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①] 대표적인 노인암···초기 증상 거의 없어 발견 어려워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지만, 복부 깊숙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초기 증상이 거의 없으며, 있다 해도 다른 소화기계 장애의 증상들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이에 증상이 나타난 뒤에 췌장암을 발견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임상적 증상이 위나 간에 질환이 있는 경우와 비슷하므로 이들과 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지 출처 서울성모병원>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73세에 시작한 마라톤 88할(세)때까지 달린다>란 제목의 책자를 발간한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생 L씨가 지난 2월 췌장암(膵臟癌)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치사율이 높은 암이지만 기적적으로 치유되는 환자도 있다. 이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L씨(세례명 안토니오)도 암을 극복하겠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고 투병하면 난치병도 치유하시는 하나님께서 기적을 만들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친구 L씨가 건강을 회복하여 5년 후 88세(米壽) 때 마라톤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췌장(膵臟, pancreas)은 위(胃)에 뒤쪽에 위치해 명치끝과 배꼽 사이 상복부에 있는 소화기관으로 소화 효소와 인슐린(insulin)을 분비하여 음식물을 분해하고 혈당(血糖)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췌장은 위의 유문(幽門)에 접한 십이지장(十二指腸)과 연결되어 있어 분비된 소화 효소는 십이지장으로 배출되고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들과 섞인다. 성인의 경우 하루 1-2리터 정도의 췌액(膵液)이 분비된다.

췌장에는 췌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췌액을 보내는 외분비 기능과 호르몬을 혈관 내로 방출하는 내분비 기능이 있다. 췌장 세포의 약 95%는 외분비(췌액 분비)에 관여한다. 췌액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과 함께 소장(小腸)의 첫 부분인 십이지장으로 들어가서 섭취한 영양분 중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에 간여한다. 이에 췌장에 병이 생기면 소화효소의 배출이 감소해서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 못해 영양 상태가 나빠지고 체중이 줄어든다.

내분비와 관련된 췌장 세포들은 작은 무리를 지어 마치 섬(島)처럼 산재해 있기에 췌장섬 또는 랑게르한스섬(Langerhans islets)이라고 부른다. 췌장섬에서 혈당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인 인슐린(insulin)과 글루카곤(glucagon)이라는 정반대 기능을 가진 두 가지의 호르몬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고, 글루카곤은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하여 혈당치(血糖値)를 조절한다. 따라서 이 두 호르몬은 당뇨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췌장의 길이는 약 15cm, 무게는 약 100g이고 황색의 가늘고 긴 장기이다.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두부(머리 부분), 체부(몸통 부분), 미부(꼬리 부분)로 나누어지며, 머리 부분과 몸통 사이를 목(neck)이라 부르기도 한다. 두부는 담즙의 배출 통로인 담관(膽管)과, 미부는 비장(脾臟, 지라, spleen)과 연결되어 있다. 두부에 췌장암이 발생하면 담관이 막히면서 황달(黃疸)이 나타날 수 있다.

췌장암(pancreatic cancer)이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腫塊, 덩이)이다. 췌장암의 90% 이상은 췌관의 샘세포에 암이 생긴 선암(腺癌)이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선암(膵管腺癌)을 말한다. 췌장암이 대표적인 ‘악성암’인 이유는 장기 주변에 중요한 혈관이 있어 전이가 잘 되기 때문이다. 췌장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2022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에서 24만7952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다. 그 중 췌장암은 8,414건(남자 4,324건, 여자 4,090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3.4%로 8위를 차지했다. 남녀를 합쳐서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30.4%, 60대가 27.4%, 80대 이상이 22.2%의 순이었다. 췌장암은 60세 이후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암이다.

췌장에 생기는 종양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양성 종양, 그리고 예후(豫後)가 나쁜 악성 종양 등 유형이 다양하다. 가장 흔한 낭성종양(囊性腫瘍, 물혹)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악성으로 바뀌는 것도 있으며 여러 종류가 있다. 낭성종양에는 장액성과 점액성 남성종양, 췌관 내 유두상 점액종양, 고형 가(假)유두상 종양, 림프 상피성 낭종과 낭종성 기형종 등이 있다. 악성 종양으로는 췌장 외분비 종양인 췌관선암종, 선방세포암종, 신경내분비종양 등이 있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지만, 복부 깊숙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초기 증상이 거의 없으며, 있다 해도 다른 소화기계 장애의 증상들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이에 증상이 나타난 뒤에 췌장암을 발견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임상적 증상이 위나 간에 질환이 있는 경우와 비슷하므로 이들과 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조기 진단이 어려운 까닭은 발생 기전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몇 가지 위험요인이 밝혀졌거나 추정되고 있는 정도이다. 유전적 요인으로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케이라스(K-Ras)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고 있으며, 환경적 요인 가운데는 흡연이 발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췌장염(pancreatitis)이 있으면 췌장암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췌장암의 원인 질환으로 본다. 만성 췌장염은 정상적이던 췌장 세포들이 염증을 앓는 가운데 섬유조직으로 변해가면서 췌장 전체가 딱딱해져 기능을 잃게 되는 질환이다. 처음으로 만성형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반복적인 급성 염증이 만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구에서는 10만명당 5-10명이 발생하며,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음주이다.

췌장암 증상 가운데 많은 부분은 췌장 질환이나 소화기계 장애에서도 나타나는 비특이적인 것들이다.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에게 복통과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췌장의 두부(머리 부분)에 생긴 췌두부암 환자들은 황달 증상을 보인다. 췌장암의 3대 증상인 복통, 체중감소, 황달 증세가 이유 없이 지속된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췌장암의 60-70%는 췌장 두부에 발생하며, 인접한 총담관의 폐쇄와 관련된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의 암은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어서 시간이 꽤 지나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 진단을 위해 임상에서 사용하는 검사에는 혈액검사, 혈청 종양표지자검사, 복부 초음파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검사(EUS),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복강경(腹腔鏡)검사, 조직검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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