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만 치매시대②] FDA ‘레켐비’ 승인, 국내 허가에도 ‘청신호’ 될까?
현재까지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은 인지 기능을 일시적으로 개선시킬 뿐 치매의 진행 속도 자체를 늦추지는 못했다.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 정맥주사(靜脈注射)로 투여한다. 레켐비는 179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Phase III Trial)에서 5개월가량의 병세 둔화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임상 과정에서 뇌부종(腦浮腫), 뇌출혈(腦出血)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고, 심각한 뇌출혈로 사망한 환자도 2명 있었다.
레켐비가 치매 치료제이기는 하나 뇌부종, 뇌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이에 FDA는 ‘레켐비’를 승인하면서, 약 봉투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크게 검은색으로 박스를 치고 경고문을 실으라는 ‘블랙박스(black box) 경고’를 덧붙였다. 치매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은 약물이 혈관과 뇌 사이의 얇은 막인 ‘혈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물이 이 벽을 통과하는 순간 농도가 100분의 1-10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FDA 자문위원들은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위험에 비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다며 ‘레켐비’를 만장일치로 승인을 권고했다. 일본 에자이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레켐비’ 시판허가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승인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치료제 가격이 미국 기준 연간 2만6500달러(약 3400만원)이므로 걸림돌이 된다.
대한치매학회(Korean Dementia Association)가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조사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경도인지장애 상태에서 약물 개발 시 월 60만원까지 지불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41.2%. 120만원 15%, 300만원 5.3%, 가격이 상관없다는 답변도 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레켐비의 부작용도 적지는 않으나, 영상학적인 소견으로 이중 실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22-23% 정도이다. 또한 증상도 약을 중단하면 거의 없어지므로 조절 가능한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뇌출혈 위험이 높은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 처방해서는 안된다. 아무에게나 쓸 수 있는 약이 아니므로 필요한 검사 후에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레켐비’는 나빠진 인지기능을 되돌리는 것이 아닌 악화(惡化)를 막아주는 질병 조절 치료제(disease-modifying agent)다. 한번 저하된 인지 기능을 복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 개발된 치료제는 증상 완화 효과에 그친데 반해, 레켐비는 치매 발생의 근본 원인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레켐비 허가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같이 치매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치매는 한 번 진행되면 인지기능이 돌아올 수 없는 병이므로 전 단계에서 진행을 막는 게 중요하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신경전문의 로런스 호니그 교수는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신기원이 시작되는 첫걸음이라며 더 효과가 높은 치료제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의 길이 열린다는 소식에 세계가 반색하고 있다.
치매는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것은 두뇌 회전을 많이 시킬 수 있는 놀이나 독서이다. 건전한 수준의 게임, 바둑, 카드놀이와 같은 종합적인 인지 능력을 요구하는 놀이가 도움이 된다. 신문,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생선과 채소를 즐겨 먹여야 한다. 꾸준한 걷기 운동은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삼가야 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환자와 다툼도 잘 생기고, 극단적인 경우는 환자를 학대하거나 살인하기도 할 정도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매 환자를 올바르게 대하는 방법을 잘 숙지해 돌보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전문의들이 말하는 보호자들이 올바르게 치매 환자를 대하는 방법이다.
1. 절대로 치매 환자를 적으로 대하면 안 된다.
2. 잘못했다고 야단치면 안 된다.
3. 하루 두 번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다.
4. 술은 환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라.
5. 약을 꼬박꼬박 잘 먹게 해주라.
6.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 퍼즐놀이 등과 같은 건전한 취미 생활을 가지게 해준다.
7. 환자의 자존심을 지켜준다.
8. 생활의 변화를 주지 않도록 하며, 생활과 환경을 단순화시킨다. 9. 보호자들도 어려움에 처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도나네맙’은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최초의 치료제다. 전문가들은 도나네맙이 레카네맙보다 더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 환자에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치매약 치료제 시장에서 도나네맙이 60%, 레카네맙이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효능이 개선되고 복용이 편리한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비싼 약값과 복용 방법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재 값비싼 항체 치료제보다 저렴한 합성 신약이나, 병원에서 오랫동안 주사를 맞는 대신 환자에게 편리한 경구용(먹는) 치료제가 개발돼야 한다. 미국 네바다대학(University of Nevad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물질은 141개로 187건이 임상 중이다.
국내 일동제약과 현대약품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알츠하이머 신약후보물질 ‘ID1201’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9년 알츠하이머 환자 1449명을 대상으로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최근 임상 3상이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약품은 기존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처방되는 도네페질과 메만틴 성분을 합친 복합제 ‘BPDO-1603’를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3상 단계가 진행 중이다.
‘100세 시대’에 사는 인간에게 치매는 죽음보다 두려운 공포다. 치매는 미래를 잃어버리기에 무서운 질병이다. 치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라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시작하는 것은 미래로 한 발 내디딘 것이다. 이에 ‘지금’이라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