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8천8백 미터 히말라야를 넘는 새가 있다 온몸 힘 빼고 가오리연처럼 하늘 높이 솟구쳐 바람의 흐름에 목숨 맡기고 만년설 덮인 설산을 넘어간다 지상에서 가장 높은

전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손가방을 머리에 이고 빠르게 걸어가는데 ‘아저씨 같이 쓰고 가요’ 하면서 누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힐끗 쳐다보니 앳된 처녀가 활짝
잠시 열어둔 창문 사이로 귀뚜라미 한 마리 들어왔다. 책상 위에 올라앉아 귀뚤거리기에 무슨 말 하는지 들어봤더니 어느새 가을이 왔다고, 지난 여름은 얼마나 잘 살았냐고, 후회되는
불볕더위 시작되니 더위 먹지 마소서 장대비 쏟아질 때니 대비 철저하소서 잡초 무성하니 부지런히 김매 주소서 일손 바쁘니 손님 가는 일 삼가하소서 불쾌지수 높을 때니 서로
사랑도 집착도 허망한 줄 깨닫고 괴롭고 힘든 생로병사 사슬에서 벗어났다 사람들이 받드는 헛신을 부정하고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제도를 반대했다 탐욕 분노 미망 그 반대쪽 길만
5월 31일은 무산 조오현 스님(1932~2018년) 5주기입니다. 스님은 이런 임종게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다 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스님은 또
무논에 물 들어차니 개구리 울음 요란합니다 맘껏 자란 보리밭은 푸른 물결 넘실거립니다 금계국 넝쿨장미가 돌담 옆에 활짝 폈습니다 짝짓는 들꿩 소리가 뒷산 가득 울려퍼집니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