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문제 해결 없이 대한민국 미래 없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대응 예산을 편성해 16년간 28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出産率)은 더 떨어졌다. 작년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꼴찌다. 5년 전 1명 아래로 내려간 뒤 계속 내려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절벽’에서 추락 중이다.
많은 나라들이 사회발전 과정에서 출산율 하락을 경험한다. 그러나 출산율이 아무리 나빠져도 1명대에서 반등하거나 정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도 15년 전 인구 감소가 시작되어 2005년 1.26명에서 소폭 올라가 1.3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급격한 출산율 감소세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출산을 막는 사회적 제약이 사랑스런 아기를 가지려는 인간의 본성까지 억누를 만큼 심각함을 말해준다. 인구 감소 문제는 가정에 수당을 얼마 더 주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문제는 질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집값은 평생 벌어도 내 집 마련이 힘들 만큼 오르고, 자녀 교육비에 부모의 허리가 휘고, 폭증하는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환경에서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을까?
행정안전부가 1월 15일 발표한 ‘2022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5144만명으로 1년 전(5164만명)보다 20만명(0.4%)이 줄었다. 2019년 5185만명을 찍은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감소폭도 크지는 추세로 2020년 2만명 감소, 2021년엔 19만명, 2022년 20만명이 감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구 전문가들은 3년 연속 인구가 감소한 것은 본격적인 ‘인구 소멸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인구는 감소했지만, 전체 세대 수는 1년 새 2347만3000세대에서 2370만6000세대로 23만3000세대(1%)가 늘었다. 이는 ‘나 홀로 사는 1인 세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1인 세대는 972만4000세대로 전체 세대의 41%를 차지했으며, 1인 세대와 2인 세대를 합하면 전체의 65.2%로 나타났다. 반면 3인 세대와 4인 이상 세대는 그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세대의 평균 세대원 수는 2.1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남녀 간 인구 격차는 지난해 여성 인구는 2580만2000명으로 남성 인구(2563만7000명)보다 16만5000명 많았다. 2015년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처음 추월한 이후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추세이며, 여자의 수명이 더 길기 때문에 여초(女超)사회는 더 심화할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 남아선호사상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본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출생자 수가 25만4628명으로 처음 26만명 밑으로 떨어지는 등 출산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로 출산율이 계속 떨어진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2020년(30만7764명) 이후 지난해(37만2631명)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작년에는 코로나사태 등으로 1년 새 5만4208명이 늘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인구 감소폭이 더 커질 것”이라며 “현재 60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사망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하면 인구 감소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보통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 베이비부머)라고 하면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다. 베이비부머와 연관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는 ‘58 개띠’이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의 9년 동안 출생아수가 급증했다. 출산억제정책으로 64년부터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68년 이후 다시 출생아수가 증가했고 이것이 1971년 정점을 찍은 뒤 1974년부터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2차 베이비부머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가 작년 한 해 동안 약 20만명이 줄어, 202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65세 이상 인구는 9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8%를 넘었으며, 여성 인구는 이미 20%를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2025년 전체적으로 20%를 돌파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이는 65세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가 된 지 7년만이다. 일본은 11년 걸렸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17년 만인 2017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으므로 더 강도 높은 인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UN)에서 정한 기준으로 볼 때 노인이란 65세 이상을 말한다. UN의 기준에 따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을 말한다. 고령사회(aged society)란 노인 인구가 14% 이상, 그리고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는 노인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6년 뒤엔 최고 비율을 차지하는 세대인 50대 861만명이 줄지어 노인 집단에 진입한다. 한편 매년 줄어드는 생산연령(15-64세) 인구가 부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이에 국가 재정과 사회보장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므로 국가경제는 활기를 잃게 된다. 좋은 선례가 이웃나라 일본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던 일본은 고령화 재앙을 견디지 못하고 쇠락했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는 지방의 고령화 속도가 가파르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남(65세 이상 25%), 경북(24%), 전북(23%), 강원(23%), 부산(21%), 충남(21%)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19.9%)과 경남(19.5%)도 내년에 초고령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군·구의 기초단체 가운데 군(郡) 지역은 전국 82개 군 중 76곳(93%)이 이미 초고령사회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기초연금 예산, 지하철 무임승차 요금 등 각종 사회복지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저출산으로 생산 가능 인구는 감소하는데 부양해야 하는 인구는 늘어나 재정 압박이 커지고 경제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