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 리스크②] 춘절 대규모 한국방문객 대책 ‘시급’

2017년 춘절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올해 설 명절 때 중국 관광객들이 대거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어 방역대책이 시급하다. 

‘위드 코로나’로 돌아선 중국에선 약품 부족이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힌다. 의료진 부족과 발열 환자 폭증으로 병원 진료가 극히 어려워졌지만, 해열제는 물론 기침약도 구하기 힘들어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해열제는 약국 대신 암시장에서 구해야 하는 희귀품이 됐다. 보통 SNS를 통해 거래되는데, 정가의 100배가 넘는 고가에 팔리기도 한다. 베이징에서 어린이 해열진통제가 무려 2000위안(약 38만원)에 팔린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 3년간 ‘4가지 약품’으로 불리는 해열제·기침약·항생제·항바이러스제의 생산과 판매를 통제해 왔다. 지난 3일 구매 규제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의사 처방을 받아 실명으로 소량만 구입할 수 있었다. 이에 제약사들은 해당 약품 생산량을 줄여야 했고, 이런 상황을 버티지 못한 일부 기업은 도산했다.

코로나 확진자들이 주로 복용하는 해열·소염진통제인 이부프로펜(ibuprofen)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이 이같은 약품 부족 사태를 직면한 것은 방역 완화를 위한 당국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방역 완화 한 달 전부터 제약사 절반 정도가 생산 라인을 최대로 가동했다면 약품 부족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배달원이나 화물차 기사 등 물류 종사자 상당수가 코로나에 확진돼 배송이 지연된 것이 사태를 키웠다.

올 1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휩쓸던 때 전 세계 하루 확진자 수가 400만명으로 최고 수준이었다. 그런데 3주 전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를 선언한 중국에서 하루 확진자가 3700만명을 넘어섰다는 집계치가 중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방역 당국이 제로 코로나 폐지와 함께 PCR(유전자 증폭) 검사도 폐지해 정확한 코로나 감염 통계를 확인할 수 없다.

12월 26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이달 들어 20일까지 총 2억4800만명이 감염됐으며, 20일 하루에만 감염자 수가 3700만명이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아시아 각국의 인구 대비 총 확진자 수 비율을 보면 한국이 53% 수준이고 홍콩과 대만이 30%대, 일본이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메리츠(Meritz)증권은 내년 3월까지 중국인 약 30%가 감염되며 치사율이 아시아 평균치(0.16%) 정도인 기본 시나리오에서 약 67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 국무원합동방역기구는 12월26일 “중국에 입국한 사람은 집중 격리 없이 방역봉쇄구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지난 7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국경 봉쇄를 해제한 것이다. 1월8일부터는 중국 입국 즉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입국 후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코로나 검사도 없앤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국내 항공사의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12-20%에 달했다. 2019년 11월 한국-중국 노선 여객 수는 152만6000명이었지만 올해 11월에는 5만2000명에 그쳤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한·중 노선을 일주일 50편까지 늘리기로 중국 정부와 합의했으며, 방역 조치 완화로 여객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최근 방역 규제를 완화한 후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대폭 늘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1월 중국 유입 확진자는 19명으로 전체 해외 유입 확진자의 1% 수준이었으나 12월에는 23명(14.2%)으로 급증했다. 최근 1주일(12월 21-27일)만 놓고 보면 27.5%에 달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2월 26일 밀라노 국제공항에서 승객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한 결과, 베이징발 92명 중 35명(38%), 상하이발 120명 중 62명(52%)이 양성을 보였으며, 양성 반응자 대부분이 무증상자였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28일 주요 국제공항에 신종 코로나 검사소(COVID-19 Testing Center)를 개설하고, 중국발 입국자는 도착 즉시 반드시 검사를 받도록 했다. 오라치오 실라치 보건장관은 “중국에서 새로 등장할 수 있는 변종 바이러스 감시와 예방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30일부터 신속항원키트를 이용해 모든 중국발 입국자의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로 했다. 대만은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간 중국발 입국자 대상 코로나 검사를 한다.

미국은 내년 1월 5일부터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에서 미국으로 오는 2세 이상 모든 여행객은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항공사에 탑승 전 48시간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 진단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하는 중국발 승객도 음성 확인서 제출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내년 2월까지 중국에서 입국하는 경우, 입국 전과 후의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 하겠다”고 밝히고 “중국의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인한 국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방역조치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이에 입국 전 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음성 확인이 되는 경우에만 비행기 탑승이 가능하다.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이전 BA.1 하위 변이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사람의 뇌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12월27일 홍콩 SCMP 보도에 따르면, 마카오대학과 하버드대학 의대 공동 연구팀은 “중국의 현재 면역력 수준을 감안할 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3개월 내 12억7000만명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6개월 내 149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최악의 경우 3개월 내 중국인 96%가 감염되고 사망자는 15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12월 코로나 바이러스를 처음 세계에 유포시킨 중국이 코로나의 마지막 피크까지 장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많은 중국인들이 음력 정월 초하룻날 춘절(春節) 연휴(1월 21-27일)를 앞두고 해외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 억명이 감염되는 상황에선 면역 회피가 높은 변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그 변이가 국내로 유입됐을 때 방역 당국이 얼마나 빨리 찾아내고 빨리 대응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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