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불청객 알레르기①] 비염·천식·결막염·피부염 등···4-5월 절정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은 꽃보다 나무다. 즉 진달래, 개나리처럼 곤충이 꽃가루를 전달하는 충매화(蟲媒花)가 아니라, 소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자작나무, 삼나무처럼 번식을 위해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보내는 풍매화(風媒花)가 알레르기를 많이 일으킨다.”(본문 중에서) 사진은 소나무꽃(송화) <사진 오마이뉴스 조찬현>

알레르기(allergy)란 우리 몸의 면역계가 특정 알레르기 유발 항원(抗原)에 반응하여 과도한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즉, 알레르기란 호흡기, 피부 등을 통해 유입된 다양한 물질이나 특정 자극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하는 것이다.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 알레르기 비염, 천식, 결막염, 피부염 등의 형태로 발생한다.

‘Gell & Cooms’의 분류법에 따르면, 과민반응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알레르기의 대다수이자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를 유발하고 즉시과민반응으로 불리고 있는 1형 알레르기, 항체 매개 과민반응의 2형, 면역복합체에 의한 3형, 그리고 후천면역에 의한 4형 알레르기 등이다. 엄밀히 말하면 1형만이 좁은 의미의 알레르기에 해당한다.

알레르기 증상은 단순히 기분이 나빠지거나 가렵거나 피부에 뭔가 나는 정도부터 시작해서, 심하게는 호흡곤란, 심지어 급사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일례로 아나필락시스는 순식간에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초급성 알레르기 반응으로, 응급 치료를 안 하면 사망한다. 아나필락시스는 다양한 원인(음식, 약물, 곤충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란 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반응을 말한다. 우리 몸에서 알레르겐(allergen,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항원)을 기억하게 되고 특정 알레르겐에 대한 IgE(immunoglobin E, 면역글로빈 E)라는 항체를 만든다. 최초의 면역반응을 일으켰던 알레르겐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게 되면 염증 세포 표면에 붙어 있던 IgE와 결합하면서 수분 안에 다양한 염증매개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이러한 화학물질의 영향으로 급성 호흡곤란, 혈압 감소, 의식소실 등 쇼크 증세와 같은 심한 전신반응이 일어난다. 이러한 과정은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어 아주 소량의 알레르겐에 다시 노출되더라도 몇 분 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한편 이와 감별해야할 용어로는 유사한 임상양상이 나타나지만 면역 반응에 의한 증거가 부족한 경우를 통칭하는 아나필락시스양(anaphylactoid reaction)이라고 부른다. 아나필락시스양은 아나필락시스나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와는 다른 개념이다.

사계절 24절기 중 첫 절기이며 봄의 시작인 입춘(2월4일 경)이 봄을 알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각종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각종 꽃가루가 기승을 부리고 재채기, 콧물, 결막염 등으로 병원을 찾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인구의 10% 정도인 500만명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은 전체 인구의 40%인 약 4900만명, 미국은 성인의 26%인 약 660만명이 꽃가루로 촉발되는 ‘계절성 알레르기’ 환자다. 이에 알레르기 유발성이 강한 삼나무(杉, Japanese cedar)가 전국 70% 산지에 분포하고 있는 일본은 일기예보를 통해 지역별 꽃가루 지수를 제공한다. 미국은 꽃가루 농도가 심해지는 봄철에 숲 입구에 ‘꽃가루 주의’ 팻말을 붙인다. 우리나라는 삼나무가 주로 제주도에 분포하여 있지만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어 환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꽃가루 경고 및 대응’ 체계가 미비하다. 알레르기 전문의들은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를 날리는 수종(樹種)인 참나무·오리나무·자작나무·삼나무 등은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꽃가루가 널리 퍼지기 때문에 꽃가루 노출은 피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강원도나 충청도 참나무의 꽃가루가 서울까지 날아온다. 국내 꽃가루 날림은 4-5월에 절정을 이루다가 6월 중순쯤 잦아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꽃가루가 주원인으로 꼽히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2021년 491만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쓰기 전인 2019년엔 707만명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기간에 다소 감소했지만 작년부터 다시 급증세를 보여 2022년 8월까지 환자가 631만명이다. 올해 꽃가루 알레르기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작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꽃가루 때문에 눈물이 나고 눈이 가려운 알레르기성 결막염 환자도 180만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1970년대 시작된 산림녹화사업으로 나무가 많아지면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1973년부터 1997년까지 1·2·3차 산림녹화사업을 통해 전국 200만ha 이상 산림에 나무를 심었다. 이후에도 산불 피해지 등을 위주로 매년 2만ha 산지에 나무를 심고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은 꽃보다 나무다. 즉 진달래, 개나리처럼 곤충이 꽃가루를 전달하는 충매화(蟲媒花)가 아니라, 소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자작나무, 삼나무처럼 번식을 위해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보내는 풍매화(風媒花)가 알레르기를 많이 일으킨다. 이에 산림 증가는 꽃가루 방출량 증가와 알레르기 환자 급증으로 연결된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져 꽃가루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난 것도 알레르기 환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꽃가루 농도는 기온이 20-30도일 때 가장 짙기 때문에 4-5월에 기승을 부린다. 국립수목원은 2021년 우리나라 대표적 침엽수(針葉樹, conifer) 4종(소나무·잣나무·구상나무·주목)의 꽃가루 날림 시작일이 2009년 관측 이래 보름 정도 빨라졌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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