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황장애①] ‘내일은 미스터트롯’으로 대인기피증·우울증 날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요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황장애(恐慌障碍, panic disorder)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 즉 공황장애 치료를 받아 괜찮아졌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우울증, 강박증, 공황장애와 같은 병력을 갖고 있었던 사람에게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자극이 되어 다시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병원을 찾은 한 고등학생의 경우, 너무 자주 씻어서 손에 피가 날 정도였다고 한다. 감염 공포로 인하여 고체 비누를 사용하지 못하고, 손을 씻고 난 뒤 수도꼭지도 못 만진다. 사워를 두 시간씩 하고, 스마트폰을 소독 티슈로 닦고 또 닦는다고 한다.
한 회사원의 경우는 회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안에 탄 사람들을 보고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져서 결국 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계단을 이용했다고 한다. 즉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있는 걸 본 순간 코로나 바이러스 생각이 나고 혹시라도 확진자가 있을 것만 같았다고 한다.
공황장애 증세 중 하나가 호흡곤란인데, 마스크를 실내에서도 착용해야 하므로 증세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공황장애 과거력이 있는 경우 코로나19 스트레스가 커진데다가, 이번 사태로 사업까지 잘 안되면서 증상이 악화된 기업인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어린 자녀들과 함께 집안에서만 있어야 하는 어머니의 경우, 만지지 말라고 한 것을 만진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자책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자녀들의 옷이나 수건 등을 빨고 또 빨고, 소독약을 반복해서 뿌리는 강박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공황장애란 심한 불안 발작과 이에 동반되는 다양한 신체 증상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불안장애(不安障碍)의 하나이다. 공황은 공포와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공황(panic)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판(Pan)은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목신(木神)인데, 성격이 포악하여 인간과 가축에게 공포와 공황을 불어넣었다고 하여 ‘panic’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현대의학에서 공황장애가 심장이나 신경계, 혹은 내과질환과 분리되기까지는 약 150년이 걸렸다. 공황장애 환자에 대해 최초로 기록한 사람은 영국의 심장내과 의사인 J.A. 호프(Hope)다. 그가 1832년 저술한 심장학 교과서에 신경성 심계항진(心悸亢進)을 보인 환자에 대한 묘사가 실려 있다. 1940년 무렵에 공황장애는 정신과 의사들이 진료해야 하는 병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우울증(憂鬱症) 환자가 올 들어 <TV조선>이 방영한 12부작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즐겨 시청하면서 우울증이 사라졌다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어려운 가정 사연을 가진 출연자들이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이 국민을 감동시켰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이 힘들고 어려운 때에 큰 위안을 줬다. 많은 가정에서 오랜만에 3대가 한자리에 모여 TV를 시청하면서 행복했다고 한다.
‘미스트트롯’ 결승전 날 시청률 35.7%는 지난 10년 지상파·종편을 다 합쳐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본방송 동시 시청자수는 1007만명에 달했다. 최종 결승자 7명에 대한 시청자 문자투표의 대폭주(773만표)로 우승자를 정하지 못하는 곡절도 겪었다. 이에 최종 집계를 마무리하고 3월 14일 10시 최종 결선 7명 중에서 ‘미스터트롯 진·선·미(眞善美)’가 결정되었다.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은 결승전이 열린 날이 자신이 5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忌日)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미스터트롯 선 영탁은 뇌졸중(腦卒中)으로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가 경연을 관람하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미스터트롯 미 이찬원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아버지의 가수 꿈을 대신 이뤄 기쁘다며 코로나19로 고통을 받고 있는 대구·경북 고향 분들이 힘내시길 바랐다. 이찬원 부모는 현재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미스터트롯 5위 정동원은 열세살 초등학생으로 ‘내일은 미스터트롯’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손자’로 등극했다. 세살 때 부모 이혼으로 세상과 담쌓았던 소년에게 2년 전 작은할아버지 댁에서 만난 색소폰이 ‘정동원 드라마’의 시작이며 마음의 문을 여는 통로가 됐다. 할아버지를 따라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사람들 앞에 서게 되면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對人忌避症, social phobia)도 점차 사라졌다고 한다.
트로트(trot)는 4분의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 대중가요의 한 장르이며, 20세기 초 유행한 미국 사교댄스의 연주 리듬을 일컫는 ‘폭스-트로트’에서 이름을 따왔다. 트로트는 1920년대에도 존재했지만, 1930년대 이후에 국내 무대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트로트가 하나의 장르로서 견고한 위상을 구축하게 된 것은 1960년대 ‘엘러지(elegy)의 여왕’으로 통한 이미자(李美子, 1941년生)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