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코로나’, 이제는 ‘헤어질 시간’
코로나19(COVID-19)가 팬데믹(Pandemic)이 된지도 3년이 지나 날짜로는 1000일이 넘었다. 1969년 제작된 영화 ‘천일의 앤(Anne of the Thousand Days)’에서 주인공은 “1000일 동안 사랑이 엇갈리면서 둘이 서로 사랑한 날은 딱 하루였다”고 회고한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단 하루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영화 ‘천일의 앤’은 16세기 한 손엔 헨리 8세(Henry VIII, 1509-1547 재위, 리처드 버튼 분), 다른 한 손으로는 영국을 움켜잡으려는 영리하고 야심만만한 왕비 앤 불린(Anne Boleyn, 1501-1536, 주느비에브 부졸드 분)과 아들 후계자를 원하는 호색한 헨리 8세의 궁중에서의 사랑과 암투를 그리고 있다. 왕비 6명 중 두 번째 왕비 앤은 냉담한 정치적 알력의 희생자가 되어 딸의 장래를 걱정하며 단두대 이슬로 사라진다. 뒷날 앤의 딸 엘리자베스는 당당하게 여왕(Elizabeth I, 1533-1603)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2020년 1월 20일 발생했다. 중국 우한에서 인천으로 입국한 30대 중국 여인이었다. 국내 코로나19 첫 발생 3년여 만에 누적 확진자가 3천만명을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월 23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3천만8756명이 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누적 확진자 규모는 집계가 되지 않는 중국 등을 제외하면 미국·인도·프랑스·독일·브라질·일본에 이어 일곱째로 많다. 국내 코로나 누적 사망자도 3만3천명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 예방백신 수급문제, 백신 선택, 백신 접종 후유증, 마스크 수급대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중증화와 사망, 코로나19 후유증, 코로나 재감염 등으로 가슴 졸이며 살았다. 필자의 경우, 코로나19 예방접종을 5회(1차접종 2021년5월28일, 2차 2021.6.18., 3차 2021.11.6., 4차 2022.3.9., 그리고 개량백신접종 2022.11.15.)를 맞았으나, 2022년 12월2일 코로나19에 확진되어 7일 동안 격리,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코로나 후유증으로 고생했다.
질병관리청은 2차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은 만 19세 이상이 코로나 후유증을 겪은 비율은 30%로. 비접종자(44.8%)보다 낮다고 1월 19일 발표했다. 작년 6-12월 총 3915명이 참여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전체 확진자 4명 중 1명꼴(24.7%)로 코로나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유증 확률은 여성이 남성의 2배 정도였으며, 증상은 ‘기침과 가래’가 가장 많고, 이어 피로감, 인후통 순이다. 후유증 경험자의 68%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았다’고 했다.
작년 8-11월에 실시한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도 예방접종자의 코로나 후유증 발생 비율(19.7%)이 비접종자(23.4%)보다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미국 세인트루이스 보훈병원 연구진은 “코로나 양성 판정 닷새 안에 화이자(Pfizer)가 개발한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Paxlovid)를 투약하면 코로나 후유증을 겪을 확률이 26% 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코로나19 후유증을 줄이려면 예방과 치료 모두 중요하다.
마스크(face mask)는 지난 3년 동안 코로나 방역의 상징과도 같았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했다. 이제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여 정부는 1월30일부터 병원과 대중교통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로 했다.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2020년 10월 13일 다중 이용 시설과 대중교통·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했다. 그해 11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하는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대상 시설도 PC방, 헬스장, 결혼식장, 대형마트 등으로 확대됐다. 2021년 4월 12일부터는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2m이상 거기두기가 안 되는 겨우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그동안 우리 국민이 쓰고 버린 마스크 개수가 약 500억 개에 달한다.
지난해 5월에 50명 이상이 모이는 실외 집회·공연 및 스프츠 경기를 제외한 바깥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되었으며, 그해 9월 실외 마스크 착용이 전면 ‘의무’에서 ‘권고’고 전환됐다. 방역 당국은 의료기관·대중교통 등을 포함한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2단계 조정’ 시점으로 현재 ‘심각’ 단계인 코로나 위기 단계가 ‘경계’나 ‘주의’로 내려가거나 코로나 법정 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조정될 때를 제시했다.
정부는 작년 12월 실내 마스크 해제 조건 4개(△주간 환자 발생 2주 연속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전주 대비 감소·주간 치명률 0.1% 이하 △4주 내 동원 가능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동절기 추가 접종률 고령자 50%·감염취약시설 60% 이상)를 제시하고 이 가운데 2개 이상이 충족되면 의무 해제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4개 조건 중 고령층의 개량 백신 접종률(1월20일 기준 34.5%)만 뺀 나머지 3개는 모두 충족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은 현행 ‘의무’에서 1월 30일부터 ‘권고’로 전환된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도입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학교, 학원,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도 ‘권고’로 전환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유지 장소는 의료 기관과 약국, 감염 취약 시설(요양병원, 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장애인 복지시설), 대중교통(버스, 철도, 도시철도, 여객선, 전세버스, 택시, 항공기 등)이다.
국내 코로나 방역 조치는 일부 실내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 외에 ‘확진자 7일 격리’만 남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隔離) 기간은 2020년 2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4일이었다가 2021년 11월에 10일로 단축됐고, 2022년 1월 7일로 줄었다. 최근 해외에서는 속속 격리 의무를 해제하고 있다. 홍콩은 1월 30일부터 확진자 격리 의무를 해제하기로 했으며, 일본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하향하는 방식으로 각종 방역 조치를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실내 마스크 의무 1단계 해제가 진행되면서 격리 의무 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단계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상사태가 해제되고 국내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내려가면 전문가들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월 25일 중앙방영대책본부에 따르면, BN.1의 이달 셋째 주(15-21일) 검출률은 46.3%로, 전주(8-14일)보다 7.1%포인트 늘었다. BA.5 세부 계통 검출률은 38.9%로 7.7%포인트 줄었다. BN.1은 일명 ‘켄타우로스(BA.2.75)’에서 파생한 변이로 기존 바이러스보다 면역 회피 능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변이 확산에 따라 1월 둘째 주 주간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 사례 비율(21.48%)은 20% 선을 넘어섰다.
BN.1이 우세종화(검출률 50% 이상)되면 2021년 7월 델타 변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1월 BA.1(오미크론), 7월 BA.5에 이어 국내 다섯 번째 우세종 변이가 된다. 새로운 변이가 계속 나오고, 재감염자도 국민 5면 중 1명 이상으로 늘면서 매번 방역을 이유로 통제를 하는 방식 대신 엔데믹(endemic, 풍토병화)으로 관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1월26일 식품의약국(FDA) 자문단 회의를 열어 코로나 백신 연례 접종을 논의했으며, 이탈리아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방역 당국도 코로나19 백신을 독감 백신처럼 매년 정기적으로 맞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백신접종간격은 3개월 경과 후 수시 접종이지만, 개편 방향은 연 1-2회 정기 접종이다. 즉, 일반 성인은 매년 한 번씩, 고령층·면역 저하자·코로나 감염 경험 없는 어린이 등 고위험군은 두 번씩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백신 종류는 단가 백신(1가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 1·2차 접종)과 2가 백신(2가지 바이러스에 대응한느 백신, 3차 이상 접종)이 있다. 기초접종과 추가접종으로 나눠 관리하던 백신 종류도 통일하여 그해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따라 개량된 최신 백신으로 접종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당분간은 일반 성인들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령층 등 고위험군 위주로 무료 접종이 시행될 전망이다. 코로나19는 주로 겨울철에 유행하므로 매년 9월부터 독감 예방접종과 연계해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이 백신 접종 간소화를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앞으로 유행을 이끌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유행 상황을 주시해야 하겠지만, 이제 오미크론(Omicron) 정도의 전파력을 가진 새로운 변이가 대규모 유행을 통해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 초창기 1%를 넘었던 치명률이 백신 접종 등으로 최근 0.07%까지 떨어지고 국민 100명 중 99명(98.6%)이 코로나 항체(抗體)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상적 방역 의료 체계 안에서 겨울철 독감처럼 관리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감염재생산지수(Rt)는 0.77로 3주 연속 1 미만을 유지했고, 방역 당국은 셋째 주 코로나 주간 위험도 평가를 통해 13주 만에 ‘중간’에서 ‘낮음’으로 내렸다.
입춘(立春)이 2월 4일이다. 이에 ‘코로나19’와는 헤어지고 따뜻한 봄을 맞아 ‘웃음꽃’을 피워야 하겠다. 혹자는 웃음이야말로 지구촌 최강의 전염병이라고 했다. 이에 마스크 없이(No Mask) 서로 환한 얼굴을 쳐다보면서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보다 백배 천배 강력한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리도록 모두 동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