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①] 가정간편식과 쌀 소비촉진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 시장이 가공용 쌀 소비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가정간편식 매대

옛날에는 생일이 되어야 흰 쌀밥을 먹을 수 있었으나, 요즘은 쌀이 남아서 정부가 고민을 하고 있다.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쌀의 가치를 알리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 2015년 정부가 기념일로 제정했다. 한자 ‘쌀 미(米)’를 풀면 ‘팔(八)+십(十)+팔(八)’이 되며, 한 톨의 쌀을 얻기까지 농부의 손길이 88번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쌀은 우리 민족에게 식량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쌀(rice grain)은 세계 3대 작물의 하나인 벼의 열매로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경작하여 왔다. 벼는 외떡잎식물로 열대 지방에서는 여러 해를 살지만 온대 지방에서는 한해살이풀이다. 벼는 강수량이 높은 열대 지역에서 잘 자라지만, 물 공급이 원활한 온대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다. 자포니카(japonica) 벼에서는 일반 쌀이 생산되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주식으로 사용되며, 인디카(indica) 벼에서 수확되는 긴 쌀은 동남아시아 등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주로 소비된다.

자포니카벼(japonica rice)는 아시아 벼의 대표적인 재배종 중의 하나로 씨앗이 둥글고 굵은 중단립(中·短粒)형 벼이다. 중국의 북부와 동부,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주로 재배되며, 그 외 지역에서는 인디카벼가 주로 재배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의 10%가 자포니카벼이고, 나머지는 대부분은 인디카벼이다. 자포니카벼는 재배지역에 따라서 온대 자포니카벼와 열대 자포니카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서 벼농사가 시작된 것은 신석기시대 후기이며, 청동기시대부터 벼농사가 본격화됐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벼농사에 관한 문헌 자료는 <삼국지위서> ‘고구려전’을 비롯해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여러 문헌이 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다루왕이 남쪽 주군에게 벼농사를 시작하였다”는 대목이 있다.

조선 후기에 쌀이 주식으로 자리잡으면서 다양한 문화를 낳았다. 쌀이 식생활의 중심이 되어 쌀을 최고의 곡식으로 쳤고, 다른 곡식은 잡곡으로 분류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쌀 수탈을 늘리기 위해 쌀 절약과 잡곡밥 먹기를 강요했다. 해방 후에는 쌀 증산정책이 추진되었다. 이후 1970년대 ‘통일벼’ 개발로 생산량이 급격히 늘었고, 1977년 대망의 ‘쌀 4000만석’을 달성해 쌀 자급 시대를 열었다.

그후 1980년부터 쌀 소비가 계속 줄어 쌀값이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1990년대부터는 쌀 소비를 늘리자는 운동이 전개됐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먹는 쌀밥은 한공기 반 정도로 줄어든 반면 매년 20만t 가량의 쌀이 초과 생산되면서 매년 비축미(備蓄米)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식량안보의 첨병이자 우리 농업의 근간인 쌀산업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1963년부터 쌀 소비량을 집계하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대 136.4kg으로 정점을 찍은 뒤 1980년 132.4kg, 1990년 119.6kg, 2000년 93.6kg, 2010년 72.8kg, 2020년 57.7kg으로 매년 쌀 소비량이 줄고 있다. 끼니별로는 아침 쌀 소비량이 특히 많이 줄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최근 5년 동안의 점심, 저녁 쌀 소비량 감소율은 3%대로 계측되었다. 반면 아침 쌀 소비량 감소율은 6.4%로 나타나 점심, 저녁 감소율의 2배가 넘었다. 특히 10대에서 40대까지의 아침 쌀 소비량 감소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젊은 층일수록 아침밥을 조금만 먹거나 아예 먹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양곡업계가 오랫동안 쌀 소비촉진 방안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으로 전년 대비 0.2kg(0.4%) 줄어드는 등 매년 감소세다. 반면 연간 가공용 쌀 소비량은 69만1422t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2014년부터 꾸준히 성장하던 가공용 쌀 소비량이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지나 2022년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바탕으로 정부와 양곡업계는 쌀가공식품 소비 확대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1인가구, 맞벌이 증가 등으로 커진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 시장이 가공용 쌀 소비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정간편식 생산기업의 생산원료 총사용량은 17만4000톤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 중 67.1%는 국내산, 32.9%는 수입 원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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