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심장 ‘발’①] 발바닥 적신호 ‘족저근막염’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필자는 ‘제2의 심장’이라 불리는 발에 관한 건강칼럼을 준비하면서 발과 발가락에 관심을 가지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思惟)의 방(Room of Quiet Contemplation)’에서 전시되고 있는 국보 78호와 국보 83호 두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의 발가락을 유심히 보았다.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얹고 오른손을 살짝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은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깨달음의 상징이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은 힘이 들어가서 굽어진 상태이다. 일부 학자들은 반가사유상에 나타난 ‘굽어진 발가락’이 깨침의 순간 중추신경계에 나타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즉 법열(法悅)에 들면서 입가에 미소가 감돌고 발가락은 살짝 움직이고 손가락은 뺨에서 막 떨어지는 순간을 나타냈다고 본다.
발(foot)에는 엄지발가락에서 새끼발가락까지 5개의 발가락(toe)으로 나누어지며, 발가락 가운데서 둘째발가락(검지발가락)은 사람에 따라 그 길이가 매우 다양하다.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보다 2mm 이상 길면 이집트인 발(Egyptian foot), 길이가 비슷하면 로마인 발(Roman foot), 둘째발가락이 엄지발가락보다 2mm 이상 길면 그리스인 발(Greek foot)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리스인 형의 발에는 병적인 현상이 드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마인 형이 68.6%로 가장 많고, 이집트인 형이 19.6%, 그리스인 형이 11.8%로, 서양인과는 다른 분포를 보였다. 하지만 발에 병이 있는 사람을 분석한 결과는 이집트인 형이 50.3%, 로마인 형은 29.4%, 그리스인 형은 20.3%로 서양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발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는 부위이며, 발목을 이루는 7개의 족근골(足根骨), 발등을 이루는 5개의 종족골, 발가락 마디에는 14개의 족지골 등의 복잡한 뼈로 이루어져 있다. 발에는 종족골이 서로 견고하게 연결되어 체중을 골고루 받쳐주기 때문에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역할을 한다. 엄지발가락은 체중을 옮겨 주는 지렛대 역할을, 각 발가락은 앞으로 나가게 하는 역할을, 뒤축은 신체를 균형 있게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발은 56개의 뼈와 60개의 관절, 214개의 인대, 38개의 근육을 비롯해 수많은 혈관들로 정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최근 달리기, 걷기, 댄스, 배드민턴 등 하체 동작이 많은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발목과 발 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발 사용량이 늘어난 결과로 생기므로 뼈 손상보다는 움직임이 많은 인대(靭帶)나 근막(筋膜) 질환이 많다.
발목과 발 관절 인대 손상이나 염증 환자가 크게 늘어 2010년 160만여명이던 것이 2019년에는 204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족저근막염(足底筋膜炎) 환자는 2010년 8만9000여명에서 2013년 15만3000여명, 2016년 22만7000여명, 해마다 늘어 2019년에는 27만6000여명으로 10년 사이에 3배가 넘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운동 기회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25만명이 넘었다.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은 임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족부 병변 중 하나로, 뒤꿈치의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과거에는 발과 발목을 포함한 족부를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이 적었지만, 최근에는 족부 전문의들이 전국 각지에서 진료를 본다.
‘족저근막’이란 발바닥에 있는 두꺼운 섬유조직의 막으로 종골(뒤꿈치 뼈) 안쪽에서 시작하여 발바닥 앞쪽으로 5개의 분지를 내어 발가락 기저부에 부착되는 강인하고 두꺼운 섬유띠다. 족저근막은 발의 아치(arch)를 만들어주고, 걸을 때 발이 튼튼하게 힘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발 아치(족궁, 足弓)는 몸의 하중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완충 작용을 하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걷거나 서있을 때 발뒤꿈치와 발가락의 뿌리 부분이 지면에 닿고 중간은 살짝 뜨는 형태가 정상적인 발이다. 발의 아치 구조에 이상이 생길 경우, 몸은 똑바로 지탱할 수 없게 되며, 몸이 균형을 잃게 되고 전신 관절까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현대인의 발 아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발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신발을 신고 딱딱한 아스팔트를 걷기 때문이다.
족저근막염은 대부분 급성으로 발생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증상이 생긴다. 전형적인 증상은 뒤꿈치 안쪽 부위의 통증으로,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첫발을 내디딜 때, 의자에 오래 않아 있다가 일어나서 첫발을 디딜 때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고, 계속 걸으면 오히려 통증이 완화된다.
족저근막염이 생기는 원인은 (1)족저근막에 가해지는 반복적인 스트레스이다. 단순한 염증이 아니라, 반복적인 미세한 외상 또는 너무 많이 사용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2)발에 변형이 있는 경우 더 잘 발생할 수 있다. (3)발목을 발바닥 쪽으로 구부리는 근력이 약해지면 발생할 수 있다.
근력이 약해지면 걸을 때 발의 추진력이 약해지면서 근육이 원래 해줘야 할 기능을 족저근막이 대신하게 되고,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추가로 받아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외에도 통풍(痛風), 루푸스(lupus), 강직성 척추염(脊椎炎) 등의 전신질환이 있는 경우에 만성의 족저근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진단은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만으로 가능하다. 진찰 소견상 대부분 종골(踵骨, heel bone)의 내측 결절 부위에 국소 압통이 있으며, 국소 부종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족저근막을 수동적으로 신장시켜 증상이 발현되는지 확인하는 ‘감아올림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립 상태에서 발 X-ray를 촬영해 다른 원인에 의한 통증을 감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