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인 및 주간
  • 문화

    [추모시] 교황 바이러스

    프란치스코 교황, 그분은 참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할아버지였습니다. 어느날 성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신자들에게 사랑에 대해 강론할 때였습니다. 한 꼬마가 강대에 올라가 교황의자에 앉았습니다. 심심했던지 연단 주위를 돌아다니다 교황의 옷깃을 잡아당기기도 했습니다. 고위성직자들은 뒤 급한 사람처럼 안절부절하고 신자들은 간지럼밥 먹은 것처럼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교황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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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벚꽃’ 홍사성

    벚꽃 기억하는가 지난 겨울 그 추위를내가 어떻게 그 힘든 시간 견뎠는지를칼날 같은 찬바람은 살을 엘 듯 파고들었다휘영청 달 뜬 밤은 더욱 날카로웠다눈물도 흘리면 안 되었다새벽 눈보라는 눈물마저 얼어붙게 했다살기 위해서는 다만 죽은 듯 기다려야 했다땅속 찬물 빨아올리면 온몸 얼어터졌다그러나 나는 그 모순의 결론 알고 있었다지옥의 고통 절망의 끝은 희망이라는 것을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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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오늘의 시] ‘히말라야 새’ 홍사성

    해발 8천8백 미터 히말라야를 넘는 새가 있다 온몸 힘 빼고 가오리연처럼 하늘 높이 솟구쳐 바람의 흐름에 목숨 맡기고 만년설 덮인 설산을 넘어간다 지상에서 가장 높은 구름 띠 두른 산 위를 나는 새는 결코 산 아래를 바라보지 않는다 끝없이 펼쳐진 무한창공 그 절대고독 속을 날아 천축에 이른다 세상의 안락에 발 묶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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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낙엽 인사’ 홍사성

    일 년 내내 나무에 매달려 푸른 이파리 흔들던 단풍잎 바람 불자 낙엽으로 떨어지면서 인사말 건넵니다 그동안 보살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을은 이별도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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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오늘의 시] ‘불청치우'(不請之友) 홍사성…”우산을 같이 쓰면 세상이 바뀐다”‘

    전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손가방을 머리에 이고 빠르게 걸어가는데 ‘아저씨 같이 쓰고 가요’ 하면서 누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힐끗 쳐다보니 앳된 처녀가 활짝 웃으며 옆으로 다가왔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선뜻 친구가 되어준 천사같은 그녀! 목소리는 어찌 그리 맑고 얼굴은 또 얼마나 예쁘던지 세상이 엉망이라고 늘 혀를 차던 나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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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살다 보면’ 홍사성

    감당 못할 것도 감당해야할 때가 있다 힘든 것도 참고 버텨야할 때가 있다 저 꽃도 그렇게 견뎌 꽃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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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가을 바다’ 홍사성

    그 즐겁던 웃음소리 어디론가 사라지고 텅 빈 백사장은 주인없는 발자국만 어지럽다 갈매기 끼룩거리며 무슨 기미 살피는데 썰물처럼 떠난 사람들 돌아올 기약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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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귀뚜라미 우는 소리’ 홍사성

    잠시 열어둔 창문 사이로 귀뚜라미 한 마리 들어왔다. 책상 위에 올라앉아 귀뚤거리기에 무슨 말 하는지 들어봤더니 어느새 가을이 왔다고, 지난 여름은 얼마나 잘 살았냐고, 후회되는 일은 없느냐고, 사과나무에 사과는 잘 익었냐고 묻는 것 같았다. 기특하다 싶어 한참 더 귀 기울였더니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거라고, 지수화풍 흩어지면 어디로 갈 거냐고,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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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추모시] 낙엽 ‘홍사성’

    낙엽은 가을에만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언제든 인연 다하면  허망하게 떨어집니다 오늘도 나뭇잎 하나 속절없이 떨어졌습니다 누구도 붙잡을 수 없는 낙엽같은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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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홍사성 시인의 24절기] 소서

    불볕더위 시작되니 더위 먹지 마소서 장대비 쏟아질 때니 대비 철저하소서 잡초 무성하니 부지런히 김매 주소서 일손 바쁘니 손님 가는 일 삼가하소서 불쾌지수 높을 때니 서로 조심하소서 오늘도 좋은 날이니 좋은 하루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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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오늘의 시] ‘망종'(芒種) 홍사성

    보리 베고 모내기 끝냈으니 심어야 할 건 딱 한가지 옥수수 푸른 키 키우듯 그대 가슴에 분홍사랑 심는 것 먹뻑꾹 그립게 울 때 마주보며 웃는 일 얼마나 황홀한가 금계국 흔들리는 노란 들길 설레며 걸어가는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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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성불한 꽃’ 홍사성

    가난한 암자에도 불두화가 피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쯤 때맞춰 피는 꽃입니다 올해는 열일곱 분이 오셔서 성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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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시·부처님오신날] ‘문제적 사나이’ 홍사성

    사랑도 집착도 허망한 줄 깨닫고 괴롭고 힘든 생로병사 사슬에서 벗어났다 사람들이 받드는 헛신을 부정하고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제도를 반대했다 탐욕 분노 미망 그 반대쪽 길만 가리키며 길에서 길을 말하다 길에서 죽었다 이 역대급 문제적 사나이 별명은 ‘여래 응공 정변지 무상사 불 세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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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조오현 스님의 ‘방할’…엮은이의 말

    5월 31일은 무산 조오현 스님(1932~2018년) 5주기입니다. 스님은 이런 임종게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다 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스님은 또 “깨달았다고 저 혼자 산중에 앉아서 잘 살면 뭐하겠어요? 깨달았으면 깨달음의 삶을 살아야 할 게 아닌가!”라며 “부처 될 생각 말고, 화두에 속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시아엔>은 가까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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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소만'(小滿) 홍사성

    무논에 물 들어차니 개구리 울음 요란합니다 맘껏 자란 보리밭은 푸른 물결 넘실거립니다 금계국 넝쿨장미가 돌담 옆에 활짝 폈습니다 짝짓는 들꿩 소리가 뒷산 가득 울려퍼집니다 아직은 덜 무성해도 신록 깊은 초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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