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와 ‘한국인 혐오’ 지혜와 인내로 벗어나야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즉,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들이 사태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중국인 입국 통제를 촉구했지만 정부당국의 정치적 판단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켰다. 전 세계는 외교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방역(防疫)을 앞세우고 있다.
중국 우한(武漢, Wuhan)에서 코로나감염병 사태가 발생하자 일찍 중국 경유자 입국을 차단한 나라들은 ‘방역 모범국’이 됐다. 베트남은 2월 1일부터 중국에서 오는 사람은 물론 물자까지 끊은 결과 감염자가 16명에 그치자 외국 바이어들이 중국을 대신해 베트남으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대만도 2월 7일부터 중국인 유입을 전부 차단한 결과 4일 현재 감염자는 42명이다.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2002년 11월 중국 광동지역을 중심으로 발병이 시작되어 2003년 4월 홍콩에서 사스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당시 노무현 정부는 관련부처를 총동원하여 대처한 결과 확진 환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칭호를 받았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애 대한 방역대책을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우리나라가 중국 다음으로 환자가 많이 발생하였다.
코로나19 환자가 3월 7일 현재 발생 47일만에 7041명, 사망자가 48명에 이르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인을 경계하고 차별하는 ‘한국인 포비아(phobia, 공포증)’ 현상이 확산되고 있으며, 해외 교민들 불안도 커지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7일 오스트리아가 추가되면서 이날 현재 한국발 방문자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모두 103개국에 이르고 있다. 이는 UN 회원국(193개국) 기준 53%에 달한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홍콩, 일본, 몽골 등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싱가포르는 입국 금지 대상을 대구와 청도에서 한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중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심지어 “한국에서 귀국한 사람들은 아파트 단지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에게 “한국·일본에서 몰래 돌아온 사람이 있으면 즉각 신고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발견 즉시 격리 시설로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격리하는 중국 도시와 공항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선전매체는 한국인 격리와 관련하여 “외교보다 더 중요한 게 방역 문제”라며 해외 입국자를 방치해 역병(疫病)이 재발하면 중국 인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은 국민 안전보다 정치를 우선했다는 지적이다. 즉 한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위해, 일본은 올림픽을 위해 초기에 중국 감염원(感染源)을 철저히 차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요즘 ‘감염 주도 방역’이란 말이 인터넷에서 돌고 있다. 즉, 코로나바이러스(coronovirus)를 창궐시켜 한국을 중국보다 더 위험한 나라로 만들면, 중국인들이 알아서 떠나게 하는 것이 외교 마찰 따위는 없는 감염 주도 방역이다.
최근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중국인들이 한국에 오지 않고 중국 유학생들도 ‘알아서’ 중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한류 열풍이 불었던 베트남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관광지 기념품 숍에서도 한국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의 한 소셜미디어에는 한국(South Korea)과 우한 코로나를 합친 ‘사우스 코로나(South Korona)’라는 문구도 올라와 있다. 베트남은 입국 심사에서 한국인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확인해 2-3번째 숫자가 대구·경북 출신을 뜻하는 67-81이면 입국을 불허했다. 대구와 경북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출생 등록지가 대구·경북이면 입국을 막았다.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도 한국인을 혐오하고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한국 여행 주의보를 내리고 있으며, “대구와 경북 지역으로 불필요한 여행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한국행 항공 노선도 잇달아 축소 또는 중단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번진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두가 우울한 상황에서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의료인들이 자기 사업을 포기하면서 자원봉사에 나서면서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난은 우리에게 불행만 갖다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 의식을 발현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다. 종식 이후 코로나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복기(復棋)하여 ‘코로나 백서(白書)’에 상세하고 세밀하게 기록해야한다. 백서에는 방역 및 의료체계에 대한 개선방안도 제시하여,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혼란을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란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마지드 마지디(Majid Majidi·61)는 최근 중국 국영 국제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중국인의 이야기로 영화를 기꺼이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