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꼭 알아두자…비만은 만성질환의 씨앗”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새해 결심을 위해 연초부터 열심히 운동을 하고 먹는 음식을 조절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지만, 어느 순간 열심히 노력해도 체중이 더 이상 줄지 않는 이른바 ‘다이어트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실망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만(Obesity)이란 몸에 지방조직이 과도하게 많은 상태를 말한다. 나의 비만 여부를 학인하려면 대한비만학회(Korean Society of Obesity)가 제시한 한국인 비만 기준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는 체질량지수(BMI·체중 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것)가 25 이상인지 계산하고, 둘째는 허리둘레가 남자 90cm 이상, 여자 85cm 이상인지 측정한다. 허리둘레는 내장지방(복강 내, 내장 주변에 존재하는 지방)이 과도하게 쌓였는지를 알려준다.
다이어트 정체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 우리 몸은 더울 때 땀을 흘리고, 추울 때 몸을 떨어 체온을 올리는 등 신체의 각종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몸의 항상성(恒常性)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정체기를 이겨내려면 ‘무조건 적게 먹으면 살이 계속 빠질 것’이라는 고정관념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 체중계 눈금이 점점 떨어지다 어느 순간 정체되는 것은 인체가 적게 들어온 만큼 적게 내보내면서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을 빼겠다고 갑자기 식사량을 줄이면 우리 몸은 이를 위기상황으로 여겨 에너지 절감 모드로 전환된다. 이에 종일 굶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상황도 가능하다. 그리고 곧바로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고 지방이 잘 축적되는 상태로 바뀐다. 이 상태에선 식사량을 조금만 늘려도 체중이 다시 늘어나기 쉬워 다이어트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다.
다이어트 정체기를 잘 넘기려면 식사량을 줄이고 무작정 운동을 하기보다는 전문가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한 후 과체중·비만에 이르게 된 원인을 진단해 회복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다가 포기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즉 식이요법, 운동, 약물, 수술 등 다양한 방법 중 나에게 맞는 방법을 실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이어트 정체기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에는 단백질 섭취로 △기초대사량 늘리기 △식습관 점검 △운동 강도 높이기 △6개월간 버티기 등이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몸의 지방뿐 아니라 근육도 빠진다. 근육이 감소하면 기초대사량이 줄어 정체기가 올 수 있으므로 단백질 섭취를 높이면 근육 양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달걀, 닭가슴살, 우유 등을 평소보다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를 계속 하다 지쳐서 그동안 참던 케이크, 과자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조금씩 계속 먹으면 정체기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초심을 유지하여야 한다. 다만 식욕을 이기지 못하여 한 번 과식을 한 뒤 “역시 나는 안 돼”라며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정체기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공들인 다이어트를 포기할 필요는 없으므로 과식한 날은 좀 더 운동을 하고. 다음날 음식을 좀 덜 먹으면 된다.
식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힘들다’ 생각될 정도로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한다. 매일 같은 강도로 운동하면 처음에는 힘들다고 느끼지만, 나중에는 몸이 적응하여 쉽게 할 수 있다. 땀이 나고 ‘힘들다’고 생각되는 정도로 강도를 높여보는 게 좋다.
다이어트를 할 때 우리 몸은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복귀 능력인 ‘체중 조절점(set point)’을 발동한다. 체중 조절점의 1차 변곡점은 21일이며, 체중조절점이 바뀌는 데 6개월 정도가 걸린다. 낙심하지 말고 6개월 이상 올바른 다이어트를 하며 버티면 체중이 어느 순간 줄어든다.
미국의 의사 맥스웰 몰츠는 그의 책 <성공의 법칙>에서 21일의 기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반복된 행동, 즉 익숙한 행동에 대해서는 저항을 하지 않지만 새로운 것을 접하면 거부감을 나타낸다. 하지만 새로운 행동을 계속 반복하면, 뇌에 새 회로가 형성되는데, 이러한 새 회로를 형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21일이다.
운동은 하지 않고 식이요법으로만 체중 조절에 성공한 경우는 ‘체중 조절점’의 저항이 비교적 약하다. 그러나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대로 운동(유산소와 무산소, 유연성)을 통해 체중을 조절한 경우는 체중 조절점의 저항은 크지만, 효과는 빨리 나타난다. 이에 체중 감량의 가장 좋은 방법은 식이요법과 운동을 지속적으로 병행하는 것이다.
식이요법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다만 탄수화물 섭취가 줄면 근육이 손실될 수 있으므로 평소보다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매 끼니 두부·계란·생선·닭고기 같은 양질의 단백질 음식을 챙겨 먹으며, 녹황색 채소와 뿌리채소 같은 채소류를 충분히 섭취한다. 하루 14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되므로 오후 6시 저녁을 먹고 다음날 오전 8시 아침을 먹도록 한다.
하루에 적어도 6시간 이상 숙면으로 생체리듬을 살리는 것도 체중 관리의 필수 항목이다. 생체리듬이 깨져 있으면 잠자리에 들기 전 허기(虛飢)가 져서 야식을 찾게 되거나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걷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과 스쿼트 같은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숨이 턱에 찰 정도의 강도로 해야 지방이 잘 타는 몸으로 바뀐다.
요요현상(Yo-yo effect)은 편안한 상태(안정된 범위)로 돌아가려는 인체의 기본 시스템이다. 우리 몸은 늘 스스로 기아상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체중이 늘어난 것에 대해선 둔감한 편이지만, 체중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선 과잉반응을 보인다. 운동에 대한 몸의 반응은 부족해진 에너지를 만회하거나, 더 이상의 열량 소비를 막기 위하여 배고프다는 신호를 더욱 강하게 보내어 과식하거나, 졸리고 피곤하게 함으로 더 이상 열량을 쓰지 않게 한다.
요요현상이 오는 것은 운동 없이 굶었기 때문이 아니라 운동 없이 굶는 것을 ‘꾸준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식단으로 꾸준히 밀고나갈 수 있다면 체중도 꾸준히 유지된다. 다이어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식사량을 줄이고,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면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복합한 운동량을 전반적으로 늘리는 생활을 꾸준히 계속할 수밖에 없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평생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obesity)은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1996년 규정한 이후 비만을 인류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질병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학협회(AMA)도 비만을 질병으로 선언했으며, 미국 의회는 공적 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 보장 범위에 다양한 비만 치료를 포함하도록 하는 의안을 발의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비만을 다른 비전염성 질병의 관문 역할을 하는 만성 재발성 질병이라고 정의했다. 오스트리아에선 최근 보건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오스트리아 비만 동맹’이 건강보험 시스템에 비만 관리를 포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국제 비즈니스 신문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비만을 일종의 도덕적 타락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율은 1975년 이후 거의 3배로 증가했다. 2016년 기준 성인 비만 인구는 6억5000만명, 비만·과체중 인구는 19억명 이상이다. 특히 미국의 비만 문제는 심각하여 2019년 기준 성인 비만 인구 비율은 43%에 달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비만과 관련한 연간 의료비용을 1730억달러(약 225조원)로 추산한다. 호주(30%), 영국(28%), 캐나다(25%) 등도 비만 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비만율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 체중을 신장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을 기준으로 보면 5.9%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국내 기준인 체질량지수 25이상으로는 성인 인구의 40% 가까이가 비만으로 분류된다. 2020 국민건강통계추이에 따르면 2019년 19세 이상 비만 유병률은 34.4%였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첫 해인 2020년 38.4%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7조6604억원이던 배달음식 소비규모가 2020년 13조5448억원으로 76.8% 증가했는데, 배달음식 증가가 비만율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서구식 생활 방식이 확산하며 국내 비만율이 20년 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0월 테슬라(Tesla)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는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트윗에 “단식, 그리고 위고비”라고 답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위고비(Wegovy)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로,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후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폭발하면서 공급량이 달려 처방전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생활습관 변화와 함께 전 세계 비만인구가 급증한 데다,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비만 치료제의 체중 감량 효과가 좋아지면서 ‘비만은 의지력의 문제고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제약사에 ‘현대판 골드러시(gold rush)’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를 단기간에 살을 빼는 ‘기적의 약’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노보 노디스크의 영국 임상 책임자인 아비데 나제리 박사는 “비만 치료제는 마법의 다이어트 약이 아니며 바른 해결책도 아니다”라며 “비만 환자가 위험한 수준에서 체중을 줄이고, 체중이 다시 늘지 않도록 습관을 만들 기회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약값 부담도 만만치 않아 비만 수술과 달리 약물은 보험 적용이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서 위고비의 한 달 투약 가격은 1349달러(약 175만원)에 달한다. 마크 퍼셀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고혈압 치료제가 1990년대 300억달러 시장으로 급성장한 것처럼 현재 비만 치료제가 주류로 이동하는 시점에 있다”며 “비만 치료제가 새로운 블록버스터 신약(연간 매출 10억달러 이상의 약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2년 24억달러에서 2030년 540억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만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고, 결국 사망 위험을 20% 높인다. 비만으로 인하여 생기는 질환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면, 몸속 대사에 문제가 생겨 유발되는 질환과 과도한 체중 그 자체로 생기는 질환이 있다. 대사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에는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뇌경색, 암(전립선암, 자궁암, 유방암, 위암 등) 등이 있다. 과도한 체중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에는 수면무호흡증, 천식, 위식도역류질환, 관절염, 요실금 등이 있다. 비만을 예방하여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