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시인, '불교평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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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오현 스님…다른 사람이 별처럼 빛나도록 밤하늘이 된 사람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 “스님은 위로는 국가 지도자로부터 시골 촌부에 이르기까지, 사상적으로는 좌우에 걸쳐 사람을 가리지 않고 교유했다. 때로는 가르치고 때로는 배웠으며 시대와 고락을 함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시인이기도 했던 스님은 한글 선시조를 개척해 현대 한국문학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2019년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인북스) 엮은이 김병무·홍사성의 말이다. 스님은 2018년 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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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오늘의 시] ‘9월’ 홍사성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뚝 <사진 곽노군> 아침, 창문을 연다훅 달려드는 시원한 바람 한낮 무더위는 풀이 죽고산책길 코스모스 한들거린다 밤 이슥토록 창가에는귀뚜라미 소리 지옥 같은 시간을 버틴사타구니 사이로헐렁한 바람 지나간다 하늘은 푸르고먼 산에 한참 머물다 가는 구름 아으!드디어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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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8월’ 홍사성

    연꽃과 연잎에 맺힌 물방울들과… <사진 이병철> 불화로 쏟아놓은 듯 뜨거운 시간쥐 죽은 듯 고요한 한낮이다시곗바늘마저 녹아 늘어진 오후고양이도 나뭇잎도 정물화다 그 땡볕의 시간 속으로가끔 폭포수 같은 소나기 한바탕뒤이어 후텁지근한 바람 한줄기들깨와 고추, 옥수숫대는후두둑 몸을 턴다 그리고 다시 입술 앙다문 침묵 아직은 어둠과 한숨의 시간을칠백 년 아라홍련처럼비명 한마디 없이 버텨내고 있다사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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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중복’ 홍사성

    강아지도 엎드려 꼼짝하지 않는 한낮/ 추어탕 복다림으로 기운 차리고/ 온열지옥, 오늘도 버텨낸다 숨쉬기도 버거운 무더위다온몸은 물에서 건져낸 듯 후줄근하다 중복 싸움은더위와 맞서지 말고등목하고 탁족하며흘려보내는 게 상지상책 싸울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천지 가득한 염천대군을 이길 수 있다 더위란세월 지나면 사라질 고통이보다 더한 일도 이겨낸만세강골 아닌가 강아지도 엎드려 꼼짝하지 않는 한낮추어탕 복다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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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시] ‘7월’ 홍사성

    AI 생성 이미지 잿빛 구름이 앞산을 넘어온다새벽비는 오후에 폭우가 되었다 바지를 적시고 우산을 뒤집는 비바람혁명가처럼 세상을 뒤엎고도하루 종일 후두둑 후두둑창문을 두드린다미련을 못 버린 채 하늘은 저녁이 되어서야회색 우산을 펼치고 쉰다나뭇잎은 빗방울을 털고더 푸르러졌다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물안개 번지는 강변을 바라본다 누군가 축축한 어깨를 늘어뜨리고어스름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 뒤로너도 따라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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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6월’ 홍사성

    눈부시게 푸른 숲이다/ 나무들 가지마다 연초록 이파리/ 허리는 꼿꼿 얼굴은 빛난다/ 바람 불면 손 흔들며 반짝반짝/ 이제는 아무 걱정 없다는 듯/ 먼 곳에서 돌아온 막내 삼촌 닮았다(하략) <AI 생성 이미지> 눈부시게 푸른 숲이다나무들 가지마다 연초록 이파리허리는 꼿꼿 얼굴은 빛난다바람 불면 손 흔들며 반짝반짝이제는 아무 걱정 없다는 듯먼 곳에서 돌아온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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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단오(端午) 홍사성

    너와 나 쌍그네 타면/ 푸른 하늘/ 그 끝까지 올라가겠구나<AI 생성 이미지> 외그네 타고제비처럼 솟구치니저 멀리 네가 보이는구나 당산나무 아래 다소곳한너의 입술잘 익은 앵두같구나 창포로 감은 윤기 머리에댕기 매어주면더 어여쁘겠구나 너와 나 쌍그네 타면푸른 하늘그 끝까지 올라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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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부처님오신날 연등서원

    시와 사진 홍사성 초하루는 빨간 등을 켜탐욕을 나눔으로 바꿉니다 초이튿날은 주황 등을 켜냉정을 온정으로 바꿉니다 초사흘은 노란 등을 켜오만을 겸손으로 바꿉니다 초나흘은 초록 등을 켜분노를 평온으로 바꿉니다 초닷새는 파란 등을 켜나태를 정진으로 바꿉니다 초엿새는 남색 등을 켜거짓을 진실로 바꿉니다 초이레는 보라 등을 켜차별을 평등으로 바꿉니다 초여드레는 무지개 등을 켜갈등을 화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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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5월’ 홍사성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는 꽃계절입니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어린이 마음이 꽃 마음. 꽃이란 꽃은 모두 피어난 꽃천지입니다 종일 바라봐도 싫지 않은 꽃대궐입니다 얼굴마다 분홍빛 번져가는 꽃웃음입니다​아무리 맡아도 남아있는 꽃향기입니다 슬픔 한두 개쯤 감춰놓은 꽃구경입니다 푸른 이파리들 숨어있는 꽃그늘입니다 꽃잎은 뿌리에 닿아있는 꽃인연입니다 작은 꽃 큰 꽃 어울려 사는 꽃화엄입니다 피면 지고 지면 다시 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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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겨자씨’ 홍사성

    겨자씨에 들어오지 않는 우주는 없다 / 겨자씨는 작아도 가장 큰 그릇 / 겨자씨 만한 것들이 다 그렇다 <AI 생성 이미지> 그 작은 몸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 햇볕과 별빛과 구름과 바람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밤과 낮벌과 나비사랑과 미움그 모든 것이 한 몸에 들어 있다 그런데도손톱 밑에 낀 흙보다 작다 겨자씨는 작아도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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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곡우’ 홍사성 “산천이 짙푸르다”

    봄비 내리는 곡우 곡우에비오시니산천이짙푸르다 올해도풍년들어격양가부르려나 산꿩이울고간 자리꽃비가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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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삼짇날’ 홍사성 “버들가지 꺾어 문설주에 꽂아 놓고”

    버들가지 꽃잠 깬 산자락엔 돌나물 돋아나고개울물은 겨우내 얼었던 속살 씻더라 버들가지 꺾어 문설주에 꽂아 놓고진달래 화전 부치는 손 곱기도 하더라 오미자즙으로 새콤한 화면 한 사발꽃처럼 핀 웃음꽃 사방에 분분하더라 처마 밑엔 돌아온 제비들 지지배배바람도 신이 나서 산허리 감고 돌더라 노랑나비 먼저 보면 운수대통 조짐올해는 좋은 일 넝쿨째 굴러오겠더라 윗말 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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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한식(寒食)’ 홍사성

    부엌 살다 보면그 옛날 개자추처럼 억울하게찬밥 신세가 될 때 있지 힘든 일은 도맡아 하고남의 잔치 밑불 되는 경우가 많지 죽어서 받는 제삿날 찬밥보다살아서 꾸역꾸역 삼키는 찬밥이더 시린 법이지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도긴개긴이란 말유령처럼 떠도는 건 다 이유가 있지 하지만 내 뒤에는 찬밥이나마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지 그러니 살아있는 날까지는쪽불이라도 다시 지펴야지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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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4월’ 홍사성

    새싹 비빔밥 촉촉촉, 봄비 한바탕 지나간 오후 겨우내 얼었던 땅 보들보들하다 톡톡톡, 죽은 것 같던 모과나무 우둠지 눈 뜨고 보리밭 속 종다리 햇살 물고 솟구쳐 오른다 이런저런 일로 속앓이 깊던 친구 따르릉, 꽃마중 가자는 전화 목소리 물기 돈다 문 열자 강물은 다시 은비늘 치며 흐르고 우으으, 기지개 켜자 온 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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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머슴날’ 홍사성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씨름도>에는 들판 한가운데서 힘을 겨루는 농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늘이 ‘머슴날’로 불리던 시절, 농번기를 앞두고 머슴들이 새로 품을 정하고 씨름으로 힘과 기운을 겨루던 풍습이 있었다. 씨름판의 웃음과 땀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공동체의 결속과 한 해 노동을 다짐하는 의식이기도 했다. 오늘은 이월 초하루머슴들이 한데 모여 옷깃 여미고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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