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독②] 확실한 예방법…’안전한 성접촉’과 ‘완전한 콘돔’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매독이란 스피로헤타(spirochete)과에 속하는 세균인 트레포네마 팔리듐균(Treponema pallidum)에 의해 발생하는 성병이다. 매독균은 피부와 점막의 작은 틈이나 찰과상이 난 부위로 체내에 들어간다. 피부궤양은 성기 부위, 질, 항문 등에 잘 발생하지만, 입술과 구강 내에도 발생할 수 있다.
매독을 뜻하는 ‘syphilis’라는 명칭은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시인인 지롤라모 프라카스트로(Girolamo Fracastoro)가 1530년 쓴 <매독 또는 프랑스병>라는 책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목동(牧童)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프라카스트로는 1546년 발간한 의학서 <전염과 전염성 질병에 관하여>에서 ‘syphilis’라는 단어를 ‘매독’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재차 사용하여 이것이 굳어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주로 성접촉을 통해서 전염되는 매독은 역사적인 기원이 모호하여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고대로부터 이미 유럽에 존재했다는 설보다는 남미대륙의 풍토병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콜럼버스가 1차 항해를 마치고 1493년 3월 귀국한 이후, 선원들에 의해 매독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에서 매독이 크게 유행하자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프랑스병’이라고 불렀다. 이와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병’이라 했다.
한반도에서 매독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614년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로 매독을 ‘천포창’(天疱瘡)이라 했으며, 1510년대에 중국을 통해 서양에서 전래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기록되어 있으며, ‘양매창’(楊梅瘡)이라 하며 서양에서 전래된 성병임을 밝히고 있다. 조선후기에 개항과 청일전쟁 등으로 매독 환자가 증가하였다. 영조 때 학자인 성대중이 쓴 <청성잡기>(靑城雜記)에 의하면 특별한 치료제가 없기에 매독 환자 10명 중 9명은 죽었다고 한다.
매독은 1기·2기·3기 매독, 잠복 매독, 선천성 매독 등으로 나뉜다. ‘1기 매독’(primary syphilis)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감염성 병변과 직접 성적으로 접촉하여 전파된다. 접촉 이후 대략 2-6주 뒤 경성하감(굳은궤양)이라고 하는 피부 병변이 나타난다. 경성하감의 안에는 매독균이 존재하며, 성기 외의 다른 부위에 발생하기도 한다. 림프절 비대는 경성하감이 형성되고 7-10일 뒤 발생한다.
‘2기 매독’(secondary syphilis)은 첫 감염 이후 4-10주 정도 뒤에 발생한다. 증상은 다양하며, 보통 피부, 점막, 림프절에 증상이 발생한다. 손바닥과 발바닥을 포함한 몸통과 사지 말단에 대칭적이며 불그스름하거나 분홍색의 발진이 생길 수 있다. 다른 발생 가능한 증상에는 발열, 인후통, 권태감, 체중 감소, 탈모, 두통 등이 있다. 드문 증상에는 간염, 콩팥질환, 관절염, 골막염, 시신경염 등이 있다.
‘3기 매독’(tertiary syphilis)>은 첫 감염 이후 3-15년쯤 뒤에 발생할 수 있으며 세 가지 다른 형태(고무종매독, 신경매독, 심혈관매독)로 나누어진다. 고무종매독(gummatous syphilis) 또는 후기 양성 매독은 첫 감염 이후 평균 15년 뒤에 발병하며, 만성 고무종이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고무종은 종양처럼 생긴 염증성 병변이다. ‘신경매독’은 중추신경계에 발병한 매독 감염이며, 매독의 어느 병기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심혈관매독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매독성 대동맥염이다.
‘잠복 매독’(latent syphilis)은 증상이 없는데 혈청학적으로 감염의 근거가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매독을 치료받지 않고 내버려 두면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잠복 매독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초기 잠복 매독은 감염 이후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이며, 감염에서 2년이 지난 뒤에는 후기 잠복 매독 시기로 진입한다. 잠복 매독 시기는 수년에서 수십 년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선천성 매독’은 임신 중이나 출산 시에 산모에서 아기로 전파된다. 선천성 매독에 감염되면 유산, 사산, 신생아 사망의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매독 치료 후 임신할 것을 권고한다. 선천성 매독에 감염된 신생아 중 3분의 2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생후 첫 2년간 나타나는 흔한 증상에는 간과 비장이 커지는 간비종대, 발진, 발열, 신경매독, 폐렴 등이 있다.
매독의 선별검사로는 비매독균 검사인 VDRL(Venereal Disease Research Laboratory)과 RPR(Rapid Plasma Reagin) 두 가지 검사가 있다. 이 검사들은 결과를 빨리 알 수 있으나, 실제로는 매독이 아니지만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는 위양성(false positive)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에는 매독균에 대한 특이적 검사인 FTA-ABS(Fluorescent Treponemal Antibody Absorption)검사나 TPHA(Treponema Pallidum Hemagglutination Assay)검사로 확인해야 한다. 신경매독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뇌척수액 검사를 해야 한다. 매독균이 전신으로 퍼지는 시기에는 ‘신경매독’를 일으킬 수 있다. 치료는 환자가 매독의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조기 발견 시 페니실린 항생제로 완치가 가능하다.
신경매독은 후유증이 남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뇌척수액검사, BMRI, 뇌CT 등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2년 이상된 만기 매독 중 후기잠복매독 단계에서는 3차매독이나 신경매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오랜 방치 후에는 여러 장기나 조직에 파괴를 일으키고 치료를 해도 손상된 장기나 뇌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성매개감염병의 가장 확실한 예방은 안전하지 않은 성접촉을 피하는데 있다. 남성은 성관계 시 라텍스 콘돔(latex condom)을 사용하는 것이 성병 예방에는 최선이다. 그러나 피임기구를 사용해도 감염자의 점막이나 상처가 있는 피부와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 예정 여성은 임신 전 매독 반응 검사 후 매독에 걸렸다면 치료 후 임신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