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①] 독일 메르켈 총리는 “인구 60-70% 감염 가능성”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1일 코로나19(COVID-19)에 대해 감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경고등급(6단계)에 해당하는 팬데믹(Pandemic, 감염병 세계적 유행)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그리스어로 ‘pan’(모두)과 ‘demic’(사람)의 합성어다. WHO 사무총장 거브러여수스(Ghebreyesus) 박사는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COVID-19가 팬데믹으로 특정지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WHO는 지난 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이후 41일간 “아직 팬데믹 상황에 이르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감염병 발원지인 중국을 감싸며 “대처를 잘하고 있어 다른 나라들이 고마워해야 한다”고 하는 등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이에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는 중국을 편들며 팬데믹 선언을 주저했던 WHO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전 세계에서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찬성했다.
WHO가 정한 감염병 경보(警報)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동물에 한정된 감염) △2단계(동물 간 감염을 넘어 소수의 사람에게 감염된 상태) △3단계(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이 증가된 상태) △4단계(사람들 간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유행병이 발생한 초기 상태) △5단계(감염병이 널리 확산돼 최소 2개국에서 병이 유행하는 상태) 그리고 6단계는 다른 대륙의 국가까지 추가 감염이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1948년 WHO가 창립된 이래 팬데믹을 선언한 사례는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그리고 ‘COVID-19’가 세번째다. 홍콩독감(바이러스 H3N2)은 6개월의 기간 동안 주변 아시아 국가는 물론 유럽, 아프리카, 호주, 남미 등으로 확산되어 전 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이 사망(치사율 0.2% 이상)했다.
멕시코에서 발원된 신종플루(바이러스 H1N1)로 전 세계에서 1만 8500명이 사망(치사율 0.02-0.05%)했다. 우리나라에서도 70만명이 감염되어 263명이 사망했다.
이제 홍콩독감과 신종플루는 해마다 찾아오는 계절독감이 되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처음 발병하여 전 세계로 확산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SARS-CoV-2)는 빠른 전파력, 무증상 전파 가능성, 글로벌 유행의 시차성 등을 고려할 때 계절 감염병이 될 우려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주춤해질 수 있지만 겨울에 다시 확산하는 ‘계절 코로나’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13일 백악관 로스가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행동 및 회생 그리고 국가의 결단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협을 극복할 것”이라며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를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와 병원이 환자 치료의 유연성을 갖도록 연방 규제와 법에 대한 면제를 줄 비상권한을 보건성(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장관에게 부여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병원과 의료시스템을 돕고 주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통제할 수 있도록 연방자금 500억 달러를 즉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에 대해 비상대응계획을 실행에 옮기도록 요청하면서 모든 지역이 바로 긴급 운영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의사가 온라인으로 직접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텔레헬스(Telehealth)와 다른 지역 의사가 더 시급한 요구가 있는 다른 지역에서 도울 수 있게 하는 의료면허법 등이 실시된다. 또한 자동차에 탄 채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테스트’도 실시한다. 또 월마트, 월그린스, CVS와 같은 대형마트는 드라이브 스루 테스트 시설을 만든다.
WHO가 3월 11일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하던 날 독일 메르켈 총리는 “인구 60-70% 감염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의료진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 오명돈 교수(서울대 감염내과)는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인플루엔자(독감)로 5000명이 사망한다고 추정 가능한데,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독감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퍼져나가면 2만명 정도가 숨질 수 있다”고 했다.
오명돈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중 40%가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에 감염되고, 감염자의 10%가 폐렴에 걸리며, 폐렴 환자의 1%가 숨진다는 가정(치사율 0.1%)하에 나온 추정치라고 말했다.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것이 진단키트, 백신, 치료제 등이다. 우리나라의 진단 검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나라를 강타한 가운데 국내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이 백신과 치료제 연구개발(R&D)에 뛰어들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3월 9일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가 다섯 곳, 치료제는 열 곳에서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에 정해진 약물은 없으며, 의료진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시도한다. 최근 대한감염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등 전문가 집단은 코로나19 고위험군(고령자,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이나 요양원 생활자 중 코로나19 의심환자는 확진 판정 전이라도 선제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에이즈(AIDS)치료제 ‘칼레트라’(Kaletra)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해 시젠,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에스디바이오텍 등 4개 국내 기업이 ‘긴급사용승인’을 2월 4일 이후 받아 출시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체에 세계 30여국에서 긴급 주문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진단키트 생산과 공급에 여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진단검사법은 WHO가 권고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존재 자체를 확인하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RT-PCR)다. 진단키트의 정확도는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를 진단할 수 있는 ‘민감도’와 바이러스가 없어 감염되지 않은 정상인을 걸러내는 ‘특이도’ 등 지표로 가늠한다.
한국의 진단검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유전자 증폭 검사법은 하루 걸리던 검사를 6시간으로 줄였다. 검진 비용도 15만-16만원 정도이며, 선별진료소에서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정부에서 부담하고 있다. 본인이 의심증상이 없음에도 불안감으로 인해 요청한 경우에는 자비 부담해야 한다. 한편 미국은 보험회사에서 검진비용으로 3270달러(약 397만원)를 검진자에게 청구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가 선별진료소 등 지정된 장소에서 가래와 상기도(上氣道) 등 2가지 검체(檢體)를 채취한다.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6시간 정도지만 검체 이송시간 및 다른 검사 의뢰건으로 발생하는 대기시간을 고려하면 검사 후 1-2일 이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바이러스 배출이 많지 않은 초기에는 음성으로 판정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고령이거나 기저질환 등을 앓는 환자는 바이러스가 제대로 발견 안 되다가 시간이 흘러서 다시 바이러스 배출이 왕성하게 되면 양성으로 바뀔 수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코로나 감염병 선별진료소에서 지난 3월 8일부터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백 교수는 “현장에서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 대안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보건학”이라며 “보건학의 원칙에서 봤을 때 어떠한 점이 미비한지 확인하고자 보건학자로서 대구 현장에 있다”고 말했다.
백도명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의 역작용으로 취약계층의 소외를 우려하며 ‘사회적 관계맺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율적으로 작용하려면 타인의 건강을 배려하고 자신의 역할을 따르겠다는 배려와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고 그에 따라 상대도 같이 행동해 줄 것이라는 사회적 관계맺기와 병행돼야 한다.
“감염병 방역의 기본은 감염원 유입 차단이다”라는 원칙을 지킨 대만은 코로나19 확진자가 3월 17일 기준 59명, 사망자는 단 1명이다. 한편 초기 방역에 실패한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8897명, 사망자도 106명(3월 22일 현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