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대표주자 ‘김치의 날’은 언제?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마름달 스무이튿날(11월 22일, 순우리말 표기)은 김치산업의 진흥과 김치문화를 계승·발전하고 국민에게 김치의 영양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제정된 ‘김치의 날’이다.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한 것은 이맘때가 김장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이며, 김치에 들어가는 소재 하나(1)하나(1)가 모여 22가지의 다양한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식품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김치’가 유일하다.
김치는 우리나라 음식을 대표하는 아이콘처럼 되어, 어떤 때는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김치 종주국으로 약 200종류나 되는 김치를 보유하고 있다. 김치가 대단하다는 것은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까지 비타민C 공급원인 채소를 추운 겨울 내내 신선한 상태로 저장 및 보존시켜주는 뛰어난 방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김치는 신기하게도 겨울 내내 싱싱할 뿐만 아니라 어떤 단계든 모두 제각각의 맛이 있다. 즉, 담근 바로 직후에 먹는 ‘겉절이’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맛있게 잘 익은 단계를 거쳐 마지막 시어질 때까지 맛이 없을 때가 없다. 아무리 ‘시어빠져도’ 김치찌개로 해 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 이런 저장법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추운 겨울에도 비타민C를 섭취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한국인 밥상에 늘 함께하는 김치는 발효식품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고 우리의 영혼이 담긴 소울푸드(soul food)이다.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국민음식 ‘김치’와 관련된 노래에는 1985년 발매된 정광태의 ‘김치주제가’와 1970년 김시스터즈의 ‘김치깍두기’가 있다.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김치주제가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춘하추동 사계절에 따라 김치의 재료가 다르다. 봄(春)에는 움에 묻어줬던 무를 이용한 나박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햇배추와 미나리 등으로 담근 싱싱한 ‘봄김치’를 먹는다. 여름(夏)에는 채소가 풍성해 열무, 오이, 부추 등을 단기에 숙성시킨 열무김치나 오이소박이가 맛깔스럽다. 가을(秋)에는 배추와 무를 수확해 섞박지를 담그고 통배추김치도 풍성한 맛을 낸다. 겨울(冬)에는 보쌈김치, 통배추김치, 총각김치, 동치미, 깍두기 등을 담가 저장해두고 먹는다.
우리는 다양한 김치 종류 중에서 ‘배추김치’를 선호한다. 재래종 배추는 잎사귀에 힘이 없고 성겨서 옆으로 처졌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가 중국에서 배추를 들여와 우리나라 토양에 맞게 품종을 개량해 현재의 배추로 만들었다고 한다. 올해는 배추가 풍년이어서 11월 21일 기준 배추 한 포기의 평균 소매가는 두 달 전 9699원에 비해 3037원으로 떨어졌다.
세계김치연구소(World Institute of Kimch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2010년 광주에 설립되었다. 연구소는 김치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구명하는 것은 물론, 국내 김치산업 경쟁력 제고와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김치는 독특한 맛과 풍미는 물론 원재료에 없던 새로운 영양물질과 살아있는 많은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품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김치는 이제 세계인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식품으로 인식되면서 한국 문화 확산과 K-Food 대표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김치에 관한 위생과 안전 이슈 등 김치를 둘러싼 과제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기 위하여 연구·개발 기능의 집중과 강화를 통해 김치 관련 핵심 기초·원천기술과 국내외 김치 현안 대응 특성화 기술을 개발하고, 김치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보급함으로써 김치산업 대중화 및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김치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해외 식문화 조사·분석을 통한 김치의 현지화 전략을 수립한다.
세계김치연구소가 제시한 김치의 기능성 12가지는 다음과 같다. (1)김치의 발효와 숙성과정에서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活性酸素)를 없애는 폴리페놀(polyphenol, 페놀화합물) 등 항산화(抗酸化) 성분이 증가한다. (2)생체 내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피부 표피층 두께를 유지하고 새로운 콜라겐(collagen, 교원질)의 생성을 촉진한다. 이는 김치가 피부 건강에도 이로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3)공복혈당, 총콜레스테롤 수치,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예방을 돕는다. 또 (4)혈액 내 혈전(血栓, 피떡) 응고 촉진 단백질인 피브린(fibrin, 섬유같은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해 혈전을 예방한다. (5)독성물질로 인한 설사 증상을 호전시킨다. (6)AGS 위암 세포주(細胞株, cell strain)의 성장을 50% 이상을 억제하고, 암세포 내 유전자(DNA) 합성을 억제한다. 이는 김치가 위암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와 덧붙여 (7)김치 발효 단계에 따라 대장암 세포주(HT-29)의 성장을 30-70% 억제한다. (8)폐암 세포주(A549)의 성장을 20% 이상 억제한다. (9)유방암 세포주(MCF-7)의 성장을 20% 이상 억제한다. (10)자궁경부암 세포주(Hela)의 성장을 30% 억제한다. (11)간암 세포주(HepG2)의 성장을 억제한다. (12)췌장암 세포주(Capan-2)의 성장을 억제한다.
김치 유산균의 10가지 기능성은 다음과 같다. (1)아토피피부염(atopic dermatitis) 증상을 약 35% 완화하고, 아토피 유발 지표물질인 혈중 IgE(면역글로블린 E) 생성을 약 45% 감소시킨다. (2)피부 노화와 관련이 있는 세포외기질 단백질분해효소의 발현량(expression)을 줄인다. (3)폐 조직에서 A형과 B형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의 복제를 감소시킨다. 이는 김치가 독감(毒感)예방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4)비장과 소장(PPC)의 면역세포를 증식하고, 장내 분비 면역물질인 면역글로블린A(IgA)의 생성을 증가시킨다. (5)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성 물질로 지정한 아질산염을 제거한다. (6)체중과 체지방 증가를 억제하고,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을 개선한다. (7)항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 인터류킨(IL-10)의 생성을 유도하고, 염증성 장 질환을 호전시킨다. (8)혈액, 간의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염증 반응 감소를 통해 비만 상태를 개선한다. (9)항균과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 여드름균 성장을 억제한다. (10)면역제어 T세포를 활성화해 염증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관절염 증상을 완화한다.
김치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2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국내 감염이 적은 것이 김치 덕분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최근 프랑스 연구진은 국가별 식생활 차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원인이 김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바이러스 감염 억제능력이 우수한 김치 재료도 선발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올해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글로벌 김치 앰버서더(ambassador)’ 1기 6명(미국 2명, 영국 1명 캐나다 1명, 튀르키예 1명, 인도 1명)을 임명하는 등 김치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김치 앰버서더는 연구소의 연구개발 성과는 물론 김치의 과학·문화적 우수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맡는 명예직이다.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앰버서더를 통해 김치에 관한 정보를 보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전달해 신뢰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 세계화와 선도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