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 리스크①] “中 방역규제 대부분 폐지하면서 대유행 필연적”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중국발 코로나를 막아라.”

조선일보가 12월 26일자 신문에 보도한 ‘조선일보 선정 2022년 10대 뉴스’에는 국내와 국제 뉴스가 10개씩 선정되었다. 국제 10대 뉴스에는 ‘中 시진핑주석 3연임… 백지 시위에 제로 코로나 폐기’가 포함되어 있다.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회의(당대회)에서 시진핑은 세번째로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했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에서 10년 주기로 이뤄졌던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권력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시진핑 측근들이 대거 포진됐다. 시진핑의 권력 연임은 이전과 다른 세 번째 권력승계 모델이 출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11월에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시진핑 집권 3기는 시작부터 도전에 직면했다. 11월 30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사망하자 중국 정부는 시위 격화를 막기 위해 대대적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 여론을 돌렸고, 12월 7일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며 사실상 백지 시위에 백기를 들었다.

중국이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중국발(中國發) 코로나 리스크가 3년 만에 다시 불거질 조짐이 크다. 중국이 내부 코로나 규제를 대폭 해제한 데 이어 해외 빗장까지 풀면, 우리나라가 그 영향을 피해가긴 어렵다. 2020년 초 ‘중국인 입국 금지’ 논란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격리와 봉쇄를 해제하고 지역 간 이동 시 PCR(유전자증폭) 검사 의무 등을 없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5일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현대 방역 업무는 역수행주(逆水行舟), 즉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후퇴하는 중요한 시기이자 힘든 단계를 맞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시진핑 정권의 최대 업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 고강도 방역이 그나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인들이 실제로 코로나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중국인 70%가 여권이 없고, 대부분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중국인은 다른 나라 국민들과 달리 외부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몰랐기에 코로나 공포가 유지됐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지해온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대규모 감원과 높은 실업률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 정책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도시에서는 시민 수백명이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국도 민의가 따라주지 않으면 고강도 방역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엄혹한 코로나 방역에 반대하는 ‘백지(白紙)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대폭 완화해 민심 수습에 나섰다.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코로나에 걸리면 반드시 격리 시설로 이동해야 했다. 중국 방역 사령탑인 쑨춘란 부총리는 “중국이 ‘방역의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좌담회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증상이 덜 치명적”이라면서 “코로나 예방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코로나와의 전쟁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가에서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며 방역에 한계를 맞은 상황에서 백지 시위가 거세지자 이를 계기로 방역 완화에 속도를 낸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매체 차이신는 “베이징 격리 병원에 병상이 4000여 개밖에 남지 않았다”며 중국식 코로나 통제가 한계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대도시에서는 방역 정책을 느슨하게 조정하면서 “스스로 보호하고, 집단 모임을 피하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3기를 시작한 지 한달 만에 코로나 바이러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방역 당국 발표에 따르면 신규 감염자는 3만1444명으로, 종전 최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2만9317명)를 7개월 만에 넘어서 악화일로다. 또한 중국 사회에서는 2020년부터 장기화된 ‘제로 코로나’ 방역 때문에 개인들 간에도 분쟁이 잦아지면 불만지수가 커지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수도 베이징 순이구(區)의 코로나 격리병원에서는 코로나 감염자들 간에 도시락, 약품, 휴지 등 물자 쟁탈전이 벌어졌다. 필수 물자 부족으로 질서가 무너지면서 방역 오원들도 관리를 포기했다고 한다. 이곳에 갇힌 한 시민은 “원시사회가 됐다. 휴지를 구하기 위해 화장실 앞에서 ‘물물교환’이라 적힌 종이를 들고 있어야 했다”고 했다.

만리장성 동쪽 끝에 있는 허베이성 산하이관은 최근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면서 식당과 기념품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지만, 약국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위드 코로나’로 돌아선 중국에서 약품 부족이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힌다. 의료진 부족과 발열환자 폭증으로 병원 진료가 극히 어려워졌지만, 해열제(解熱劑)는 물론 기침약조차 구하기 힘들어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시민은 방역 당국을 겨냥한 ‘열 가지 질문’이란 제목의 글에서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고 PCR 검사를 받지도 않는다”면서 “그들과 우리 중국인이 같은 행성에 사는 것이 맞느냐”라고 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발목을 잡으면서 중국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시장 침체는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자 지방정부는 이들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줬다. 그러나 부동산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지방정부는 공무원 원급 지급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취업난과 대규모 실업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내년 중국의 신규 대졸자 수는 올해보다 82만명 증가한 1158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취업난은 가중될 예정이다. 중국 대학에서도 ‘도피유학’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내수시장도 얼어붙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11월 11일 ‘솽스이(雙十一)’는 올해 흥행에 실패했고, 중국의 10월 수출은 298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 규모가 마이너스 성장한 것을 2020년 5월(-3.3%) 이후 29개월 만이다.

중국 국무원(행정부) 합동방역본부 소속 전문가는 중국 전체 인구의 90%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전격적인 ‘위드 코로나’에 돌입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이 불가피하다는 걸 강조해 국민들 불만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겨울을 앞두고 중국이 방역 규제를 대부분 폐지하면서 대유행은 필연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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