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황장애②] 이탈리아 ‘발코니 응원전’의 기억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작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이탈리아 시민들은 매일 저녁 발코니에서 노래를 불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나라 전체에 ‘이동 제한령’이 떨어진 이탈리아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이 주택 발코니에 나가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격려하는 ‘발코니 응원전’이 펼쳐진 것이다. 당국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격려했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SNS에 글을 올려 주민들이 매일 저녁 6시 발코니에 나가 함께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유명 음악인들도 가세했다. 밀라노에 거주하는 비올리스트인 다닐로 로시는 “포기하지 말자.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적힌 현수막을 발코니에 걸고 비올라를 연주했다. 테너 마르치니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에 나오는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를 발코니에 나와 부르는 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려 3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토리노에 거주하는 한 가족은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란 문구가 적힌 그림을 걸어 놓고 합창을 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의 코로나감염증 인명피해가 유독 큰 이유는 G7 회원인 선진국인데도 국가재정 부실로 의료시스템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병상(病床) 숫자가 독일 8개, 프랑스 6개인데 비해 이탈리아는 3.2개에 불과하다. 이에 코로나감염증 환자들도 병실이 모자라 병원 바닥에 누워 치료받고 있으며, 사망자가 급증하여 모든 장례식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는 보편적 의료를 제공한다는 기치 아래 민간보다는 공공 부문 위주로 의료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의사들은 보수가 낮다며 영국, 독일 등 해외로 대거 떠나버려 의료서비스 질이 크게 떨어졌다. 2005년부터 10년간 고국을 등진 의사가 1만명에 달한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2.6%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인이 많아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장 심각하게 번진 북부 롬바르디아주는 세계 패션 중심지 밀라노(Milano)를 끼고 있으며,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와 갖가지 사업을 벌이는 곳이다.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온 업무 출장자와 여행객이 많아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특히 롬바르디아주에서 순식간에 코로나바이러스 피해가 불어나자 정부가 허둥지둥하며 초기 대처를 제대로 못한 측면도 크다.
코로나19가 유럽에서 크게 번져 3월 25일 기준 198개국에서 누적 확진환자 수는 40만3800명, 사망자 1만8230명에 이른다. EU 27개 회원국 정상이 비회원국 국적자의 EU 입국금지에 합의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감염병이 발생한 후 사태 초기에 중국발(發) 외국인 입국금지, 국경봉쇄를 통해 감염 차단에 성공하여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대만·싱가포르·홍콩도 최근엔 유럽발 감염원을 제대로 막지 못해 자국 내 환자 유입이 늘었다.
외국 감염원 유입이 늘자 대만은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초강력 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우리나라도 유럽발 감염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공항 검역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나라는 특별입국절차에만 매달리고 있다. 코로나사태 초기에 ‘방역의 기본’인 중국발 ‘입국차단’을 실행하지 않아 방역에 실패한 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유럽발 감염원의 국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여야 한다.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므로 지나친 불안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격려해주면서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도록 가족, 친구, 동료 등과 소통해야 한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실내에서라도 운동을 하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공황장애 병력이 있는 사람은 전문의의 진단을 다시 받아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