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째] 팬데믹으로 미국인 기대수명 1.8살 줄어 77.1세···2003년 수준 후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 터널의 끝은 어디쯤인가. 우리는 지난해 11월 1일 위드 코로나로 일상 회복이 시작될 때 희망을 가졌으나, 곧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까지 겹치면서 내년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2년 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COVID-19) 원형은 현재 찾아볼 수 없고 새로운 변종들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심화시켰다. 연말연시 영업에 기대를 모았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꿈이 되어 버렸다. 추운 겨울을 맞아 고통 받고 어려움을 겪는 소외된 이웃들의 고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가 재편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에서 자발적 사직자 수는 지난 9월 440만명으로 미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이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발적 이직자는 약 85만6000명이며, 3분기의 자발적 이직자는 약 8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가 늘었다. 대사직(大辭職, Great Resignation) 현상을 촉발한 건 코로나 사태로 직격타를 입은 서비스업과 소매업의 저임금 노동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영·유아층에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2월 26일 0시 기준 0-9세 하루 확진자는 717명으로 전체 연령대의 13.2%를 차지했다. 이는 10대 623명(11.5%), 20대 560명(10.3%)보다 더 많다. 델타 변이보다 감염력이 더 센 오미크론 변이에도 영유아들이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보건안전청(HSA)이 발표한 코로나 변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mRNA 부스터샷(3차 접종)을 맞은 뒤 10주 이상 경과한 사람은 델타 변이에 대해서는 백신 효과가 최대치(100%)의 80-90% 수준까지 유지됐다. 반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mRNA 3차 접종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화이자로 1-2차 접종을 하고 3차도 화이자로 맞은 경우, 접종 직후에는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 효과가 70% 수준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10주 이상 경과하자 효과가 45% 정도로 떨어졌다. 이에 이스라엘에서는 4차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총 81만여명이 사망해 세계 최대 코로나 사망 국가가 되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미국 인구가 39만3000명 늘어,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인구 증가를 요인별로 보면, 해외 이민자가 1년 새 24만5000명 늘었고, 자연 증가분(출생자-사망자)은 14만8000명이었다. 해외 이민자가 자연 증가분보다 많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인구조사국은 인구 증가율이 0.1%에 그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10여년간 미국 인구는 매년 200만여명씩(7% 안팎) 꾸준히 증가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출산율이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고령자 등의 사망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통계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 기대수명은 77.1세로, 팬데믹 전인 2019년 78.9세에 비해 1.8세 줄었다. 이에 미국인 기대수명이 2003년 수준(77.1세)으로 되돌아갔다. 팬데믹 이전에도 미국에선 2014-15년 계절성 독감(毒感)으로 기대수명이 0.2세 줄어들고, 2016-17년에도 0.1세 감소하는 등 수명 단축의 전조가 있었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미국은 비만인구 비율이 42%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와 관련한 고혈압과 당뇨병 등 기저질환자가 많아 대형 감염병에 취약하다”며 “의료비가 비싸고 의료보험 체계가 빈약한 것도 기대수명이 정체되고 감소하는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