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4년차, 코로나19와 결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올해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집단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9, 코로나19)의 ‘코로나 팬데믹(Pandemic, 감염병 세계적 유행) 시대’ 4년째에 접어든 해다. 이번 겨울 중국발(發) 코로나 유입 등을 잘 막아내면 지리했던 코로나19와 결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발 코로나 유입이나 변이 바이러스에 잘못 대응하면 대확산과 위중증 환자 급증, 의료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코로나19 첫 확진자는 2020년 1월 20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으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다. 그후 만 3년 지난 새해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주변을 위협하고 있다. 수많은 신종 변이가 계속 등장하고, 특히 중국에서 확진자가 폭발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유행을 이끈 XBB.1.5가 확산 중이라는 보고도 있다.
미국에서는 XBB.1.5뿐 아니라 BA.5 계통인 BQ.1과 BQ.1.1도 함께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1월 11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PHE)’를 90일 다시 연장했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1월 처음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발령한 뒤 90일 단위로 연장해왔다. 비상사태가 유지되면 미국인들은 코로나 19 검사와 백신 접종, 치료제 투여 등을 계속 무료로 제공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비상사태 연장은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XBB.1.5가 크게 번지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변이는 전파력이 기존의 어떤 변이보다 강한데, 지난해 8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동남아, 미국 등으로 번지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7일) 미국 전체 코로나 신규 확진자 가운데 27.6%가 이 변이에 감염되었으며, 이는 12월 마지막 주의 18.3%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것이다. 1월 10일 현재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가 6만3982명이며, 사망자는 580명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는 4만677명으로 2주 전보다 15% 늘었다.
한때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우리나라도 지난해 3월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omicron) 변이바이러스에 2년 가까이 유지하던 ‘K-방역’의 둑이 터지면서 하루 확진자 수가 62만명까지 치솟고, 급증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때문에 의료·장례 시스템이 한계 상황을 맞은 경험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80만명(비검사자 포함 시 480만명 추정)을 웃돌았고, 한때 사망자가 폭증해 냉동트럭에 시신(屍身)을 보관하는 참상이 보도되기도 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변이의 특징은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졌고, 여러 변이가 공존하고 있다. 과거 델타에서 오미크론(Omicron)으로, 오미크론 변이에서도 BA.1, BA.2, BA.5로 수개월씩 걸려 순차적으로 대체가 이뤄지던 것과는 다르다. 그렇다 보니 각국이 우세종(優勢種)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피해를 키우는 ‘변이(變異) 릴레이’가 벌어지고 있다.
요즘 코로나19 감염 시 증상은 후각과 미각 상실은 전보다 덜하지만, 상기도(上氣道, upper respiratory tract) 부위를 주로 공격하면서 인후통이 심하여, 임상에서는 ‘목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 등이 보고되고 있다. 기도(氣道, 숨길)는 상기도(코, 구강, 부비동, 인두, 후두), 하기도(기관, 기관지), 허파(폐포관, 폐포주머니, 꽈리)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이제 많은 나라가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도입된 조치를 최소화하고 위중증 환자의 치명률을 낮추는 위드 코로나 방역정책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주간 위험도 평가 결과 1월 1주(1-7일) 일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5만9239명으로 전주보다 9.6% 줄었다. 12월 3주 6만7314명까지 올랐던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가 12월 4주 6만5530면으로 하락한 데 이어 2주 연속 감소한 것이다.
감염자 한 명이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 보여주는 감염재생산지수(Rt)는 12주 만에 1 미만으로 내려왔다. 통상 Rt 수치가 1 이상이면 감염병 유행 확산을, 1 미만이면 유행 억제를 뜻한다. 이에 7차 유행이 감소세로 돌아선 양상이며,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를 위한 전문가 검토가 시작될 것으로 정부 관계자가 예고했다. 다만 당국은 위중증 환자 증가 추세와 중국발 유행 확산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하는 요건으로 △주간 환자 발생 2주 이상 연속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전주 대비 감소·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동원 가능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동절기 추가 접종률 고령자 50%·감염 취약시설 60% 이상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 중 2가지를 충족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환자 발생과 병상 가동 능력 2개가 충족된 상태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2가지 지표는 설정한 참고치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전체적인 방역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특히 신규 변이의 발생 상황 등 해외로부터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1월 1주 일평균 재원중 위중증 환자 수는 597명으로 직전주 대비 2.9% 증가했다. 최근 4주간 추이를 보면 12월 2주 464명에서 12주 3주 528명, 12월 4주 580명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주간 일 평균 사망자 수는 전주 대비 2.9% 감소해 57명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코로나19 총 감염자는 3064만8571명이며, 6만424명이 사망했다. NHK 등 매체는 1월 10일 7만5504명이 코로나19에 새로 걸렸으며, 사망자는 253명 나왔다고 전했다. 확진자 가운데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 체외막형 산화장치)를 달고 집중치료실 등에서 치료를 받는 중증환자는 1월 10일 현재 전날보다 8명 많은 656명이다. ECMO란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서 혈액을 환자 몸에서 빼내어서 최외 산화장치에서 산소를 혈액에 주입하는 동시에 혈액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환자 몸속으로 돌려보내는 장치이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집계 불능 수준으로 폭증하는 상황으로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주요 대도시의 감염률은 무려 90%에 육박한다는 추정도 있다. 중국의 인구를 감안할 때 중국 코로나 폭증 사태는 이웃 나라에도 초비상이라고 할 수 있다. WHO 유럽지역사무소는 1월 10일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XBB.1.5) 확산을 막기 위해 장거리 노선 항공기 등의 대중교통과 실내에서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 있는 곳에서 출발하는 여행객 모두에게 해당하는 권고 사항이라고 했다. WHO 유럽사무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에서 최근 빠르게 번지고 있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XBB.1.5가 유럽에서도 일부 확인됐으며 차츰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다시 걸리는 재감염(再感染) 비율이 최근 13%를 넘어섰다. 재감염 시 치명률은 첫 번째 감염 때보다 1.7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위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은 높지 않지만 재감염률이 높은 만큼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야하는 대상이다. 재감염률은 예방접종 횟수가 증가할수록 그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감염 예방 효과는 물론, 중증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예방접종이 꼭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로 코로나19에 걸려도 심하지 않다는 인식과 백신 접종에 대한 피로도가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백신 접종에 대한 잘못된 오해 중 대표적인 것은 “이미 코로나19에 걸려 자연면역이 생겼으니 백신으로 인한 면역보다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므로 마지막 접종 또는 감염으로부터 3개월이 경과했다면 동절기 2가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