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의 시] ‘벚꽃’ 홍사성

기억하는가 지난 겨울 그 추위를
내가 어떻게 그 힘든 시간 견뎠는지를
칼날 같은 찬바람은 살을 엘 듯 파고들었다
휘영청 달 뜬 밤은 더욱 날카로웠다
눈물도 흘리면 안 되었다
새벽 눈보라는 눈물마저 얼어붙게 했다
살기 위해서는 다만 죽은 듯 기다려야 했다
땅속 찬물 빨아올리면 온몸 얼어터졌다
그러나 나는 그 모순의 결론 알고 있었다
지옥의 고통 절망의 끝은 희망이라는 것을
조금만 참으면 눈감고 버티면
봄이 온다는 것을 내가 꽃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웃을 수 있다
이렇게 꽃피었으니 벌나비 찾아왔으니
후르르 꽃잎 흩날려도 다시 수척해진다 해도
걱정 없다 내 할 일 다 했으니
이제부터 천지에 푸른 잎들 가득할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