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스·메르스 등 바이러스성 질환, 면역력 강화 어떻게?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면역(免疫, Immunity)이란 전염병(疫)을 면(免)한다는 뜻으로 체내에 병원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하거나 침입한 병원체를 제거하는 능력을 말한다. 중국 우한폐렴(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면서 면역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즉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켜내는 면역력이 근본적인 답으로 거론된다.
사스(SARS)나 메르스(MERS) 때도 그렇고, 이번 코로나19(COVID-19)도 새로 발생한 질병이므로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그래서 병원에서 시행하는 치료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사멸할 때까지 환자가 잘 버텨서 이겨낼 수 있도록 돌보는 것들이다. 이에 면역력이 강한 사람들은 잘 버텨서 극복하지만 면역력이 약하고 기저 질환(基底疾患)이 있는 사람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
겨울철 외부 기온이 떨어지면 입, 코 등 차가운 공기와 바로 맞닿는 부분들의 온도가 내려간다. 체온은 36도를 유지해도 입이나 코는 33도 정도로 떨어진다. 온도가 낮아지면 이 부분에 분포해 있는 혈관이 수축되고 혈류량이 줄기 때문에 자연히 백혈구수도 감소한다. 면역작용을 하는 백혈구수가 줄어드니 면역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이 상태에서 감기바이러스 등이 코나 입으로 침투하면 감염되기 십상이다.
면역력을 높일려면 체내에서 면역체계를 전담하는 림프계(lymphatic system) 건강을 지켜야 한다. 림프계는 세균과 싸우는 림프구(lymphocyte, 임파구淋巴球)를 생성하고, 균 침입시 림프구를 출동시켜 우리 몸을 지킨다. 림프구는 전체 백혈구 수의 20-25%를 차지하며, 림프구에는 B림프구와 T림프구, 또는 B세포와 T세포라는 2가지 기본유형이 있다.
림프절(lymph node, 임파절淋巴節)은 전신에 퍼져있는 림프관(lymphatic vessel, 임파관淋巴管)의 중간에 위치하는 결절모양의 주머니이며, 면역작용을 하는 림프구를 만들어 면역력을 높인다. 즉 림프관에 침입한 세균같은 이물질을 제거하여 신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림프관 속에는 림프액이 있다. 우리 몸은 혈액, 림프액, 뇌척수액 등이 잘 순환해야 면역체계가 제대로 유지된다.
림프절은 림프관과 연결되어 수천개의 림프절이 전신에 위치한다. 림프절의 모양과 크기는 다양하나 보통 2.5cm 이내이다. 림프절의 바깥부분은 피질이라 하며, 이곳에 림프구가 모여있는 부분의 중심에는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가 있으며, 피질의 나머지 부분에는 혈액과 림프절, 림프계를 순환하면서 신체의 면역작용을 감시하는 T세포가 있다. 림프절의 중심부인 수질에는 식균(食菌)작용을 하는 대식세포(大食細胞)가 존재한다.
림프계 건강 유지를 위한 수칙에는 △귀밑, 목뒤, 겨드랑이에 있는 림프절을 매일 10분정도 마사지를 한다 △고등어, 계란 등으로 필수지방산을 보충한다 △복식호흡을 하며, 앉으나 서나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매일 30분 정도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을 한다 △매일 수분을 2리터 이상 섭취하여 림프 순환을 돕는다 등이 있다.
면역력을 높이려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면역력이 저하되고 면역세포의 반응률도 떨어진다.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도 꾸준히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인삼, 마늘, 생강, 녹차, 양파, 김치, 현미, 파프리카, 고구마, 고등어, 돼지고기, 표고버섯, 견과류, 발효 유제품 등이 면역력 제고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식품들이다.
‘김치’의 경우 2002년 사스(SARS)가 치구촌을 휩슬었을 때 김치를 즐겨 먹는 한국인은 사망자가 없어 사스 예방에 김치가 효험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 바 있다. 녹차에는 강력한 산화 방지 물질인 카테킨(cathechin)과 테아닌(theanine)이 함유되어 있으며, 생강(ginser)에는 항염증 효과가 있는 진저롤(gingerol)이 풍부하다.
표고버섯(shiitake mushroom)은 감마 델타 T세포를 활성화하고 혈액 내 염증단백질을 감소시켜 면역 기능을 향상시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된 이후 인삼의 인기가 높아졌다. 두릅나뭇과 식물의 뿌리인 인삼은 상태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즉 땅에서 채집한 상태 그대로가 수삼(水蔘)이며, 이를 건조하면 백삼(白蔘), 증기로 쪄서 건조하면 홍삼(紅蔘)이 된다. 홍삼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수삼을 장시간 증기로 쪄서 건조한 것이다.
홍삼은 식품의약품안전처(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에서 면역력 증강, 피로 개선, 항산화, 기억력 개선, 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홍삼 제조 과정에서 인삼의 주요 약리 작용을 하는 진세노사이드(gincenoside)의 화학구조가 변한다. 이때 항암 성분, 항당뇨성분, 항염증 성분, 항산화 성분, 간 기능 해독 성분, 중금속 해독 성분 등 수삼에는 없거나 함유량이 극히 미미했던 10여 가지가 새로 생겨나거나 함유량이 크게 커진다.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소로 비타민D를 빼놓을 수 없다. 햇볕을 하루 20분 가량만 쬐어도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비타민D가 충분히 생성된다. 운동도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므로 매일 30분 정도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실내 운동으로 고정식 실내자전거 타기, 스쿼트, 푸시업, 그리고 아령을 이용하여 상체 운동을 한다.
면역에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타고나는 능력인 선천면역과 후천적으로 획득하는 후천면역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면역은 후천성 면역을 말한다.
선천면역은 선천성 면역, 비특이적 면역, 1차 방어작용, 자연면역, 내재면역(內在免疫)으로도 불린다. 선천면역은 체내에 침입하는 병원체의 종류와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작용하는 방어작용이다. 병원체가 체내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1차 방어’라고도 불리며, 표면의 방어벽과 몸 내부의 화학 물질이 관여한다.
후천면역(후천성 면역, 특이 면역, 2차 방어작용, 획득면역)은 질병에 걸렸거나 예방접종 등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면역을 말한다. 우리 몸에 침입한 병원체의 종류를 인식하고 이에 맞게 대응하는 방어작용으로 림프구(임파구)와 항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천면역은 병원체가 몸에 완전히 침입한 후 일어나는 작용으로 선천면역 작용 이후에 진행되므로 ‘2차 방어’라고도 한다.
선천면역계와 후천면역계는 서로 협력적인 체계로 작용하여, 각 부분이 각각 독립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통합된 반응을 만들어 낸다. 어떤 면역 구성원들은 면역계의 양쪽 유형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협동의 예로 대식세포와 미생물 등이 접촉하는 경우에 일어나는 반응을 들 수 있다.
후천면역계 또한 선천면역 반응의 효과를 일으키고 증가시키는 신호들과 물질들을 생성한다. 특정 T세포들은 특정 항원과 접촉했을 때, 대식세포들이 섭취한 미생물을 죽이는 능력을 높이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합성·분비한다. 또한 침입자에 대항하여 생성된 항체들은 병원체에 결합하여 병원체가 보체(complement) 공격의 표적이 되게 하여, 보체 공격의 강력한 활성인자로 작용한다. 이처럼 서로 중복되는 역할들을 통해서, 두 면역계는 감염에 대해 효율적인 방어장벽을 형성한다.
유행 중인 코로나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널리 사용 중인 ‘손 소독제’의 주요 성분은 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을 굳게 만들어 죽게 한다는 에탄올/에틸 알코올(ethanol, ethyl alcohol)이나 이소프로판올(isopropanol)과 같은 알코올 성분과 건조를 막아주는 유분 성분인 글리세린(glycerin), 그리고 식물추출물 등이다.
바이러스의 번식 과정은 바이러스가 숙주가 될 세포 표면에 붙은 뒤 세포 안으로 침입한 후 숙주 세포의 효소를 이용해 자신을 복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자손(子孫)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 뒤 세포 바깥으로 퍼뜨린다. ‘손 소독제’에 함유되어 있는 식물추출물은 좋은 향이 나는 동시에 인체에는 해가 없이 바이러스의 활동을 막는 항바이러스제 역할을 해 손 소독제 기능을 강화한다.
식물추출물은 바이러스의 번식 과정의 다양한 단계에서 막는 역할을 한다. 즉, 바이러스가 세포에 붙지 못하게 하거나, 세포 안에서 복제하지 못하게 하고, 복제한 바이러스를 세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도 한다. 중국에서 향신료로 쓰이는 식물인 팔각회향(八角茴香)의 추출물은 복제한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막아 독감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Tamiflu)의 주요 성분으로 쓰이고 있다.
팔각회향은 붓순나무과(Illiciaceae)에 속하고 열매를 식용하는 중국에서는 대회향(大茴香)이라 부르지만 우리나라 식약처는 열매의 형태가 ‘팔각형’이여서 팔각회향으로 부르도록 하고 있다. 식품공전에서는 ‘스타 아니스(star anise)’라고 부른다. 팔각회향은 돼지고기나 오리를 찜이나 조림처럼 오래 조리하는 요리에 첨가하면 주재료의 나쁜 냄새를 제거하면서 독특한 향으로 요리의 맛을 살리는 역할을 하므로 식품 재료로도 많이 사용한다.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의 치료제로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Gilead)가 1996년 개발했으며, 이후 스위스 제약사 로슈홀딩(Roche Holding)이 특허권을 사들여 독점 생산했다. 개발 당시 내성을 거듭하는 인플루에자 치료제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중국 토착 식물인 향신료 ‘스타 아니스’ 열매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인 시킴산(shikimic acid)을 추출한 원료로 화학적 합성과정을 거쳐 제조된 약품이다. 2017년 8월 특허 만료 후 복제약(generic drug)이 대거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