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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1월’ 홍사성…”두려워 하지 말라. 어제의 후회는 개한테나 주고”
일출 <사진 이병철> 수평선 너머막 태어난 첫해가 솟는다 두둥 둥 둥 둥진군을 알리는 북소리가슴이 뛴다 숨이 멎는다 혼자 힘으로 가야하는마중해줄 사람 어디에도 없는 길두려워 하지 말라어제의 후회는 개한테나 주고 앞만 보고 달릴 것숨이 턱 밑까지 찰지라도견뎌 낼 것그렇게 달려서 마침내 승리할 것 이것은해도 달도 별도 돌이킬 수 없는너의 운명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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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너의 어깨에 기대어’ 홍사성
언제든 어디서든/ 기댈 데가 있으면 참 좋다 언제든 어디서든기댈 데가 있으면 참 좋다 한때는 내 힘으로 버티는 게두 발로 혼자 서는 게 자랑이었지만이제는 벽에도 기대고사람한테도 기대고 시에도 기대고허공에게도 기대며 산다 지푸라기에도 기대면 힘이 덜 든다 예전에는 어디에 기댄다는 말이부끄러운 줄만 알았는데여기까지 걸어와보니기댄다는 건아직 쓰러지지 않았다는 뜻 누구든 저 혼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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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메리 크리스마스’ 홍사성
코레조, ‘목자들의 경배'(1528~1530년) 오늘은세상의 모든 성모님께 감사하는 날 예수님을 낳아주시고부처님을 낳아주시고남편님을 낳아주시고아내님을 낳아주시고송아지님 망아지님과강아지님도 낳아주셔서이 세상을 번성하게 하옵신모든 성모님들은 축복 받으시옵소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촛불 켜고 찬송하오니자애로옵신 성모님이시여장차 황금 왕관을 쓰실착한 아기를 안아주소서힘 나게 따뜻한 미역국을 드시옵소서 메리 크리스마스해피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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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동짓날 긴긴 밤’ 홍사성
가장 긴 밤이었으나/ 가장 가까운 새벽이/ 지금, 문밖에 성큼 다가와 있다-시 가운데. 사진은 칠보산자연휴양림에서 본 동해일출.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제공> 가장 긴 어둠이지붕 위에 내려앉고 있다 숨소리도 얼어붙는 조용한 시간 한 해 동안의 긴긴 사연어느 날은 곧고 어느 날은 굽었던 길그 또한 나의 길이었다 겨울이 깊고 밤이 깊을수록조금씩 밝아오는 내일이제부터 한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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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시월 상달’ 홍사성
오늘 내가 이만큼인 것도/ 할머니 어머니/ 그 간절한 비손 덕일지니…(본문에서) 비손은 표준어로 ‘빌손’ 또는 ‘비손(祈手)’이라고도 쓰이며,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것을 말한다. 논밭 추수 끝내고마당설거지까지 끝내놓으니강아지도 거들던 일손 한가해졌도다돌아보니 올해도 하나부터 열까지성주신 은덕 아닌 게 없도다 대문에는 문전신 마당에는 터주신 안방에는 조상신 부엌에는 조왕신 장독대에는 장독대신 뒤깐에는 측신 창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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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중양절(重陽節) 홍사성
들국화 산이 한 걸음 물러서고하늘이 한 겹 더 깊어졌다서리 맞은 국화 한 송이늦게 피어 노랗게 웃는 계절강물은 오래된 노래인 듯몸 낮춰 흘러가고괜히 바쁜 척하던 날들은되레 부끄럽기만 하다 높은 산에 올라야넓은 세상 보인다 했던가그리 대단한 것도 없고그리 미운 것도 없다짓누르던 욕심들국화주 석 잔으로 씻어내고아직 못 버린 마음은흰 구름에 띄워보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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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백중’ 홍사성
밀양 백중놀이 <사진 국가유산청> 밭 매던 호미 씻어 헛간에 걸어놓고장롱 속 새옷 꺼내 입고 백중불공 가는 날 갓 익은 백 가지 과일 다섯 가지 곡식거룩하옵신 삼보님께 육법공양 올리오니 백중사리 물 들어오듯 사해공덕 흘러넘쳐삼재팔난 사백사병 영영소멸하옵기를 노총각 노처녀는 눈 맞추고 짝 맞추고홀아비 과부는 등 떠밀려 새살림 차리기를 날 낳고 길러주신 선망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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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칠석(七夕)’ 홍사성
보고싶다일 년 내내 오늘만 생각하며 기다렸으니 보고싶다더 기다리면 눈이 짓무를 것 같으니 보고싶다그동안 애가 다 타도록 안부 궁금했으니 보고싶다너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어디로든 가서 보고싶다까마귀들이 이어준 다리가 아니라도 보고싶다벼랑 끝이라 해도 천둥 내려친다 해도 보고싶다다시 이별의 눈물 흘리게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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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말복(末伏)’ 홍사성
이젠 참는 것도 지쳐가는 늦여름이다얼마나 견뎌야 겨드랑이 시원해지려나아직도 불가마 끓듯 온세상이 화탕이다 찬물 샤워에 부채질 수박화채 한 그릇버텨서 산 게 아니라 살아서 버티는 중스스로 위로해가며 막고비 넘겨야 한다 사는 날까지 살아내자면 별 방법이 없다어떤 날이 찾아올지 조금 더 기다려보자흘린 땀 서 말 넘지만 며칠 뒤면 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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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중복(中伏)’
서울광장 분수대 숨쉬기도 힘든 무서운 무더위다온몸은 물에서 건져낸 듯 후줄근하다 중복전쟁은더위와 맞서지 말고등목하고 탁족하며흘려보내는 게 상책 싸울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천지 가득한 염천대군을 이길 수 있다 더위란세월 가면 사라질 고통이보다 더한 일도 이겨낸만세강골 아닌가 강아지도 입다물고 꼼짝않는 한낮추어탕 복다림으로 충전 끝오늘도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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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초복(初伏)
사람들은 흔히 입춘 추분 같은 24절기로 계절을 짚지만, 그 틈새엔 민속명절이라는 또 다른 시간이 숨어 있습니다. 설날, 대보름, 삼짇날, 단오, 칠석, 백중, 한가위, 중양절…이런 날들에는 옛 사람들의 숨결과 삶의 온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아시아엔은 홍사성 시인의 시를 통해 민속명절의 의미를 다시 짚어봅니다. ‘시로 읽는 민속명절’은 단순한 추억의 복원만이 아니라, 시를 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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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로 읽는 민속명절] ‘유두절’ 홍사성
혜원 신윤복 ‘유두’ 사람들은 흔히 입춘 추분 같은 24절기로 계절을 짚지만, 그 틈새엔 민속명절이라는 또 다른 시간이 숨어 있다. 설날, 대보름, 삼짇날, 단오, 칠석, 백중, 한가위, 중양절……이런 날들에는 옛 사람들의 숨결과 삶의 온기가 깃들어 있다. 아시아엔은 홍사성 시인의 시를 통해 민속명절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고자 한다. 물굽이 따라 머리 감던 유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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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홍사성
2023년 서울 길상사 연등 사월이라 초파일 밤우리 절로 봉축 꽃등 달러갑니다 붉은등 노란등 파란등 하얀등이가슴 설레게 환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언니 오빠들이극락 온 듯 좋아합니다 곱슬머리 아저씨 코 큰 총각파란 눈 아가씨 입모양이 꽃입니다 모두 모두 부처님처럼 웃습니다 내년에는 다리 아픈 고양이배고픈 강아지도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길상사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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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추모시] ‘교황 바이러스’ 홍사성
프란치스코 교황, 그분은 참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할아버지였습니다. 어느날 성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신자들에게 사랑에 대해 강론할 때였습니다. 한 꼬마가 강대에 올라가 교황의자에 앉았습니다. 심심했던지 연단 주위를 돌아다니다 교황의 옷깃을 잡아당기기도 했습니다. 고위성직자들은 뒤 급한 사람처럼 안절부절하고 신자들은 간지럼밥 먹은 것처럼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교황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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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벚꽃’ 홍사성
벚꽃 기억하는가 지난 겨울 그 추위를내가 어떻게 그 힘든 시간 견뎠는지를칼날 같은 찬바람은 살을 엘 듯 파고들었다휘영청 달 뜬 밤은 더욱 날카로웠다눈물도 흘리면 안 되었다새벽 눈보라는 눈물마저 얼어붙게 했다살기 위해서는 다만 죽은 듯 기다려야 했다땅속 찬물 빨아올리면 온몸 얼어터졌다그러나 나는 그 모순의 결론 알고 있었다지옥의 고통 절망의 끝은 희망이라는 것을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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