)나 모더나(Moderna) 2가백신으로 맞으라고 권했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고위험군이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갖추고 치료제 복용도 병행한다면 현재 40명 안팎 나오는 하루 사망자를 3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60세 이상 고령층과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접종률을 현재 17%에서 50-60%까지 끌어올려야 겨울철 코로나 대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