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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5월’ 홍사성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는 꽃계절입니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어린이 마음이 꽃 마음. 꽃이란 꽃은 모두 피어난 꽃천지입니다 종일 바라봐도 싫지 않은 꽃대궐입니다 얼굴마다 분홍빛 번져가는 꽃웃음입니다아무리 맡아도 남아있는 꽃향기입니다 슬픔 한두 개쯤 감춰놓은 꽃구경입니다 푸른 이파리들 숨어있는 꽃그늘입니다 꽃잎은 뿌리에 닿아있는 꽃인연입니다 작은 꽃 큰 꽃 어울려 사는 꽃화엄입니다 피면 지고 지면 다시 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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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겨자씨’ 홍사성
겨자씨에 들어오지 않는 우주는 없다 / 겨자씨는 작아도 가장 큰 그릇 / 겨자씨 만한 것들이 다 그렇다 <AI 생성 이미지> 그 작은 몸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 햇볕과 별빛과 구름과 바람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밤과 낮벌과 나비사랑과 미움그 모든 것이 한 몸에 들어 있다 그런데도손톱 밑에 낀 흙보다 작다 겨자씨는 작아도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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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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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삼짇날’ 홍사성 “버들가지 꺾어 문설주에 꽂아 놓고”
버들가지 꽃잠 깬 산자락엔 돌나물 돋아나고개울물은 겨우내 얼었던 속살 씻더라 버들가지 꺾어 문설주에 꽂아 놓고진달래 화전 부치는 손 곱기도 하더라 오미자즙으로 새콤한 화면 한 사발꽃처럼 핀 웃음꽃 사방에 분분하더라 처마 밑엔 돌아온 제비들 지지배배바람도 신이 나서 산허리 감고 돌더라 노랑나비 먼저 보면 운수대통 조짐올해는 좋은 일 넝쿨째 굴러오겠더라 윗말 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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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한식(寒食)’ 홍사성
부엌 살다 보면그 옛날 개자추처럼 억울하게찬밥 신세가 될 때 있지 힘든 일은 도맡아 하고남의 잔치 밑불 되는 경우가 많지 죽어서 받는 제삿날 찬밥보다살아서 꾸역꾸역 삼키는 찬밥이더 시린 법이지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도긴개긴이란 말유령처럼 떠도는 건 다 이유가 있지 하지만 내 뒤에는 찬밥이나마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지 그러니 살아있는 날까지는쪽불이라도 다시 지펴야지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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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4월’ 홍사성
새싹 비빔밥 촉촉촉, 봄비 한바탕 지나간 오후 겨우내 얼었던 땅 보들보들하다 톡톡톡, 죽은 것 같던 모과나무 우둠지 눈 뜨고 보리밭 속 종다리 햇살 물고 솟구쳐 오른다 이런저런 일로 속앓이 깊던 친구 따르릉, 꽃마중 가자는 전화 목소리 물기 돈다 문 열자 강물은 다시 은비늘 치며 흐르고 우으으, 기지개 켜자 온 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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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머슴날’ 홍사성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씨름도>에는 들판 한가운데서 힘을 겨루는 농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늘이 ‘머슴날’로 불리던 시절, 농번기를 앞두고 머슴들이 새로 품을 정하고 씨름으로 힘과 기운을 겨루던 풍습이 있었다. 씨름판의 웃음과 땀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공동체의 결속과 한 해 노동을 다짐하는 의식이기도 했다. 오늘은 이월 초하루머슴들이 한데 모여 옷깃 여미고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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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오늘의 시] ‘중동이여, 전쟁으로 불타는 땅이여’ 홍사성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도시 미나브에서 미·이스라엘의 초등학교 공습 가정에서 사망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장례식 도중 조문객들이 무덤을 파고 있다. <연합뉴스> 예수가 태어나고 무함마드가 태어난신들의 땅 중동이 불타고 있다눈 크고 귀여운 아이들이사랑밖에 모르는 여인들이영문도 모른 채 죄 없이 죽어가고 있다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고강자만이 산다고 죽여야 이긴다고피가 피를 부르고 복수가 복수를 불러하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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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경칩 편지’ 홍사성
매화 들녘에 나갔더니 얼었던 땅이 들썩거리오무엇에 놀랐는지 개구리들이 꽈르륵대오시내물은 졸졸졸 여기저기 도롱뇽 알이오 속병에 좋다고 고로쇠물 받느라 법석이오남녘에서 매화가 폈다는 소식이 당도했오친구가 막내딸 혼사라고 청첩을 보내왔오 두터운 옷들은 옷장에 넣고 새옷을 꺼내오어느덧 천지에 새기운 돌아 가슴이 설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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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3월’ 홍사성
씨를 뿌렸더니 열흘 만에 새싹이 돋았습니다 곡괭이 튕겨내던 언 땅이더니어느새 물렁합니다그 땅에 씨를 뿌렸더니열흘 만에 새싹이 돋았습니다 숨어 지내던 새들이해방군처럼 들이닥친 봄볕 속으로눈부신 빗금을 긋습니다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는서로 먼저라며 기지개를 켭니다 요강으로 일 보던 뒷집 할머니가문지방 거뜬히 넘으셨답니다친정에서 조섭하던 옆집 막내는곧 둘째를 낳는답니다 너도 나도 신발 끈 고쳐매고대문 밖을 내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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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설날 아침’ 홍사성
‘설날 아침’을 보여주는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찬 기운 하얗게 내려앉은 설날 아침어둠 물러간 골목 볕뉘 환하다 아버지는 활짝 대문 열고 마당 쓸고새해 새기운 맞아들인다모락모락 떡국에 나이도 한 살 더 세뱃돈 받은 아이들 웃음담장 너머 동심원으로 번지고이웃사촌들은 서로 등 두드리며 덕담먼 곳 어른께는 전화로 세배드린다 세상의 뾰족한 모서리들마루에 빗겨든 햇살처럼 둥글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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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의 시] ‘2월’ 홍사성
2월은 기다림의 달/ 겨울도 봄도 아닌 계절/ 무덤 같은 눈더미 / 송곳 같은 고드름/ 하루하루 녹아 자취를 감춘다<사진 고명진 영월기자미디어박물관장> 바람 여전히 차갑고하늘은 유리를 닦은 듯 깨끗하다언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 손 시려도꿈틀거리는 새싹의 박동그 작은 몸짓 끝내 막지 못한다 2월은 기다림의 달겨울도 봄도 아닌 계절무덤 같은 눈더미, 송곳 같은 고드름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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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1월’ 홍사성…”두려워 하지 말라. 어제의 후회는 개한테나 주고”
일출 <사진 이병철> 수평선 너머막 태어난 첫해가 솟는다 두둥 둥 둥 둥진군을 알리는 북소리가슴이 뛴다 숨이 멎는다 혼자 힘으로 가야하는마중해줄 사람 어디에도 없는 길두려워 하지 말라어제의 후회는 개한테나 주고 앞만 보고 달릴 것숨이 턱 밑까지 찰지라도견뎌 낼 것그렇게 달려서 마침내 승리할 것 이것은해도 달도 별도 돌이킬 수 없는너의 운명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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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너의 어깨에 기대어’ 홍사성
언제든 어디서든/ 기댈 데가 있으면 참 좋다 언제든 어디서든기댈 데가 있으면 참 좋다 한때는 내 힘으로 버티는 게두 발로 혼자 서는 게 자랑이었지만이제는 벽에도 기대고사람한테도 기대고 시에도 기대고허공에게도 기대며 산다 지푸라기에도 기대면 힘이 덜 든다 예전에는 어디에 기댄다는 말이부끄러운 줄만 알았는데여기까지 걸어와보니기댄다는 건아직 쓰러지지 않았다는 뜻 누구든 저 혼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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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메리 크리스마스’ 홍사성
코레조, ‘목자들의 경배'(1528~1530년) 오늘은세상의 모든 성모님께 감사하는 날 예수님을 낳아주시고부처님을 낳아주시고남편님을 낳아주시고아내님을 낳아주시고송아지님 망아지님과강아지님도 낳아주셔서이 세상을 번성하게 하옵신모든 성모님들은 축복 받으시옵소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촛불 켜고 찬송하오니자애로옵신 성모님이시여장차 황금 왕관을 쓰실착한 아기를 안아주소서힘 나게 따뜻한 미역국을 드시옵소서 메리 크리스마스해피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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