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 건강 100세 혈압관리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고혈압(高血壓, Hypertension)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망 위험 질환 1위로 선정될 만큼 위험하다. 이에 세계고혈압연맹(World Hypertension League, WHL)은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켜 고혈압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들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계 고혈압의 날(World Hypertension Day)’을 제정했다. 2005년 5월 14일 처음 행사가 시작되었으며, 2006년부터는 5월 17일을 세계 고혈압의 날로 지정하여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에서 발표한 2022년 팩트시트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무려 1,260만명이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 분석에 따르면, 환자의 약 30%는 본인이 고혈압인 줄도 모르고 지내다 뒤늦게 진단을 받는다. 고혈압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병률도 높아지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한 100세를 맞이하기 위해 혈압관리가 중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와 미국심장학회의 ‘혈압 기준’
1)정상 혈압: 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 확장기 혈압 80mmHg 미만.
2)고혈압 전 단계: 수축기 혈압 120-139mmHg이거나, 확장기 혈압 80-89mmHg.
3)1기 고혈압(경도 고혈압): 수축기 혈압 140-159mmHg이거나 확장기 혈압 90-99mmHg.
4)2기 고혈압(중등도 이상 고혈압):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 100mmHg 이상.
최근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전 세계 13개 의학 건강 기구 대표들이 모여 혈압을 올바르게 재는 행동지침인 ‘국제표준 임상혈압 측정법’을 발표했다. 우선 집이나 사무실 등 일상생활에서 혈압을 자주 재기를 권장한다. 측정 장소가 너무 춥거나 덥지 않아야 하고, 조용해야 한다. 혈압 측정 최소 30분 전부터는 카페인, 술, 담배, 운동을 하면 안되며, 측정 전 3-5분부터는 휴식을 취하고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혈압을 측정할 때는 혈압계를 책상에 놓고 의자에 앉아서 재는 게 좋으며, 등은 의자에 기대고, 발은 바닥에 붙이는 편안한 자세여야 한다. 팔뚝을 감싸는 혈압 측정 커프(cuff)를 팔꿈치 관절 2-3cm 위에 대야 정확하다. 아래팔은 편하게 책상에 내려놓고, 팔꿈치 높이가 심장과 같게 해야 한다. 최소 30초 이상 간격을 두고 두 번을 측정하여 그 평균을 현재 혈압으로 삼아야 한다. 방광에 소변이 꽉 찬 상태에서 혈압을 재는 것도 권장하지 않는다.
집에서 혈압을 재면 안 높은데, 병원에 가서 잴 때만 높은 사람이 있다. 즉 흰 가운을 입은 의사를 보면 긴장이 되어 혈압이 올라간다고 해서 ‘백의(白衣)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측정 장소나 시간에 따라 혈압이 다를 때는 혈압계를 차고 다니면서 24시간 혈압을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혈압 측정 커프를 팔뚝에 감아 놓으면, 15-30분마다 부풀었다가 풀어지면서 혈압이 측정되고 기록된다. 밤에 잠자는 동안에도 혈압이 측정되어 ‘야간 고혈압’ 여부를 알 수 있다.
또한 24시간 혈압측정은 약물 치료를 해도 혈압이 안 떨어지는 경우, 고혈압 약이 낮과 밤에도 꾸준히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 약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 실신 또는 심한 저혈압을 경험한 경우 등에서 24시간 측정이 권장된다. 집에서 정확한 방법으로 혈압을 측정하여 기록했다가 병원에 갈 때 의사에게 제출하면 혈압 변동 추이를 정확히 아는 데 도움이 된다. 고혈압 환자는 평소 혈압 관리가 잘되더라도 가급적 매일 혈압을 측정하도록 한다.
고혈압은 병원 외래에서 측정한 혈압을 기준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집에서 잰 혈압이나 24시간 측정한 혈압이 실제로는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 외래 측정 혈압과 24시간 측정 혈압 간의 임상적 유용성을 비교한 연구가 발표됐다. 스페인에서 시행된 연구에 만 18세 이상 5만9746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혈압을 병원 외래에서 측정하고, 24시간 혈압 측정기를 통해 하루 종일 혈압 변동을 측정했다. 평균 10년간 추적 관찰하면서 전체 사망률 및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외래에서 측정한 평균 혈압은 148/87mmHg인 반면에, 24시간 측정한 평균 혈압은 129/76mmHg이었다. 관찰 기간 중 7174명(12%)이 사망했으며, 연구 결과는 24시간 측정한 혈압이 사망 위험 예측이 더 정확했다.
병원 외래에서 측정한 혈압은 긴장도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데 비하여, 수면 중에 안정된 상태에서 측정한 야간 혈압은 변동이 적어 전체 사망률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에 고혈압 환자는 수면 중 혈압을 측정해 보거나, 잠자기 전에 충분히 안정된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심·뇌혈관 질환 위험 변화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환자가 목표 혈압(140/90mmHg) 이하로 혈압을 관리할 경우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최대 6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승운 교수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등록된 18세 이상 성인 3만8000여 명의 고혈압 유병률 및 고혈압 환자의 심·뇌혈관 질환 위험 변화를 분석했다.
고혈압 20년 이상 때 뇌졸중 12%·심근경색증 5%·협심증 11%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혈압 병력이 20년 이상 되면 뇌졸중은 12%, 심근경색증 5%, 협심증은 11%를 겪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목표 혈압 이하로 혈압을 관리할 경우, 뇌졸중 위험은 37%, 심근경색증은 31%, 협심증은 29% 각각 감소했다.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의 약 60%만이 목표 혈압 이하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환자의 평균 나이는 55.8세로, 기대수명이 83.5세인 것을 감안하면, 약 30여년간 고혈압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30대 고혈압환자 증가세가 뚜렷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젋은층은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이 낮지만 현재 20-30대 고혈압환자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021년 고혈압환자는 약 701만명으로 2017년보다 16.5% 증가했으며, 특히 20-30대 증가율은 각각 44.4%와 26.6%로 평균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문제는 젊은층일수록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대한 관심도가 낮고 치료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혈압은 통증이 있거나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건 아니지만 높은 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뇌졸중(腦卒中), 심근경색증(心筋梗塞症) 같은 생명에 치명적인 합병증(合倂症)을 부른다. 젊은 나이에 합병증이 오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중장년기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고혈압환자 증가세에 따라 합병증인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 유병율도 함께 늘고 있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0-30대 심혈관질환자 수는 2017년 대비 39.7%, 뇌혈관질환은 23.1% 증가했다,.
고혈압은 혈관의 노화를 촉진하는 흡연, 과음, 과식, 운동 부족 등 나쁜 생활습관이 있는 사람에서 더 일찍, 더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생활습관을 지속하고 있다면 나이가 젊더라도 고혈압을 안심해선 안 된다.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심혈관질환 병력, 무증상 장기 손상유무, 체중, 흡연과 음주 여부 등을 종합하여 심뇌혈관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평가 결과 저위험군에 해당되면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생활습관 조절 등을 적극 시행한다.
하지만 대부분 비약물 치료만으로는 혈압 조절이 어려울 때가 많아서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고혈압이 심혈관질환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작용하고 혈압 수치의 정도에 비례하여 사망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혈압 환자가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복용량을 줄여선 안 되며, 주치의와 상의 후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체중 1kg 감량 시, 수축기혈압을 1mmHg 이상 낮출 수 있고 체중 감량으로 최고 5mmHg 정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는 체중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 관리의 첫 걸음은 자신의 혈압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혈압은 하루 중에도 오전에는 서서히 상승하고 저녁에는 하강하기 시작해 새벽에 가장 낮아진다.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 주의사항은 △아침 저녁 하루 2회 측정한다. 아침은 약물 복용 전, 식사 전에 측정하며,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측정한다. △화장실 다녀온 후 5분간 휴식 후 측정한다. △측정 전 30분 이내 흡연 및 카페인 섭취를 금지한다. 올바른 측정방법은 △의자에 등을 기대 앉아 혈압 측정을 준비한다. △커프를 위팔, 심장 높이에 착용한다. △측정 후 혈압수첩에 측정치를 기록한다.
고혈압(高血壓, Hypertension, High blood pressure)이란 혈압이 지속해서 높은 상태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수축기혈압이란 심장이 수축하여 혈액을 심장 밖 혈관으로 밀어낼 때의 압력을 말하며, 이완기 혈압이란 심장이 확장할 때 혈관에서 유지되는 압력이다. 고혈압을 조정하지 못하면 심장, 뇌, 신장 등에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은 크게 본태성 고혈압(일차성 고혈압, primary hypertension)과 속발성 고혈압(이차성 고혈압, secondary hypertension)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고혈압의 90% 이상은 본태성(本態性)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나머지 5-10%는 원인이 명확한 속발성(續發性) 고혈압이다. 본태성 고혈압이 발생하는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심박출량의 증가나 말초혈관 저항의 증가에 의해 발생한다. 또한 유전적인 요인, 노화,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모여 고혈압을 일으킨다.
속발성 고혈압은 원인 질환을 교정하거나 치료하면 혈압이 조절된다. 고혈압을 유발시키는 원인 질환에는 신장(腎臟)질환, 신장 혈관 협착, 부신 종양 등으로 비정상적인 호르몬 분비, 쿠싱 증후군(Cushing’s syndrome), 임신성 고혈압, 대동맥 축착증, 그리고 약물 복용(스테로이드 호르몬(부신피질 호르몬), 소염 진통제, 면역 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 신부전 환자에게 사용되는 에리스로포이에틴) 등이 있다.
이차성 고혈압은 젊은 연령층에서 더 흔하여 40세 이하 고혈압 환자 중에는 약 30%까지 이차성 고혈압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차성 고혈압의 원인은 연령대에 따라 달라서 소아·청소년에서는 신장질환, 청년층에서는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신장질환, 중장년층에서는 고알도스테론증이나 갑상선 기능 이상 또는 수면무호흡증, 노년층은 동맥경화성 신동맥폐색과 신부전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고혈압 치료는 최근에는 비약물적 요법과 약물적 요법을 함께 실시한다. 먼저 고혈압 전 단계에서는 비약물적 요법을 시행하는 것을 권장하며, 체중 조절, 식사 요법, 행동 수정, 규칙적인 운동 시행 등이 주요 치료법이다. 그러나 고혈압으로 진단받으면 혈압을 정상으로 조절해야 하므로 반드시 고혈압약을 복용해야 한다.
고혈압약은 의사 처방 따라 꾸준히 복용해야
고혈압약은 의사의 처방에 따른 꾸준한 복용이 중요하다. 고혈압약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복용하여야 하며, 약 먹는 것을 깜빡했으면 생각난 즉시 복용하고, 다음 복용시간이 가까우면 기다렸다 복용한다. 고혈압 치료 시작 후 3-4개월 동안은 약의 효과와 부작용 확인을 위해 정기적으로 의사와 상담을 하여야 하다. 이뇨제(利尿劑) 성분 고혈압약은 저녁에 복용하면 이뇨작용으로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 아침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약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식품은 염분이 많은 음식과 자몽이다. 염분 섭취량이 늘어나면 혈압이 높아질 수 있어 염분이 많은 음식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과일 자몽(grapefruit)을 일부 고혈압약(암로디핀 등)과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자몽과 자봉주스는 피해야 한다. 자몽은 서인도제도의 바베이도스가 원산지인 과일이며, 영어 이름이 ‘그레이프프루트’인 이유는 열매가 포도처럼 붙어 열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혈압은 ‘소리 없는 죽음의 악마’라고 할 정도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고혈압을 예방하거나,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혈압관리’가 중요하다.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정상 체중을 유지하여야 한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주당 3-5회, 한번에 30분 정도, 땀이 살짝 날 정도로 한다. 담배는 금연(禁煙), 술은 절주(節酒)를 실천하며,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즐겁게 생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