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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KBS ‘수신료 통합징수’ 통과 이후 과제

KBS

KBS의 주요 재원인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해 징수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개정안이 4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투표 끝에 찬성 212표, 반대 81표로 통과됐다. 이로써 KBS는 극심한 재정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질적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번 표결은 그 상징성이 작지 않다. 표결 하루 전, KBS 노사가 공동으로 결의대회를 열어 법안 통과를 촉구했고, 재상정된 안건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20여 명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 동참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대통령(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로 살아난 것은 22년 만이다.

그간 KBS 노사와 여야 정치권은 첨예한 갈등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번 법안 통과 과정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둘러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수신료 통합징수만으로 공영성과 정치적 독립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필자는 1990년 5월, 한겨레 사회부 기자로서 한 달간 KBS 방송민주화투쟁을 밀착 취재한 경험이 있다. 그 현장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직접 목도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화 이후 출범한 정부들조차 KBS를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현실 속에서 KBS가 BBC나 NHK 수준의 공영방송이 되리란 기대조차 어려웠다.

필자는 지난주 <대전일보>와 <코리아타임즈>, 그리고 파키스탄의 <신드쿠리어> 등의 매체에 수신료 통합징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칼럼을 잇따라 기고했고,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법안 지지를 요청했다. 다행히도 그들 또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의 가치를 이해하고, 동참해줬다.

6월 3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은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공영성을 명확히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길 바란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 통과를 계기로 KBS 내부에서도 자정과 혁신의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 노사가 10여 년만에 한목소리로 결의대회를 연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다. 공영방송으로서의 독립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KBS는 이제 재정적 자립을 바탕으로 상업 논리와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다가올 한반도 통일 시기를 대비해, 긴박하고 중요한 소식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파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통합징수 법안 통과는 단순한 재정 확보를 넘어,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구조적 기반을 다지는 첫걸음이다. 정치권과 방송계,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소통과 감시, 그리고 협력이 이를 실현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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