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코로나에 약한 이유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에 대한 국제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G20 정상회의(Summit)가 3월 26일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렸다. 올해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모두 발언을 시작으로 주요 국제기구 보고, 회원국 정상 발언, 선언문 발표 순서로 이뤄졌다.
화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G20 정상들과 스페인, 싱가포르, 요르단, 스위스,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세네갈 등 7국 정상들도 초청국 형식으로 참석했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조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주요 정상들은 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대응 공조 ▲국제경제 보호 ▲국제무역 혼란에 대한 대응 ▲국제협력 증진 등에 대한 공동 대응에 합의했다. 또한 경제보호를 위한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하고, 국제무역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개방적 시장을 유지하자고 했다.
이번 정상회의 의제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防疫)과 보건협력 방안이 중심이었다. 이에 공동성명에서 정상들은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상호 연계성과 취약성을 상기시키며, 바이러스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주요국 정상들은 각국 보건 장관들에게 각국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4월 보건장관회의에서 G20 차원의 공동 긴급조치를 마련하는 임무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과감한 대규모의 재정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국제 무역의 붕괴를 막고 글로벌 공급 체인의 붕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국가 간 이동과 무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유발하지 말자고 했다. 일본의 올림픽 연기 결정에 대해 완전한 형태로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일본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필요할 경우 다시 정상 회의를 갖기로 했다.
한편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Wuhan virus)’로 명기할 것을 주장해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됐다고 CNN 방송이 3월 25일 보도했다. 올해 G7 외교장관 회의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은 21세기 최대의 글로벌 위기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했지만, 궤멸적인 타격을 받은 곳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다. 유럽연합(EU)의 공동 번영이란 목표는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서로 국경을 봉쇄하고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코로나 사태가 중국에서 발생한지도 3개월이 지났다. 지난 3개월 동안(3월 30일 현재) 전 세계 확진자는 72만 3700명이며, 사망자는 3만4830명이다. 확진자 1만명이 넘는 나라는 11곳이며, 대부분 구미(歐美) 국가들이다.
미국은 확진자 14만 3025명(사망자 2,514명)이며, 이탈리아 9만7689(1만779), 중국 8만2152(3308), 스페인 8만5195(7340), 독일 6만2435(541), 프랑스 4만723(2611), 이란 3만8309(2640), 영국 1만9784(1231), 스위스 1만4829(300), 네덜란드 1만930(772), 벨기에 1만836(431) 순이다.
구미 선진국들이 왜 코로나 감염병에 저렇게 약할까? 세계 최고 의료 선진국인 미국이 코로나 확산세 앞에서 산소호흡기 부족으로 불안에 떨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기점이 된 뉴욕에서는 넘쳐나는 환자에 비해 의료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인 감염까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생존 가능성이 낮은 중증 환자는 포기하고 생존율이 높은 환자의 치료에 집중하는 전쟁터 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서는 중증 환자에 대한 산소호흡기(compressed-oxygen breathing apparatus)와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을 포기하는 것을 허용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려면 환자 몸을 직접 만져야 하므로 의료진이 감염될 위험이 높고,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환자도 사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도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2019년 12월 ‘우한 폐렴’ 발병 초기상황을 축소하고 은폐하여 전 세계가 코르나 감염병을 초기에 진압할 기회를 놓치게 함으로써 국제적 신뢰를 잃었다. 세계 최강국이란 미국은 초반 코로나 확산세를 과소평가함으로써 미국 내 초기 대응에 완전히 실패한 것은 물론 국제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초기 대응엔 실패했다. 대한의사협회(KMAㆍKorean Medical Association)가 3월 20-24일 의협신문 ‘닥터서베이’를 통해 전국 의사 회원 1589명에게 전반적인 정부 코로나 대응에 대한 의견을 설문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응답자의 39.1%는 “올바른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대응이 다소 부족했다”는 29.8%로 전체 68.9%의 회원이 정부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대구 지역 의사들은 83.2%가 정부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정부 대응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16.6%, “매우 잘했다”는 6.1%에 불과했다. ‘중국 경유자 입국 전면 제한’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4.1%가 “사태 초기 전면 제한해야 했다”고 답했다. “중국 전역으로 경유 입국자 제한을 확대할 필요가 없었다”는 12.6%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중국발 입국자 입국 금지 전면 시행’을 촉구하는 대정부 입장문을 낸바 있으며, 최근까지 ‘위험지역 입국 제한 조치’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4월 1일부터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를 2주간 의무적으로 격리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입국 금지는 아니다. 해외 유입 확진자 추이(누적 확진자)는 3월 26일 284명에서 3월 30일 476명으로 늘었으며, 출국 지역은 유럽(262명), 미주(139명), 중국 외 아시아(56명), 중국(17명), 아프리카(2명) 등이다. 4월 3일 현재 확진환자(누적)는 1만명을 넘어 10,062명이며, 사망자는 177명이다.
대만은 뉴욕타임스(NYT)로부터 ‘코로나 방역 모범국가’로 평가받았다. 대만은 감염병 방역대책의 기본인 감염원에 대한 적극적인 차단을 실시하였다. 또한 대만정부는 입국자의 자료가 입국과 동시에 전산망을 통해 건강보험국으로, 건강보험국에서 각 병원으로 전달된다. 이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진료자의 최근 출입국 기록이 나타나므로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4월 3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39명이며, 사망자는 5명에 불과하다. 대만의 총 인구는 약 2천4백만이다.
대만은 2003년 사스 때 중국 정부 정보만 믿었다가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어 이번엔 바이러스 전문가를 중국에 파견해 조사를 벌였다. 또한 바이러스의 유입을 강력하게 차단하는 봉쇄(containment) 조치를 취해 방역에 성공했다. 대만은 2019년 12월 말 우한 폐렴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우한발 입국객의 검역을 시작했다. 2020년 1월 23일엔 우한발 입국 자체를 봉쇄했고, 2월 7일엔 중국 전역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